한 학부모와 수험생이 수험표를 받기 위해 이동 중이다. ⓒ2006 welfarenews
▲ 한 학부모와 수험생이 수험표를 받기 위해 이동 중이다. ⓒ2006 welfarenews

지난 16일 서울 경운학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추위를 이기고 시험장을 찾은 학부모와 수험생. 이들이 하나 둘 등장할 때마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총을 겨누듯 에워싼다. 연이어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짐짓 놀란 표정의 학생과 부모도 적지 않다. 장애학생의 수능은 아직도 특별하게만 느껴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시쳇말로 요즘 누구나 대학 간다고 할 만큼 대학입학이 쉽다고들 하고, 대학 나와도 취직이 어려운 현실은 매한가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학입학은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날 시험을 치르는 남모(18ㆍ뇌병변1급) 양의 어머니는 “고3이면 누구나 똑같이 치르는 수능인데 장애인이라고 특별 대접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불편한 내색을 비치면서도 “대학입학은 삶의 희망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비장애인이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장애인의 입학은 아직까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의 솔직한 심정이다. 대학입학이 고용과 직결된다는 것.

남 양의 어머니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직업을 구할 수 있는 비장애인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대학을 가야 일자리라도 얻지 않겠느냐. 입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양의 아버지 역시 “딸이 언어치료학 전공을 생각하고 있는데 적극 지지하고 있다”라며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갖기는 곤란하고, 대학공부를 통해서 관련 부문에 전문가가 되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딸의 전공 선택에 대해서 “사실 장애학생의 전공 선택 범위는 매우 좁다”며 “사회복지학, 언어치료학 등 장애인과 관련된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졸업 후 진로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험장에서 만난 남 양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 없는 대한민국 대학의 현주소를 지적하면서도 대학공부가 꿈을 이루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남 양은 “대입 준비부터 입학, 졸업까지 장애인에게 어려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며 “대입 정보 등 입시준비에 대한 배려가 적어 비장애인 입학보다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아직도 많은 대학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관심이 적기 때문에 들어가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남 양은 “내 꿈은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인데 대학입학이 여러 모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 수능을 준비하게 됐다”며 “꼭 원하는 학과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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