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공원에 모여든 노인들 ⓒ2006 welfarenews
▲ 종묘공원에 모여든 노인들 ⓒ2006 welfarenews

▲늘어나는 노인, 줄지 않는 성욕

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5년 9.1%에서 2026년 20.8%에 도달,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빠른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희망한국 비전2030을 발표하고 노후보장을 위해 노인수발보장제도 도입, 노인요양보호시설 강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질병과 가난이 가장 큰 노인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의 틈새에서 신음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노인의 성문제다.

성욕은 식욕과 더불어 인간이 가진 생존본능의 표현이라고 한다. 또한 노화현상에도 불구하고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 바로 성욕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간과 떼어내려야 떼버릴 수없는 관계에 놓인 것이 바로 성이다. 그러나 함부로 말할 수 없고, 가장 터부시되고 금기시되는 것 또한 성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다.

노인의 성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더욱 억압적이다. 뿌리 깊게 내린 유교사회의 전통 속에서 노인의 성은 그 자체로 주책이요, 추한 것으로 매도되고 있으며 노인 스스로도 성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며 드러내지 않고 있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이모(71) 씨는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면 함께 있어도 개인의 성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며 “농담은 할 수 있어도 내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70대 후반의 여성 박모 씨는 “나이 들어 성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추한 것 같다”며 “조용히 곱게 늙어 죽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통계에 따르면 남자 노인의 89.4%, 여자 노인의 30.9%가 정상적 성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 TV프로그램 제작진이 만난 7~80대 노인들은 한 달에 2번 정도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있으며,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고 밝혔다.

김모(65세) 씨는 “남성의 경우 지푸라기 잡을 힘만 있어도 하고 싶은 게 바로 성행위”라며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바로 성욕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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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박카스아줌마... 음지로 파고드는 性

지난 21일 질병관리본부의 2006 신규 에이즈감염 통계는 우리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전 연령층에서 에이즈 감염은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으나 특히 60세 이상 연령층 감염인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10명에 머물렀던 60세 이상 에이즈 감염인은 2001년 21명, 2003년 26명, 2005년 41명, 2006년 56명으로 6년 사이 5배 이상 급증했다. 다른 연령층이 올해 감소 추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지난 8월 서울시 보건정책과가 조사한 ‘종묘공원 이용노인의 전염병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고령자 561명 중 15명이 매독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률 2.67%로 종묘공원 이용노인 100명 가운데 3명은 매독 감염자인 셈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22일 취재차 들른 종묘공원에는 속칭 ‘박카스아줌마’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박카스 아줌마란 박카스를 한 병씩 팔면서 노인들에게 은밀하게 성매매를 제안하는 중년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종묘공원 곳곳에 서 있는 깔끔한 옷차림의 5~60대 여성들. 그냥 보기에는 약속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나온 평범한 중년 여성들 같다. 하지만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며 남성 노인들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노인들은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서 있는 여성들은 모두 박카스아줌마”라고 입을 모았다.

류모(65세) 씨는 “한 100여명 정도 늘 진을 치고 있다”며 “저렇게 서서 화대를 받고 직접 성매매를 하는 사람도 있고 종묘공원 주변에서 술을 팔며 2차에 성매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카스아줌마의 성행은 곧 성병 증가로 직결된다는 것이 종묘공원 이용 노인들의 지적이다.

류 씨는 “박카스아줌마와 성관계를 한 노인들은 모두 보균자라고 보면 된다”며 “경제적 이유로, 혹은 수치심 때문에 치료도 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에 또 옮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씨는 “성병에 걸렸더라도 이를 서로에게 터놓고 얘기하는 노인들은 잘 없다”며 “병은 알려야 낫는데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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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로 노출된 性, 관리대책 시급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박카스아줌마에 대한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종묘공원은 성매매단속의 사각지대로 일컬어지고 있다.

류 씨는 “단속이 뜬다 해도 잡을 수가 없다”며 “미리 알고 숨어버리거나 설사 단속반이 온다 해도 저렇게 말끔히 차려입고 있는데 잡아갈 수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곳 종묘공원을 3년째 이용하고 있다는 엄모(73세) 씨는 “탑골공원이 서울시 정책에 의해 성역화되고, 벤치 등을 철거해 휴식공간의 의미가 사라져버리자 이곳 종묘공원으로 노인들이 몰려들었다”며 “노인들이 많아지자 박카스아줌마도 부지기수로 늘어났지만 정부의 관리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집창촌, 안마소 여성들을 당국이 정기적으로 성병검사를 한다고 들었지만 박카스아줌마를 따로 검진하거나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성병 감염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보건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종묘공원 이용노인 전염병 실태조사는 교육용 자료로 쓰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 구체적 안은 없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낮은 성지식과 콘돔사용 기피도 성병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엄 씨는 “오늘, 내일 죽을 지도 모르는데 예방은 해서 뭐하냐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귀찮기 때문에, 또는 잘 모르기 때문에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이곳에 모이는 노인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콘돔구입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 증가의 원인으로 낮은 콘돔사용률을 지적하며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년층의 성생활이 활발해지면서 에이즈 감염이 증가 추세에 있다”며 “콘돔사용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노인의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복지관 등 노인집합장소에 성교육 프로그램 개발ㆍ보급 등 교육홍보 강화 △에이즈 검진상담소 운영 등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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