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추락사고 건 재판에서 일부 승소한 이광섭(뇌병변1급) 씨. <사진/ 정혜문 기자> ⓒ2006 welfarenews
▲ 리프트 추락사고 건 재판에서 일부 승소한 이광섭(뇌병변1급) 씨. <사진/ 정혜문 기자> ⓒ2006 welfarenews
지난 2004년 서울역에서 발생한 전동휠체어 전복사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 서울시의 책임은 묻지 않고 원고인 장애인의 책임이 50%라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3부는 지난 4일 리프트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려다 떨어져 크게 다친 이광섭(뇌병변1급) 씨와 부모가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메트로는 원고들에게 14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씨는 지난 2004년 9월 서울역 승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계단에 설치돼 있는 리프트를 이용하려다 전동휠체어에 탄 상태로 계단 아래로 추락하면서 얼굴과 머리 등을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이 씨는 지하철 직원이 펴 놓은 리프트 승강대에 오르기 위해 자신이 직접 전동휠체어를 조작했고 지하철 직원은 이 씨가 탄 전동휠체어 뒷부분의 손잡이만을 잡고 있던 상태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서울메트로는 전동휠체어로 수동휠체어용 리프트를 이용하는 것이 위험하고 추락 시 안전장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역내에 전동 휠체어용 리프트를 설치하거나 직원들에게 휠체어를 수동으로 전환하고 손으로 밀어 리프트 승강대 위에 안전하게 위치시키는 등의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씨가 탄 휠체어가 커서 추락위험이 있었는데도 지하철 직원은 리프트 승강대를 편 다음 휠체어의 리프트 탑승을 이 씨에게 맡긴 채 휠체어 뒷부분 손잡이만 잡고 있었으므로 이 사고는 서울메트로의 리프트 설치와 운영에 관한 과실 및 직원의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사고를 당한 이 씨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도 좁은 승강대 위로 전동 휠체어를 이동시킬 경우 추락 위험이 있었는데도 휠체어의 작동을 수동으로 전환해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전동휠체어를 전진시키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원고의 이러한 잘못은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됐으며 사실관계에 비춰 과실비율은 50%에 달한다”고 원고의 잘못을 인정했다.

한편 재판부는 서울메트로에 대한 책임은 인정했지만 서울시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서울시는 서울메트로가 장애인편의시설을 법에 적합하게 설치·운영하는지 여부를 지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휠체어리프트의 규격과 제원 및 운영방식에 대해 따로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는 휠체어리프트가 전동휠체어 이용자에게 적합한 규격과 보호 장치를 갖췄는지 여부나 보조요원의 특별한 보호조치까지 지도·감독할 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내려 장애단체들이 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장애인이동권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재판부는 서울시가 법 규정에 따라 소관 대상 시설에 대한 편의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해 지도·감독할 의무는 인정했지만 법에 따르는 시행령 등에 리프트의 적합한 규격 등의 세부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서울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모순된 판결을 내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한 이들 단체는 “리프트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상 이동편의시설로 규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관계당국의 책임 회피로 장애인들은 법적 규정조차 없는 살인기계인 리프트를 타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상위법의 규정에 따라 장애인 이동 및 접근권이라는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조속히 구체화해야하며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장애인의 기본권이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살인기계 휠체어리프트의 전면폐기와 엘리베이터 즉각 설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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