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의 축사가 진행되자 단상 앞으로 뛰어든 최강민 활동가가 장차법 제정을 외치고 있다. ⓒ2006 welfarenews
▲ 한명숙 총리의 축사가 진행되자 단상 앞으로 뛰어든 최강민 활동가가 장차법 제정을 외치고 있다. ⓒ2006 welfarenews

8일 정부중앙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 한명숙 국무총리가 세계인권선언 제58주년 인권의 날 기념식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갔다.

순간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임소연ㆍ최강민 활동가, 장애인교육권연대(이하 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국장 등이 단상 앞으로 뛰어들었고, 휠체어를 타고 앉아있던 몇몇 회원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플랜카드를 들어올렸다.

“한명숙 총리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약속을 지키라!”는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행사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저지로 10여명이 장외로 끌려 나가고 5분 정도 지연됐던 한 총리의 축사가 다시 시작됐다.

장추련 임소연 활동가가 관계자들의 저지로 쓰러져 있다. ⓒ2006 welfarenews
▲ 장추련 임소연 활동가가 관계자들의 저지로 쓰러져 있다. ⓒ2006 welfarenews

기습시위를 벌인 장추련과 교육권연대는 각기 장차법과 교육지원법 제정을 놓고 한 총리와의 면담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어 시위를 강행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구호를 외치던 장추련 박옥순 사무국장은 “한명숙 총리는 장차법 제정을 공식적 자리에서 약속했으나 정작 면담요구는 거부하고 있다”며 “진정 제정할 뜻이 있다면 장애계와 만나는 등 실질적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국장은 “교육지원법이 수많은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발의됐지만 정부안이 없어 올해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라며 “정부는 지난 7월 말까지 정부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한 총리가 교육지원법에 관심을 갖고 직접 나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며 “훨씬 간소한 절차로 입법이 가능할 것이다. 올해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장애인과 부모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부문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와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를 대표해 시상대에 오른 한국DPI 김대성 사무처장(왼쪽)과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 김용목 상임대표의 모습   ⓒ2006 welfarenews
▲ 장애인부문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와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를 대표해 시상대에 오른 한국DPI 김대성 사무처장(왼쪽)과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 김용목 상임대표의 모습 ⓒ2006 welfarenews

한편 한명숙 총리는 축사를 통해 장애인단체들의 시위는 우리 사회의 인권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이며, 인권위 위원장은 면담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한 총리는 “오늘 장애인단체들의 시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장애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장은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장애인단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장추련 박옥순 사무국장은 “우리가 요구한 것은 국가인권위원장과의 만남이 아니다”라며 “벌써 수차례 만났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한명숙 총리와의 면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추련과 교육권연대는 한 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해 한 총리의 직접적 행동이 없는 한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대한민국 인권상 장애인부문 표창에는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와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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