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포스터<아무도 모른다> ⓒ2007 welfarenews
▲ 영화포스터<아무도 모른다> ⓒ2007 welfarenews

‘아무도 모른다’는 말은 비밀스러운 한편, 몰라줌에 대한 한탄이다.

작은 아파트에서 가족수를 속이며 생활해야하는 외로운 싱글맘. 출생신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그것도 아버지가 각자 다른 네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간다.
단순히 집주인에게 쫓겨나는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 쏟아질 따가운 시선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 그녀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집주인에게 장남(아키라)은 똑똑하다고 소개하지만, 실제로 그는 12살임에도 불구하고 구구단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
매번 남자를 새로 사귀고 헤어짐을 반복할 정도로 젊은 그녀에게 네 아이의 양육을 짊어지기란 무리다.

엄마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겼다. 떠나버린 엄마의 등 뒤에 남은 네 아이들.
‘아무도 모르게’행동하라던 엄마의 말에, 아키라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엄마가 떠난 뒤에도 숨어서 지낸다.
또래아이들이 학교에 가있을 시간, 밖에서 맴도는 아키라에게 “몇 살이니? 학교는 안 갔니?”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돌아오겠다고 말한 엄마는 한해가 다가도록 오지 않는다.
아키라는 엄마가 보낸 편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을 하지만, 엄마의 성이 바뀐 것을 알고는 끊어버린다.

생활비는 떨어졌고, 두둑해진 것이라곤 밀린 세금 영수증뿐이다.
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함께 외출을 한다.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고,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언제나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소녀 사키와 친구가 된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은, 엄마의 부재와 겹쳐 안타까움을 더 한다.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겨, 공원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한다. 아키라는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다된 음식을 받아 끼니를 때우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하지만, 그 여름 어느 날 막내 유키가 세상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이들은 또다시 ‘아무도 모르게’ 슬픈 여정을 떠난다.

<아무도 모른다>는 현대사회의 개인주의가 가진 ‘무관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 영화는 1988년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스가모 어린이 유기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영화보다 실제사건이 훨씬 잔인하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싱글맘과 폐쇄적인 환경에 방치된 네 명의 아이들.
하지만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거주자들 누구도 장남 외에 다른 아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도움이 절실하지만, 도움을 청하기 쉽지 않았던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결말을 맺었다. 그들이 말하지 못하고 앓고 있을 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주변의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끊임없이 돌출하는 영아 시체 유기사건 및 아동학대사건.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까지 ‘우리는 모른다’

따뜻함을 자랑하는 계절 봄이다. 일본 특유의 잔잔함과 가슴 아린 사건을 토대로 한 DVD 한 편을 보며, 꽁꽁 얼어있던 마음을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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