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홍주씨(가운데)와 ‘if’를 준비하고 있는 배우들 ⓒ2007 welfarenews
▲ 기홍주씨(가운데)와 ‘if’를 준비하고 있는 배우들 ⓒ2007 welfarenews

2006년에 극단 ‘미친(美親)’을 세운 기홍주씨를 만났다. 그는 시각장애 2급이다. 당뇨합병증으로 왼쪽 눈을 실명했고, 오른쪽 눈은 흐릿하게 보인다. 그런 그의 첫 작품 ‘if’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Q.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반에서 활동했고, 서울예대에서 무대・조명디자인을 배웠다. 2001년 시력을 잃고, 3년간 두 번의 자살시도를 하는 고비도 겪었다. 연극 외에 다른 일도 해봤지만 실패했다. 배우를 해보라는 가수 강원래의 조언이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예술마케팅을 배웠고, 제작, 기획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역시 쉽지 않았지만, 학교동창들과 선후배들이 나의 눈이 돼주었다.

Q. 극단 ‘미친’의 뜻은?

A. ‘연극에 미쳐보자’는 뜻으로 ‘미친’이라 지었다. 그러나 ‘미친’이라고만 하기에는 어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한문의 ‘아름다울 미’와 ‘친할 친’을 더했다. 아름다운 친구들이란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Q. 연극 ‘if’가 갖는 의미

A. 가부장적제도 뒤집기다. 여자가 집안의 우두머리가 되고, 남자가 그 아래에 있는 것이다. 에피소드는 세 가지로 ‘성정체성의 역할은 자의에 의한 것인가 타의에 의한 것인가’, ‘여성이 사회적 진출함에 있어서 부딪히는 장애들’, ‘남성이 성형을 해야만 하는 외모지상주의 현실’로 나뉜다. 모든 작품이 그렇듯 무엇을 느끼느냐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관객의 몫이다. 그저 관객들이 마냥 웃고 즐겼으면 한다.

Q. 객석 10%를 장애인에게 기증한다고 했는데...

A. 한국인의 10%가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객석은 총 150석이다. 그 중 15석은 장애인을 위해 항상 비워 둘 것이다. 장애인의 경우, 사전에 전화예약을 한 뒤, 장애인복지카드를 가지고 당일 현장에서 티켓을 받으면 된다.

Q. 대학로 소극장의 개선해야 될 점은?

A. 요즘 생긴 극장은 그나마 엘리베이터가 있다. 하지만 사용이 쉽지 않다. 사용 한다고 하더라도 휠체어가 들어갈 통로가 없다. 문화인일수록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배려심’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길거리만 해도 그렇다. 내 정강이는 멍투성이다. 인도의 말뚝은 자동차 진입을 막기 위해 세워졌다.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곳인데 안전하지 않다. 모두가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Q. 자신의 꿈과 계획

A.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그래야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의 극단을 만들 수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해설이어폰, 중증장애인을 위한 좌석 등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기반이 있어야 된다.

Q. 장애인도 단원으로 모집할 의향이 있는가?

A. 물론이다. 연출자의 친척 또한 장애인이다. 보고 듣는 것 외에는 움직이지 못하는데, 그들은 눈빛으로 대화한다.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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