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흰지팡이의 날’을 맞아,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점자블록)의 설치 및 상태가 올바른지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 내가 돌아다닌 곳은 서울 서초구와 종로구, 영등포구 일대였다.

‘점자블록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는 내 생각과 달리, 나는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나서야 점자블록을 찾을 수 있었다. 평소 거리를 걸을 때 ‘점자블록이 있나 없나’를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점자블록을 찾았다 싶어 그 길을 계속해서 따라가 보면, 횡단보도 건너편부터는 점자블록을 찾아볼 수 없는 등 점자블록은 ‘듬성듬성’ 설치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설치 된 많은 점자블록들은 밟는 순간 죽음을 초래하는 지뢰와 같았다.
위치표시용과 방향표시용이 제대로 쓰이지 않아, 어디서 멈춰야 되고 어디로 가야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주차장 근처에 점자블록을 설치해 교통사고가 날 위험이 컸고, 점자블록 위에 임대건물 및 돌기둥이 놓여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지난 2006년 서울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청계천은 악취를 비롯한 여러 문제점과 함께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휠체어 진입 및 이동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나 점자안내판도 없었다.
이 같은 문제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부터 거론됐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것을 왜 깔아놨지?’라며 점자블록을 모르는 비장애인들이 많다. 비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이 생소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적어도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주체만큼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촉각과 청각이 눈의 역할을 한다. 소리, 피부에 닿는 바람과 햇볕 등 시각장애인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느낀다.
때문에 점자블록의 올바른 설치가 꼭 필요하다. 점자블록이 올바르게 설치돼 있지 않다면, 시각장애인은 다른 눈마저 잃게 된다.

“당신이 어느 날 시력을 잃는다면, 평생 집밖에 나가지 않을 건가요?”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