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 백화점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만났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곱게 차려입고 대화를 나누며 중앙 홀을 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눈으로 두 여자 분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여학생들은 “저게 뭐야? 난 청소하는 아줌만 줄 알았어”라며 웃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백화점 바닥을 청소하는 노란색 전동카트와 전동휠체어가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였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관심이 있어야만 장애에 대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약 480만명에 달한다. 그 많은 수의 장애인들은 대체 어디에 숨어 있길래, 비장애인은 이토록 장애인의 모습을 생소하게 느끼는 것일까?

우리나라 장애인 100명 중 1명은 장애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 성추행, 상습폭행, 허위 혼인신고, 수급비 횡령 등을 일삼은 경기도의 한 장애인시설의 비리가 폭로됐다.
시설 내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인권위에 진정하기 전까지, 이러한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만큼 시설은 바깥세상과 차단된 공간이다. 끔찍하게도 지금 쯤 또 다른 시설에서 이와 같은 범행이 저질러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시설을 찾는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외출하기에는, 사회가 아직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점자블록, 휠체어리프트, 음성유도기, 공중화장실, 음식점을 비롯한 문화생활시설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돼 있는 것이 없다.
정부는 점자블록 및 각종 시설물을 ‘그림의 떡’식으로 설치한다.

공공디자인 및 사회적 지원체제를 위한 대안 대신 “2009년까지 매년 70개소씩 총 280여개의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대외적으로는 복지패러다임을 외치면서 실질적으로는 장애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 지원체제를 개발하는 것이다”는 캐시 픽커 데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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