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나 잡지를 보면 ‘여자가 편한, 고품격 등’을 주제로 한 광고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광고에는 한 가지 허점이 있다. ‘여자가 편하다’고는 하지만, 광고 속에서 지칭하는 여자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젊고 건강한 여자의 키에 맞춘 제품의 손잡이는, 키가 작은 장애여성이나 허리가 굽은 노년층의 여성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디자인이다.

황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파트 광고 역시 비장애인에게는 편리한 공간이 될지 모르지만, 장애인이나 노년층에게는 ‘경제적 능력을 과시하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난 11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은 ‘유니버설디자인(이하 UD)의 이해와 적용방안’ 세미나를 진행했다.
UD란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으로 장애유무를 떠나 남녀노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환경 및 제품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대체로 디자이너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잠재적 사용자의 연령이나 능력의 평균치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데, 평균화된 대상은 하나의 가상 그룹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만족스럽게 사용하기란 어렵다.

UD는 특히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애인이 ‘고객’이란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생활할 때, 비로소 자립생활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나사렛대 김종인 재활복지대학원장은 키가 작거나 허리를 구부리기 어려운 노년층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세탁 드럼을 30도 기울인 전자동 세탁기, 손힘이 없는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는 트라이포드 디자인의 핸디버디 등 외국 UD의 사례를 소개했다.

UD 제품의 판매 결과, ‘내가 사용할 수 있다’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자립생활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요건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눈에 띄는 UD 제품이 없다. 눈으로 보기에 비싸 보이는 ‘사치스러운 장식품’들만 즐비하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며, 질병과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생활할 수 없다고 생각해보라. 당신은 하루라도 버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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