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보육시설에서 어린이들이 함께 교육을 받고 있다.
 ⓒ2008 welfarenews
▲ 가정 보육시설에서 어린이들이 함께 교육을 받고 있다. ⓒ2008 welfarenews

이제 막 첫돌이 지난 딸을 둔 김모씨는 중국음식점에서 시간근무제로 ‘홀 서빙’을 하고, 남편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를 뛰며 맞벌이 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딸이 생후 7개월을 지나자 일을 나선 김씨는 밤 10시가 돼야 퇴근을 하면서 한 달에 60~90만원을 번다. 토요일도 평일과 마찬가지로 생활하며, 이렇다보니 저녁 늦은 시간과 주말에 아이를 돌봐 줄 곳을 찾는 일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김씨는 “수입이 많지도 않는 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곳까지 필요하게 되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공립시설에 맡기면 저렴하긴 하겠지만 아이를 6시까지만 맡아주니 나머지 시간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했다.

이와 같은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여성들의 육아 고통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공립시설의 취약 시간대 보육이 매우 미흡한데다 정부의 ‘시간연장형 보육’지원이 수요자보다는 시설 중심으로 후퇴해 저소득층 여성들의 보육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저소득층은 흔히 영세한 가정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긴다. 20명 이하 소규모로 운영되는 어린이집들은 국·공립시설보다 시설과 인력적인 수준은 떨어지지만, 야간과 주말 보육을 곧잘 응해주고 아이를 늦게 데려가는 불규칙한 개인 사정을 양해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초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시간 연장형 보육료 지원 지침’을 수요자 중심에서 시설 중심으로 변경하면서 가정 보육시설의 사정이 더욱 열악해졌다. ‘2008년 보육사업 안내’의 지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저소득층 차등 보육료를 받는 아이가 어떤 시설에 다니든지 야간 보육료를 지원해줬지만, 올해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극빈층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지정한 시설에 다녀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지정한 시설이 10곳 가운데 1곳 정도로 수요자들의 접근성은 한참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예산 지원을 많이 하는 국·공립 시설에 취약 시간대 보육 의무를 강화해왔지만, 수지 타산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마음 졸이는 수요자들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야간 보육 거절 등의 의무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복지부는 이제껏 파악한 부과 실적이 없을 정도로 지도 감독이 부실한 상황이다.

서울 영등포의 한 가정 보육시설 박모 원장은 “지난해만해도 야간에 돌봐야 하는 아이가 생기면 시간당 1,000~2,000원씩을 정부로부터 받았는데 현재는 지정 시설이 아니라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들의 실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육시설연합회 한지혜 가정분과위원장은 “물가가 크게 올라 소규모 시설들이 더 허덕이고 있다”며 “부모들의 형편도 힘겨워져 추가 비용을 내라고 하기도 어렵고, 결국에는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손해가 갈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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