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1단계 의무발효됐다. 이에 장애인의 인권보장에 따르는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해 오는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발효되게 된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복지부 앞에서 열린 '장차법 시행에 따른 보육시설의 정당한 편의제공 완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현장이다.
            장애인신문DB ⓒ2009 welfarenews
▲ 지난 11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1단계 의무발효됐다. 이에 장애인의 인권보장에 따르는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해 오는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발효되게 된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복지부 앞에서 열린 '장차법 시행에 따른 보육시설의 정당한 편의제공 완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현장이다. 장애인신문DB ⓒ2009 welfarenews

지난해 4월 11일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장, 교육기관, 문화, 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단계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법이 시행 된지 딱 1년의 기간 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많은 위기를 맞았다. 가장 최근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적 효력이 상실되거나 규제여부를 재검토하는 제도인 규제일몰제 대상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가 포함됐으며, 정부의 정부기구 축소 계획으로 지난해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시기에 맞춰 만들어진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 계획이 발표됐다. 정부는 장애계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의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규제일몰제에서 제외시키고,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를 철회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장애인차별 및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을 받고 그 해결과정을 개입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축소방침이 발표됐으며, 이는 지난 8일을 기준으로 인사발령이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장명숙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10일 개최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인권위의 축소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축소와 같은 의미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행동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지만,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사회로부터 또다시 차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시행 1주년을 맞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많은 비장애인, 심지어 장애인조차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가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알고 있는 비장애인은 26%, 장애인은 18%로 조사됐다. 또한 법이 시행 된지 1년이 지났음에도 비장애인의 38%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들어본 적이 있으나 잘 모르고 있다’가 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60%, ‘들어본 적이 있으나 잘 모르고 있다’ 22%의 결과가 나왔다. 이는 아직까지 법령 내용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차별접수 폭증

복지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2월 31일 기준, 전국 등록장애인 수는 210만4,000명이다. 이중 지체장애인이 52.9%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 10.3%, 뇌병변장애인 10.2%, 청각장애인 9.6%, 지적·발달장애인 7.3%로 조사됐다. 이중 장애인 편의제공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1~3급 중증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43.6%이다.

하지만 인권위가 밝힌 자료를 살펴보면, 편의제공이 꼭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차별 진정사건은 더욱 늘어났음을 볼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전인 2001년~2008년 사이의 장애차별 진정사건은 14%인 630건 이었으나,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장애차별 진정사건이 61%인 645건이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불과 9개월 동안 접수된 사건이 2001년 위원회 설립 이후 6년여 동안 접수된 사건 수를 초과했다. 또한 장애차별금지법 시행 이전 월 평균 진정사건 9건에 비해 법 시행 이후에는 월 평균 75건으로 8.3배 증가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접수된 진정사건을 차별영역별로 살펴보면, 이동 및 교통수단과 관련된 진정이 125건으로 전체 진정사건의 19.4%를 차지하며, 시설물의 접근과 관련된 진정은 95건으로 14.7%, 장애인에 대한 비하·모욕과 관련된 진정은 81건으로 12.6%를 차지했다. 또한 장애유형별 진정이 제기된 차별영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체장애인은 시설물 접근 및 교통수단 이용 영역에서 각각 78건(24.8%), 75건(23.9%)으로 가장 많은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장애차별팀 조형석 팀장은 “장애인에 대한 비하·모욕과 관련된 진정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전에는 인권위의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진정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애인 중 진정사건을 가장 많이 제기한 장애유형은 지체장애가 314건(48.7%)로 가장 많았으며 시각장애 110건(17.1%), 뇌병변장애 75건(11.6%), 청각장애 59건(9.1%), 지적·발달장애 53건(8.2%) 순으로 나타났다.

조 팀장은 “시설물의 접근 및 교통수단의 이용은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사법절차 참여, 참정권 행사 등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으로 확고돼야 할 권리”라며 “이러한 기초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른 사회생활의 영위는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권위에 접수된 사건의 유형을 보면 고용이나 교육영역에서의 차별 진정보다, 시설물 접근과 교통수단 이용에 관한 차별 진정이 훨씬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분야에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단계 의무발효 이후의 변화는?

▲제11조 - 고용영역

고용과 관련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모집·채용단계에서 장애인 차별진정사건이 전체 46건 중 26건으로 56.6%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해고와 관련된 진정사건이 9건으로 19.6%로 조사됐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박자경 연구원은 “이는 장애인 고용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용영역에서 차별을 받기 전, 모집·채용단계에서 차별받고 있어 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해 시험편의 제공과 장애유형에 적합한 적절한 평가방법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한 편의제공은 사용주가 이행해야 하는 의무지만 현재로써는 우선 물리적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장애인 고용을 위축시키지 않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시설·장비의 설치나 개조에 대한 비용 지원은 현재에도 운영되고 있는 제도인 만큼 이 제도들을 일정기간까지 확대·유지함으로써 장애인 고용에 대한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고용영역은 지난 11일부터 1단계 의무발효에 의해 국가·지방자치단체·상시고용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는 고용된 장애인을 위해 시설정비, 보조기구, 시험시간 연장 및 확대 답안지 제공 등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2011년에는 상시고용 100명 이상 사업장, 2013년에는 상시고용 3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게 된다.

▲제14조 - 교육영역

인권위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영역에서 진정사건 접수는 시험평가와 편의제공에 관한 진정이 34.5%로 가장 높았고, 시설물 접근 및 이용제한이 27.6%, 수업 등 교내 활동 배제가 18.9%로 나타났다.
한국재활복지대학 김주영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장애학생은 약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학생은 7만1,484명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적인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고 있는 “시·청각장애학생 등의 불합리한 수업 지원과 평가, 교내이동과 접근 곤란, 입학·전학 거부 등의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영역은 1단계 의무발효에 의해 국·공·사립특수학교, 국·공립특수반설치 유치원, 특수학급이 설치된 국·공립 초·중·고등학교, 장애어린이전담보육시설에서는 재학 중인 장애어린이 및 학생을 위해 시설정비, 교육보조인력, 장애를 고려한 시험기준의 마련 등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제18조 - 시설물 이용 영역

‘이동 및 교통수단 이용’ 분야가 가장 많은 125건(27.1%)이 접수됐다. 이는 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는 이동편의시설과 관련됐으며, 시설물 접근(20.7%)과 정보접근 및 의사소통과 관련된 진정사건이 많이 접수됐다.
시설물 이용 영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상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대상인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해당 시설물을 신·증·개축하는 경우 지난 11일부터 장애인화장실, 엘리베이터, 장애인주차구역 등 장애인편의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시설물의 이용과 접근 및 이동과 교통수단의 이용에 있어 차별은 장애인이 당하는 차별 가운데 가장 일반적이고 심각한 차별 가운데 하나”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기 이전까지 시설물 및 교통수단 등에 대한 이용의 제한이나 접근의 제한을 차별로 보지 않았기에 이 영역의 차별은 아직도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 11조에 의하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시설물의 대상은 2009년 4월 11일 이후부터 신·증·개축한 시설물로 제한돼 있다”며 “이는 지난 11일 이전에 건설된 모든 시설물은 정당한 편의제공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무조건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편의증진법보다도 훨씬 후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전했다.

▲제21조 - 정보통신·의사소통 영역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장애인이 정보통신망에 접근하기 쉽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규정만 있었다. 하지만 지난 11일부터는 공공기관, 종합병원, 복지시설, 특수학교 등은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이 요청시 간행물 등 비전자정보를 점자, 전자파일 등 요청한 형태로 변환해 7일 이내에 제공해야한다.

▲제28조 - 직장보육서비스

공공기관 행사 참여, 사법 및 행정서비스 이용, 직장보육 서비스 이용에 대한 지침이 지난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부모의 장애를 이유로 자녀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규정만 있었다. 하지만 1단계 의무발효로 인해 근로자 500명 이상,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의 직장보육시설 설치 의무대상 사업장은 직장보육서비스 제공시 여성근로장애인에게 우선 입소권 부여와 수유지원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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