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에 대한 생색내기 조사사업이 아닌 근본적 제도 개선을!
빈곤층에 대한 생색내기 조사사업이 아닌 근본적 제도 개선을!
  • 웰페어뉴스 기자
  • 승인 2011.05.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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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전국 일제조사에 부쳐

보건복지부는 5월 23일부터 6월 15일까지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전국 일제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이번 전국 일제조사는 복지지원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회적 약자를 발굴, 복지지원을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혔다. 이 조사가 이루어지게 된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지난달 TV에 공중화장실에 사는 삼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영되면서 5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는 거주지 불분명 등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도 해당되지 않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이 있다”, “국가가 일제점검을 통해 이런 사람들을 찾아 보살펴 줘야 한다”라고 지시하였다.

정부 정책이 만든 빈곤의 늪과 복지의 사각지대

이명박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확대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복지서비스를 축소하고, 상품화하는 것도 모자라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원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009년 말까지 2년 동안 절대빈곤층은 50만 명이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로 흡수된 인원은 겨우 2만 명인 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중산층이 대거 몰락하고, 빈곤인구가 늘어가고 있음에도, 기초생활 수급자와 관련된 예산은 역대 최고 복지예산이 증대했다고 정부가 자평한 2011년에도 전년도 163만 2000명에서 160만 5000명으로 오히려 축소되었다.

기초생활보장 예산 축소에 대해 정부는 애초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예산이 불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능력평가기준의 도입, 지방자치단체 예산 축소 등으로 수급자격심사가 더욱 엄격해지고,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사각지대가 더욱 넓어지면서 비수급 빈곤층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정부발표(2009)에 따르면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은 410만 명으로 전인구의 약 8.4%나 된다. 이는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인구의 2.5배가 넘는다. 이런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낳는 제 1의 요인이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보장 수급을 받지 못하는 규모가 전체 인구의 2.13%인 103만 여명에 이른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시설에 있을 때는 부양의무자와 상관없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을 받다가 시설에서 퇴소해 자립생활을 시작할 경우 연락조차 되지 않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지원이 끊기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임시국회 복지부 업무보고 시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4인 가족 기준 243만원(130%)에서 280만원(150%)로 늘려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으나 2011년 예산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

작년 10월에 발생한 장애인 자녀를 둔 50대 아버지의 자살 사건이나, 새해벽두를 앞두고 있었던 60대 수급자 노부부의 동반 자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기초생활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고통받고 있는 빈곤층의 상황은 언론을 통해서나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 활동을 통해서나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절박한 처지에 놓인 가난한 이들을 외면한 채, 이제 와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빈곤층을 찾아나서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참으로 기만적이다.

또한 지적해야 할 것은, TV에 보도된 ‘공중화장실에 사는 삼남매’의 사연이 왜 발생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복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된 복지를 지원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복지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기 이전에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와 불평등 속에서 사회 안전망 없이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한국 사회 구조 속에서, 이런 빈곤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보호장치가 ‘가족’에게만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가족’이 최후의 복지제공자 및 최후의 안전망으로 기능하기에는 그 위험성이 너무나도 높아졌다. 그 위험성은 몇몇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이들의 사례를 조사, 발굴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해도 가난한 사회, 병을 얻거나 장애를 가진 이들은 빈곤의 늪에 영원히 빠져 버리는 절망적인 사회를 바꿔내는 것으로 해결 가능할 것이다.

조사한다굽쇼? 자료 여기 있습니다!

가장 가난한 국민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낮은 최저생계비, 부양의무자 기준, 비현실적인 재산-소득기준으로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일부 사례에 대해 선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예로부터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 말 뜻은, 빈곤은 해결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가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며,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없도록 빈민의 상황과 처지를 바꾸기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빈곤은 나랏님이 선처하면 구제되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 2009년 봉고차 모녀의 사연을 듣고 정부는 이들의 ‘봉고차’를 친히 처분해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넘겨 이들 모녀는 기초생활 수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낡고 처분하기 어려운 자동차가 소득으로 산정돼 기초생활 수급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조항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때, 배추가 비싸니 양배추로 김치를 담그라던 방식의 편협한 발상의 결과였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조사계획이 그러한 수준을 넘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대적인 조사사업을 펼친다고는 하지만 “찾아주세요, 알려주세요, 소외된 우리 이웃”이라는 정부 표어처럼, 화장실 삼남매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없는지 지역 상인연합회, 음식업중앙회 등에 홍보해 신고하도록 하는 계획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했다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탈락한 사례들을 재점검한다고 하지만, 이를 조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 확충 계획도 없이 실질적인 조사 및 점검이 얼만큼이나 가능할지 미지수다. 오늘 기초법 개정 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신청)탈락한 사례를 모아 사례집을 발간한다.

보건복지부는 우리가 모은 51명의 기막힌 사연에 먼저 답해야 할 것이다. 91세 할아버지가 수년간 연락이 끊긴 70이 다 된 딸들에게 부양의무자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받기 위해 연락을 해야만 한다는 사연, 5살에 장애인 시설에 감금되다시피 30년을 살아오다 이제 지역사회에서 살아보겠다고 나오려지만 자신을 시설에 버리다시피 한 부모가 다시 부양의무자가 되는 현실에서 좌절하는 사연...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언론에 나오는 기가막힌 사연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복지 사각지대에서 절망하는 수많은 이웃들이 살아가고 있다.

“찾아주세요, 알려주세요”라고 보건복지부 명의의 포스터를 붙이지 않아도, 정부의 기본적 복지 확충과 개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이웃들이다. 맨정신으로 버텨낼 수 없는 극단적인 빈곤과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웃에 대한 긴급한 복지 지원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화장실 삼남매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시급히 발굴하여 복지 지원을 긴급히 연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정부의 조사, 발굴 이후의 복지 지원‧연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나지 않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알려지기로만 103만명의 복지 사각지대를 안고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4월 임시 국회에서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보건복지부가 예산 부족을 근거로 법 개정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온갖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언사들로 점철된 복지부 홈페이지에 접근조차 못하는 우리의 이웃들을 진정으로 위하고자 한다면, 일시적인 조사와 한시적 복지 지원이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를 낳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다.

10년을 넘겨온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사각지대 부양의무자기준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더 이상 가족에게 빈곤의 책임을, 복지의 책임을 떠맡길 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의 현실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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