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부모회 노익상 회장

한국장애인부모회는 1985년에 만들어져 벌써 26년이 됐습니다. 서울시에 중앙회, 16개 시·도에 지회가 있으며 지회 산하에는 시·군별 지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의 수는 약 250만 명, 그 부모의 수는 500만 명이 되겠죠. 전체 인구의 10% 넘는 수가 장애인의 아빠와 엄마입니다. 그 사람들을 무엇인가를 해보고자 하는 것이 한국장애인부모회입니다. 현재 등록된 회원 수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지원하고자 하는 부모의 수는 상당히 많죠.
 
저는 이만영 전 회장님의 40년 전 제자입니다. 이 전 회장님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셨는데, 저는 학과는 달랐지만 그분이 은퇴하는 날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은퇴식을 생맥주집에서 초라하게 치렀는데, 그 자리에서 ‘요즘 뭐하세요?’라고 여쭸더니 한국장애인부모회에서 일하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제가 진 빚도 많고 도와드리고 싶어서 ‘도울 일이 있어요?’라고 다시 여쭸더니, 한국장애인부모회 후원회를 만들어달라고 하셨습니다.
 
혼자 하기는 어려운 일 같아서 협력할 사람이 있으면 같이 하겠다고 밝혔고, 그 결과 나경원 국회의원과 함께 한국장애인부모회 후원회를 6년 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초 이 전 회장님이 ‘임기가 2011년 3월 말까지니 회장할 사람을 같이 찾아보자’며 기업을 비롯해 장애인부모 당사자까지 여러 곳을 살폈습니다. 그러나 하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자격요건이 안 되고, 자격요건이 되는 경우는 하기 싫어하는 등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제가 후임을 맡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회장직을 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장애인부모’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제 첫째 딸도 망막세포감퇴증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시야가 자꾸 좁아져 언제 실명될지 모릅니다. 혼자서 외출하는 것을 제외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늘 걱정이죠.
 
어느 날 딸이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 나 안 보여.”라고 말할까봐, 그런 날이 언제 올지 모르는 걱정과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마침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살기에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곳곳에 나타나는 계단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1㎞씩 이동하고 지나갈 수 없어서 되돌아오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길들이 많이 열렸습니다. 또 공중화장실에 가면 장애인화장실도 있고,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도 80여 개가 생겼죠.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것들이 미흡합니다.
예를 들자면 관공서나 은행에는 통유리로 된 문이 많습니다. 그것이 닫혀있을 때는 괜찮지만 직각으로 열려있을 때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굉장히 위협적인 무기가 됩니다.
약시나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에게 열려있는 통유리문은 잘 보이지 않는데, 혹시나 얼굴을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면 크게 다치죠.
지하철 계단 시작과 끝에 노란색 테이프를 붙이는데, 외관상 보기 안 좋아서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통유리문에 이와 같이 노란색 테이프를 붙여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예산은 약 8,000억 원으로 1조 원이 안 됩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전체 예산이 34조 원, 복지부 예산중에서도 2.3%밖에 안 되는 수준인 것이죠.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300조 원인데, 우리나라 인구 중 5%가 장애인이고 장애인부모까지 합해 가구로 따지면 15%의 가구가 장애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장애어린이가 있는 집은 가족 모두가 장애인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부모가 어떤 면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보다 더 힘들죠. 희망, 꿈은커녕 절망에서 벗어나기에도 급한 상황입니다.
 
그런 가정이 15%인데, 복지부 예산중에서도 장애인 예산이 2.3%라는 것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하나의 단적인 증거입니다.
 
장애인부모의 공통적인 소망이 ‘내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입니다. 자신이 먼저 죽으면 장애자녀가 어떻게 살아갈지 늘 걱정합니다.
이를 위해서 장애인부모가 기탁한 자금, 사회봉사단체가 기부한 자금, 정부의 예산 등을 이용해 장애성인을 기업체가 책임지고 후견하는 ‘성년장애인후견법’이 마련됐습니다.
3~4년만의 진통 끝에 법안이 통과됐지만, 시행령 등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한국장애인부모회는 성년장애인후견법이 올바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장애인부모회는 부모를 위한 것으로 장애계 단체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장애인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지원센터 운영입니다. ‘아빠와 엄마는 직장에 나가고 있으며, 엄마가 한 달에 한두 번 외출했으면 좋겠다’라고 했을 때 장애자녀를 맡겨놓을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합니다.
 
발달장애인의 현실을 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달리 머물러 있을 곳이 없습니다. 엄마가 24시간 자녀 곁에 붙어있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엄마들이 대부분 우울증에 걸립니다.
 
상담이나 조사를 해보면 자살충동이 100점 만점에 98점이고, 심리상담 프로그램 등을 받고 싶어도 자녀를 돌봐야 해서 나올 수 없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습니다.
 
부모를 위한 심리상담 등을 인터넷으로 운영하고, 장애자녀를 어떻게 교육하고 키워야할지 방향을 제시해주는 게 가족지원센터가 할 일입니다. 한국장애인부모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잘해야 될 가장 중요한 사업이죠.
 
월간지 ‘한마음’을 발간하고 있는데, 100% 복지부가 지원하는 예산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부모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소식을 교환하고, 그를 통해 위로받는 그런 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잡지와 홈페이지를 통해 나가고 있으며, 한 달에 5,000원~1만 원 후원하는 사람의 이름과 액수도 담겨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부모를 위한 여러 가지 행사와 일정도 정리돼 있죠.
 
한국장애인부모회는 전국에 있는 장애인부모, 특수학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전국장애인부모대회’를 엽니다. 보통 9월 말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여는데, 일단 3,000명~4,000명이 모이는 규모로 ‘이렇게 장애인부모가 많습니다’라고 알리는 것이죠.
 
또 장애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 태권도나 무술을 펼치는 등 많은 공연을 펼칩니다. 이는 특정 사람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비장애인에게 무엇인가를 도와주자’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그들의 공연을 봤을 때 ‘나는 저 사람에 비하면 정말 게으른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대회에서는 대정부 건의안을 발표하는데 그때는 정부의 중요한 정책 담당자들도 옵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것들을 통해 성년장애인후견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제주도에 한 30명의 장애인부모들이 갑니다. 1년에 한 번씩 아주재단에서 후원금을 내서 같이 가는 자리입니다. 장애인부모들과 함께 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가고 하는데,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엄마들이 장애자녀로부터 한 달에 2~3일간 시간적으로, 육체적으로 해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장애인부모에게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데, 각 대학교에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센터들이 있습니다.
 
한국장애인부모회는 그러한 곳들과 협조하고 제휴를 맺어 장애인부모들의 시간적 해방, 육체적 고통·정신적 스트레스 줄이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