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칼럼]

최근 장애인차별금지법 ‘정당한 편의제공’의 내용이 우리 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시각장애인의 진료기록부를 점자로 인쇄해서 발급하도록 권고하면서 이 같은 논란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인권위에서는 서울 시내 8개 종합병원에서 시각장애인의 진료기록부를 발급하면서 점자 자료 등을 함께 제공하지 않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의료정보접근권을 제한하는 차별 행위라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인권위는 또한 진료기록부 발급 시 인쇄물 음성변화 바코드를 생성해 제공하거나 점자화한 자료 또는 표준 텍스트 파일 등을 함께 제공할 것을 제시를 했고요. 급기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국 종합병원이 시각장애인에게 진료기록부를 발급함에 있어서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도록 지도·감독을 실시할 것을 권고를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 시내 8개 종합병원에서는 일제히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현재 점자 프린트가 마련돼 있지 못하다는 것을 우선으로 들고 있는데요, 또한 점자로 변역하기 어려운 전문적 의학 용어가 많아서 점자로 발급이 곤란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또한 병원진료 기록은 병원이 환자에게 시행한 진료와 치료에 관한 모든 내용을 기록한 법적 문서로 가공하기가 힘들다는 점도 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 진료기록부 발급 관련 법령에 진료기록부 발급 요청 시 종이 문서 외에 다른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법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으면 차별이 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이 법에는 2009년 4월 11일부터 전자정보 및 비전자정보에 대해 시각장애인이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쇄물 음성변환 출력기, 장애인용 복사기 또는 이에 상응하는 수단을 제공할 것도 명시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법적 요건들을 볼 때 분명히 차별이 맞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정당한 편의제공’을 어디까지 볼 거냐 하는 점입니다.

미국의 경우 1990년 미국 장애인법, 미국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 때 1990년부터 2020년까지 해야 될 내용 그러니까 합리적인 편의제공에 대한 내용을 제시한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당한 편의제공의 범위 수준을 연도별로 정한 것이 일부 있긴 하지만 아주 미흡한 수준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시각장애인 점자진료 기록은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장애당사자의 권리 찾기 목소리도 있어야 하겠지만 장차법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전혀 모르는 국민이 55%에 달하고 있는 이런 시점에 있어서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사회의 책무가 아닌가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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