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DPI 김대성 사무총장

한국DPI의 D는 ‘Disabled(장애)’, P는 ‘Peoples(사람들)’, I는 ‘International(국제)’의 약자로, DPI는 국제장애인연맹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DPI가 널리 알려져 소통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국장애인연맹이라고 쓸 수도 있지만, DPI를 알려야겠다는 의미에서 DPI를 쓰고 있습니다.
 
1981년에 만들어져 현재 132개국의 회원국을 두고 있으며, 전 세계 5개 대륙별로 회원들이 모여 총회 및 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예전에 ‘장애인복지’라고 하면 의사, 전문가, 관련학계 교수, 물리치료사 등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의 삶에 관여하고 영향을 미쳤습니다. 장애인의 삶도 장애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것이 인권의 시작이자 존중돼야 하는 부분이라는 의식과 함께 ‘Our One Voice(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라는 표어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UN에서도 장애인들의 자문을 받을 때 DPI를 포함한 국제조직을 통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탈시설과 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 제정 촉구를 위한 국토대장정을 다녀왔습니다.
 
이전에는 ‘수용시설’이라고 불렸던, 시설이라는 자체가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수용시설이라고 불리지 않지만, 여전히 장애인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분리해 집단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엄연히 인권침해라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이미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는 시설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시설이 더 확대되는 추세에 있어, 지속적으로 진정성을 담아 요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국토대장정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약 450개의 시설이 있으며, 그곳에 있는 장애인의 수는 2만5,000명 정도 됩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아직도 시설에서 살면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토대장정을 통해서 사회에 시설의 문제점을 제기했다는 것은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국토대장정의 경우 장애인 당사자를 통해 ‘왜 시설에서 살 수밖에 없었는가’, ‘시설이 장애인에게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등을 알리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홍보도 덜 됐고, 아직까지는 초기라고 봅니다.
 
앞으로 해마다 행사를 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시설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고, 장애인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탈시설과 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전동휠체어를 처음 타봤습니다.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중증장애인이어서, 제 걸음으로는 전동휠체어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함께하기로 했는데,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는 게 보기보다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장시간 운전하니까 손에 쥐가 나서 좀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다른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재밌었던 것은 국도변에서 큰 차가 지나가면서 경적을 울려서 깜짝 놀랐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월드컵 응원 박자에 맞춰 경적을 울리며 응원해줬던 것이었습니다.
큰 도시에 갈 때마다 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교통이 통제돼 불편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수와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런 것을 봤을 때 우리 사회는 이미 장애인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장애인은 분리돼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시설에서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시설에서 나와서 장애인들이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뿐만 아니라 주택, 소득보장, 편의시설, 동료상담 등 여러 가지 제도적으로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필요한 것들을 다 모아 민간차원에서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몇 번의 토론회를 거쳐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며, 아직은 준비단계에 있습니다.
 
장애인등급판정 또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국토대장정 참여자 중 한 사람이 통증장애를 겪고 있는데, 15가지 장애유형에 속하지는 않으나, 활동보조인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는 경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우리나라 장애인 등급제는 통증을 장애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 장애등급 외 판정을 받았고, 기존에 받았던 활동보조서비스도 못 받게 돼 항의를 하게 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장애인등급제가 반인권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해서 ‘몇 급, 몇 호’라고 낙인을 찍는 효과와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행정적으로 봤을 때는 등급에 맞춰 서비스와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편할 수 있겠지만, 장애인 입장에서는 등록증을 받아 움직여야 하는 자체가 굉장히 위축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앞으로 당사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등급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습니다.
 
한국DPI는 지난 2009년부터 장애인문화예술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장애인의 문화 부분 역시 아직까지도 굉장히 열악한 상태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영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획했습니다.

장애인문화예술축제 개막식은 9월 29일, 30일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이뤄집니다. 장애인문화예술 단체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데, 두 달간 미술제, 영화제, 연극제, 가요제 등 다양한 무대가 마련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응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해까지 제2차 아·태장애 10년 기간입니다. 다음 해 열리는 에스캅회의에서 10년을 연장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 기간을 2013년부터 2022년까지로 정하고, ‘아시아와 태평양 국가들이 어떻게 하면 장애인의 삶의 질과 인권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결의를 담을 것입니다. 아직 우리사회는 아·태장애 10년 기간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열악한 아시아권의 장애인 인권이 함께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이와 관련된 활동을 열심히할 계획입니다.
 
한국DPI는 장애인 당사자 단체로 장애인의 주도권, 자기결정권, 자기선택권을 주장합니다. 장애인의 문제를 서비스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권 문제로 바라볼 것 또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장애인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제반과 지원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부터 홍보하는 것까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많은 장애계단체들이 힘을 규합하자는 의미에서 끊임없이 다른 장애계단체들과 대화하고 홍보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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