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폴라리스 이정민

 “제가 작곡가니까 앞으로 곡을 만들고, 곡을 세상에 들려줌으로써 수식어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작곡가가 아니라, ‘작곡가인데 몸이 좀 불편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최근 ‘언젠간’이라는 앨범을 발표한 작곡가 폴라리스 이정민(29, 뇌병변장애 1급)입니다. 이번 앨범은 보컬이 들어가 있는 6곡 MR 2곡 연주곡 1곡 모두 8곡이 담겨 있으며, 이기적인 사랑을 표현한 앨범입니다.

아직 인지도는 없지만,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음악들을 듣고 댓글을 남겨주는 누리꾼들이 많아 기분이 좋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가수에게 곡을 주는 게 작곡가인데, 저는 신인이다 보니 곡이 팔리지 않습니다. 때문에 곡을 가수에게 주는 것보다 앨범을 내는 게 빠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인터넷 방송에 제가 작곡하는 모습을 찍어서 내보냈는데, ‘이런 사람도 있구나’ 등 누리꾼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것을 본 작곡가들이 편곡을 도와주겠다고 연락을 줬고, 그렇게 해서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작곡가를 비롯해 언론사에서도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가수를 찾는다는 광고를 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전자우편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참여하겠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곡에 맞는 목소리, 또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찾느라 일일이 답하지 못했는데, 그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주제곡 ‘언젠간’은 고은 씨와 우은민 씨가 함께 불렀습니다. 제 이야기도 들어가 있고, 비유를 해서 좀 쓰기도 하고,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가사가 ‘나를 좀 기다려 달라’는 내용인데, 저는 부산 사람으로 부산에 있는 모든 추억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등 뒤로 하고 서울로 올라올 때 만든 곡입니다.

앨범 작업 중 일화라면, 여러 명의 가이드 보컬을 만난 것입니다. 음악을 제게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제가 기획사에 속하거나 유명한 작곡가가 아니어서 꺼려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특히 앨범 녹음할 때 장마철이었는데, 녹음실이 지하에 있었습니다. 비오는 데 지하까지 내려가고 올라오는 게 힘들었지만, 가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녹음이 빨리 끝날 수 있었습니다.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제가 어릴 적 우리나라에서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비록 제가 혼자서 못하는 일도 많고 하지만, 부모님은 제가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대부분 다 해주셨습니다.

서울로 온 지 1년 정도 됐습니다. 6년 전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라는 곳에서 사운드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제가 영상편집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서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편집실로 들어가야 하는데, 녹음실로 잘못 들어간 것입니다.

녹음실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 편집실인 줄 알고 있는데,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바라봤습니다. 듣다보니까 재밌어서 계속 들었고, 마지막 교육이 끝날 때쯤 ‘음악을 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 개인 지도를 한 번 받아보라고 해서 6개월~8개월 정도 지도를 받았습니다.

사실 옛날부터 마음에 드는 음악이 있으면 그 음악만 1년 내내 듣는 등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음악을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늦은 감도 들었습니다.

개인 지도 받을 때 음악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음악을 배우다보니까, 지구상에 있는 몇 억 곡 중 새로운 곡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열심히 차근차근 노력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유명 가수에게 곡을 주고, 영화·드라마 OST를 만드는 게 목표이자 꿈입니다. 최종 꿈은 연예기획사를 차려서 가수 및 연기자를 배출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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