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성명서] 한나라당과 진수희 의원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계획 발표에 대해

한나라당과 진수희 의원은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파장을 일으키자, 사회복지법인이 취약계층의 보호라는 본연의 공적가치를 구현하도록 하는 일명 ‘도가니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 영화 <도가니> 상영회도 연다고 한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진수희 의원이 <도가니> 파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5년 전 참여정부 시절 공익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논의 될 당시, 한나라당은 ‘빨갱이’라는 이념적인 색깔을 덧붙여가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보수기독교계와 사회복지법인대표들로 구성된 한국사회복지법인대표이사협의회를 중심으로 법 개정을 무산시켰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도가니>의 현장인 광주인화학교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었고, 농성 중에 있었다. 또한 광주 인화학교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사회복지법인 운영하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공금 횡령, 성폭력과 성추행, 의문사 등 수많은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해 시설 밖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이러한 개별 시설 문제를 해결하고,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강원도 철원의 성람재단이 운영한 시설들, 경기도 김포의 석암재단이 운영한 시설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시설비리 문제를 기억하는가? 당시 한나라당은 그 모든 사건에 대하여 무책임과 방관으로 일관했다. 시민인권단체가 나서 공익이사제를 주장하고, 이를 참여정부가 일부 개량적으로 받아서 추진하려했던 사회복지사업 개정 움직임을 힘으로 철저하게 묵사발 시킨 사실은 기억하는가?

그런데 이제 <도가니>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니 ‘도가니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가? 그렇다면 당시 시설에서 발생한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한나라당이 무책임하게 방관한 것 그리고 공익이사제 도입에 대해 반대한 것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시설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로 인해 시설 안에서 묻히고, 제도적 대안 마련이 무산된 것은 한나라당이 일등공신이었다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특히 진수희 의원은 MB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권한과 책임 있는 수장으로 있을 때는 시설비리 문제에 대하여 철저히 무시하고 방관하다가 장관직을 그만두고 이제와 ‘도가니 방지법’을 발의하겠다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한나라당과 진수희 의원의 대책과 발의하고자하는 법안에 담길 내용이 기나긴 침묵으로 묻히다가 이제야 사회적 분노가 되어 진실이 알려지는 상황에서 <도가니>와 같은 광주인화학교, 성람재단, 석암재단 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미봉책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도가니>에 나타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면서 인권침해와 시설 비리를 저질렀던 법인운영자들과 세력들이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를 받으며 또다시 돌아와 장애인을 팔아 시설을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문제가 된 ‘광주인화학교의 폐쇄’를 언급한다. 그것은 왜곡된 해법이며 도마뱀의 꼬리만 자르는 것이다. 법인 자체가 취소되거나 그 운영자 전원이 해임돼야 한다.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이 장애인을 팔아 탐욕과 욕정을 채우는 도구로 활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익이사제 도입과 법인설립허가 취소의 요건이 강화돼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더 이상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시설이라는 갇힌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섞여 살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예산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일명 ‘도가니 방지법’은 수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갇혀 살아가는 문제를 핵심으로 삼고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지원을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법인의 개방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위한 공익이사제 도입과 잘못된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 임원의 연대책임을 강화한 임원자격 박탈을 골자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나라당과 진수희 의원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진실된 공개사과와 더불어 사회복지사업법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에 앞장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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