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 성명서]

지금 전국은 ‘도가니’ 열풍에 휩싸여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개봉 2주째 주말 박스오피스를 장악하며 300만명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국민들은 2005년 세상에 드러난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행 사건에 분노하고 있다. 메아리 없는 함성으로 외면 당했던 당시 사건이 지금과 같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사태 해결 촉구를 원하는 목소리로 바뀐 것은 뒤늦었으나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도가니 열풍이 하나의 사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농아인들이 겪고 있는 의사소통의 장애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전 국민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아인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도가니 열풍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농아인들의 경우 소리를 통한 정보 수용이 아니라 시각을 통한 정보 수용을 하며, 한국어가 아닌 한국수화를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식으로 인해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의사소통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또한 제대로 된 학습권 보장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한국어 문해능력의 결여, 사회적 지지망의 부족 등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일상적이고 전문적인 정보 접근을 하지 못함으로써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전락된 채 살아오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자신의 의사를 원하는 즉시 아무 때나 세상에 토해낼 수 없는 것이 농아인이 처한 가장 크고도 일상적인 어려움이며, 이로 인해 드러나지 않는 심각한 문제들이 농아인의 삶에 만연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 영화 ‘도가니’를 통해 분출된 사회적인 분노와 관심이 우리나라 사학법 및 사회복지사업 관련법의 제․개정으로 이어져 근본적인 예방책을 마련하는 전기가 되어야 하며, 아울러 농아인의 의사소통 장애가 중증의 장애임을 정부가 인식하여 청각.언어장애인이 언어적 소수자로서 직면하게 되는 일상적인 어려움과 위기 상황들을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각 지역에 농아인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더불어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농아인, 중도 실청인 및 난청인, 수화를 모국어로 하는 농아인 등 다양한 의사소통 형태를 가진 농아인의 특성을 감안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2011. 10. 7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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