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 김영일소장

2001년도부터 조선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로 10년간 재직하다, 지난 9월 1일 국립중앙도서관 산하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 소장으로 2년간의 임기를 발령 받았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는 2006년 도서관법이 개정된 이후 2007년 5월에 설립했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는 도서관법에 따라 장애인 서비스에 관한 국가 시책 수립, 각종 도서관에 장애인 서비스 기준 마련, 도서관에 필요한 각종 독서자료·학습교재·이용설명서 등을 제작 및 배포, 특수기기 연구개발 및 전문 인력 양성·계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외 여러 장애 관련 도서관들이 있는데, 이들과 교류 협력하는 업무 또한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각장애 1급으로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시력을 잃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녹내장이 있어 눈이 좋지 않았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집 앞에서 놀다가 넘어져 두 눈이 돌에 찍혀 안구가 파혈돼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됐습니다.
 
초·중·고 시절은 물론이거니와 대학, 대학원, 유학시절,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늘 보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보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 시각장애인이 책을 보기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려웠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많이 노력했지만, 무엇보다 책을 읽어줬던 자원봉사자들, 점자나 녹음 도서를 마련해줬던 기관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대학을 다닐 때 교제를 나눠서 녹음해줬던 친구들이 있습니다. ‘오녹내미말(오늘 녹음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전공도서를 한권씩 맡아서 녹음해줬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는 나 외에도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 또한 도서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소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의 핵심 사업은 무엇보다 장애인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자료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즉, ‘대체자료’를 만드는 것인데,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좀 더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데이지’라고 하는 전자서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영화나 해설이 필요한 영상물을 읽을 수 있도록 화면해설 영화를 만들고, 음악을 전공하거나 좋아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악보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수화도서와 수화영상물도 만들고 있습니다.
 
연간 나오는 도서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전공도서 또는 전문도서를 대체자료 제작 우선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많은 장애인이 읽지 않는 1,000권의 책 보다는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10권의 책이 실제로 더 의미 있다’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원하는 도서를 원하는 매체로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제공하는 것이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입니다.
 
대체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발행 도서의 디지털 파일 납본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시각장애인 도서를 만들기 위해 점자를 아는 사람이 일일이 점자를 찍거나, 육성으로 직접 녹음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정보화시대에 의해 디지털 파일 형태로 된 도서가 있다면 점자정보단말기, 일반 PC 등을 통해 바로 열어서 읽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법이 2009년도 개정되면서 디지털 파일을 국립중앙도서관이 요청할 경우, 출판업자가 파일을 납본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출판사에서는 디지털 파일 유출을 우려하는 입장이어서 납본하는 데 소극적이고 참여가 저조한 실정입니다.
 
미국에는 온라인 전자도서관 ‘북셔’가 있습니다. 여기에 유명한 출판사를 비롯한 일부 출판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파일을 온라인 도서관에 기증하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활한 파일을 유출한다거나 불법적으로 복제해서 전송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없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장애인의 독서 욕구를 이해해야 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장애인과 출판사의 중간역할로 저작권 보호와 더불어 장애인 정보 접근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스마트폰 이용이 대중화됐지만, 현재 일반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e-book은 스마트폰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많아 스마트폰에 내려 받을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이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제공해주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도서관법에 나와 있는 지원센터를 국립장애인도서관으로 확대 개편하고자 하는 도서관법개정법률안이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에 의해 발의돼 있는 상태입니다.
 
2012년은 국민 독서의 해입니다. 지원센터로는 예산이나 인력 면에서 많은 한계가 있어, 이번 정기국회 때 이 개정법률안이 통과돼 2012년부터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을 분관형태로 설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각장애인은 보는 데 있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책은 또 하나의 눈이자, 보는 것을 넘어 더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해주는 통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독서하고 자기 계발에 힘쓸 때, 미래가 밝아지고 보람차다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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