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박태완 서기관

9월 8일 서기관으로 승진했는데, 가족들이 가장 기뻐했습니다. 더불어 주변의 지인과 친구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았고, 평소 연락이 닿지 않던 사람들과도 연락이 닿게 돼 많이 기뻤습니다.
 
저는 정보통신 산업중장기 발전 목표 수립 등 정보통신 정책업무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을 다른 산업분야와 접목하는 IT융합 분야에서 기술개발과제를 관리하고 기획하는 업무 또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4세대 이동통신 시연회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7월 1일부터 ‘LTE(long term evolution)’라고 하는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초당 1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구현해 시연한 기술은 이 다음 세대의 기술로,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했습니다.
 
6초당 최대 6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달리는 버스 안에서 풀HD 화면을 3D로 감상할 수 있는 이동통신 속도입니다. 일반적으로 CD에 내려 받는 것을 몇 초 안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속도인데, 이 속도가 휴대전화에서 가능한 세상이 향후 5년 이내에 열릴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뼈가 약해 자주 골절됐고 수술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게 이어지다보니 지금은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입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아주 잘한 것은 아니었지만 잘하는 편에 속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부 외 운동, 영화 등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봅니다. 그러한 면 때문에 친구들하고 많이 어울릴 수 있기도 했습니다.
 
활발한 성격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부모님입니다. 집안분위기도 굉장히 밝게 이끌어 가시고, 제가 자신감 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주셨습니다. 또한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 원래 꿈은 소아과 의사 또는 한의사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의사를 많이 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갖게 된 꿈이었는데, 사춘기를 보내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3년 내내 한의대를 준비하다가, 3학년 때 한의대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사회분위기 자체가 ‘서서 수련’할 수 없으면 입학할 수 없는 조건들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아시고, 제가 2학기 대학입학 원서 쓸 무렵에 말씀해주셨습니다. 당시에는 다소 충격이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컴퓨터 분야를 선택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도 합니다.
 
2002년 정보통신부로 가면서 건물에 최초로 경사로가 설치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볼 수 있기도 한데, 사회가 알아서 발전해나가는 모습도 보기 좋지만 장애인이 사회에 진출해 사회를 바꿔나가는 모습 역시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초임 사무관 때 정보화통계업무를 담당했는데, 파리 OECD 국제회의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제가 회의에서 대표가 돼 국제회의를 했던 경험도 기억에 남고, 소프트웨어 업무를 담당할 때 구소프트웨어인증제도를 도입했을 때는 국내 소프트기업들한테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소리를 듣게 돼서 보람도 느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2차원 바코드를 읽는 제품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정보통신기기 장애인보조기기사업 담당자에게 소개했습니다. 이후 신문이나 제품 등에 대한 정보를 보다 편리하게 들을 수 있게 된 모습을 보니 굉장히 보람찼습니다.
 
지금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면서 드러난 것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는 해외업체를 보면 아쉽습니다.
 
이제는 국내기업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래서 장애인들의 생활에 더 도움이 되는 기기들도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솔직히 장애인이 사회에 진출하고 나가면 나갈수록, 겪게 되는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되고, 그래야 사회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노력의 바탕에는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제 좌우명 중 하나가 ‘Be yourself’입니다. 장애인은 주눅이 들 때도 많고, 그러다보면 자신의 모습을 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 원하는 방향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제가 맡고 있는 분야에서 더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나라 산업에 필요한 공직자가 되고 싶습니다. 또한 제 뒤에 들어오는 다른 후배에게도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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