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학교 영상미디어 연구소 양종훈 소장

지금으로부터 22~23년 전, 미국에서 유학 생활할 때 시각장애인 부부에게 ‘나를 찍어보라’며 카메라를 준 적이 있는데, 놀라울 정도로 사진이 잘 나왔습니다.
이후 시각장애인도 사진 찍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편의를 위해서는 작은 카메라와 자동초점 기능이 필요한데, 이 또한 언젠가는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07년 시각장애인 사진 교육과 함께 전시회를 하겠다고 동아미술제에 전시 기획을 응모했고, 뜻밖에도 당선돼 주어진 6개월 동안 사진 교육을 진행해 멋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문화 예술 교육을 넘어서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설명해주는 과정은 인성 교육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찬호 선수를 비롯해 몇몇 작가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내줬습니다. 그로부터 5회까지 시각장애인들이 상당한 용기를 얻었고 또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그동안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따로따로 놀았다면, 사진은 두 무리가 합쳐져서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카메라의 디지털 혁명은 이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시각장애인과 사진을 전공한 비시각장애인이 조언자로 참여합니다. 1:1로 짝지어 소통하면서 사진을 찍고, 디지털 사진기로 그 자리에서 바로 교정하고, 사진 수업을 듣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진전이 열리게 됐습니다.

교육하면서 늘 전시회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임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처음은 늘 어렵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카메라 조작법을 굉장히 오랫동안 힘들게 익혔습니다. 결과물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할 때는 참여한 모두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는 교통체증이 일고 있는 구간에서도 그곳만 빠져나가면 막힘없이 갈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이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을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우리의 어른이자 영웅인데, 팔 부분이 잘려있습니다. 보통 한 장면 안에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하는데, 이 사진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나머지 모습이 밖에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은 늘 사물을 손으로 만지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예를 들자면, 손으로 만져보고 조언자에게 바닥에 뭐가 있냐고 물어봅니다. 조언자가 비가 와서 나뭇잎이라든가 이런 게 있다고 설명해주면, 신발을 벗고 싶다 등 하나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거기에서 비시각장애인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열정과 그러한 것들이 늘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축구 해설가가 축구 잘하는 팀을 보고 ‘운동장을 넓게 쓰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공이 왼쪽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 마치 그것처럼 시각장애인은 틀을 폭넓게 사용합니다.
구석에 인물을 넣을 때도 있고, 새 부리만 나와 사진 밖에 새가 있는 것처럼 놀라운 사진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찍었던 사진들이 정통적인 사진인 줄 알았는데, 시각장애인의 사진을 통해 지속적으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교육받는 사람 중에 현재 3년째 같이하고 있는 김민석 씨가 특히 기억에 남는데, 서있는 것도 힘들어할 만큼 몸이 약했고 부모와도 마찰이 좀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사진기술을 통해 용기를 얻고, 부모와 갈등을 풀어나가는 변화들을 지켜봤습니다. 용기도 많이 생기고, 희망도 보이고, 그런 것들을 볼 때 기분이 좋습니다.
 
조언자로 참여하는 비시각장애인의 경쟁률도 치열합니다. 급여를 주는 것도 아닌데, 시각장애인을 통해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인성을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비단 상명대학교뿐만 아니라, 전국 시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마다 다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경비도 들고 열정도 필요한데, 진행해보고 싶다는 지역이 있다면 기꺼이 도울 생각입니다.
 
세계 최초로 사진 교육 책자를 점자로 만들었습니다. 인물사진, 풍경사진, 날씨에 따라 어떻게 사진을 찍을 것인가 등 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서점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찾는 사람이 있다면 무료로 제공합니다.
 
서울문화재단의 기금을 받아 이번에 ‘2011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서울’ 전시를 열었는데,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지난 달 7일, 서울시에서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 사단법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제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식적인 체계를 갖춰 사진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사진을 통해서 복지정책을 시행해보려는 꿈도 갖고 있고, 2012년에는 미국 뉴욕에 있는 UN 본부에 가서 한국 시각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을 자랑해볼까 합니다.
 
시각장애인 중 사진에 관심이 많다면, 지금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의 가까운 것부터 찍으시길 바랍니다. 손으로 만지면서 찍어보면 굉장한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12년도 모집은 상명대학교 홈페이지 및 장애계 관련 단체 홈페이지에 공지되며, 복지TV 홈페이지에도 띄우도록 하겠습니다.
 
2012년에도 11월경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며, 세계적인 시각장애인 사진작가가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도록 개인전을 열어보려는 원대한 꿈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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