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홈리스행동 성명서]

2월 27일, 18대 국회는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회는 새누리당 이인기 의원 대표발의안, 정부 발의안 등 총 6개의 법안을 토대로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을 만들고 원안 가결한 것이다. 국회는 법 문장의 표현을 쉽고 간결하게 하고, 시대변화에 따라 경범죄 항목을 수정하기 위한 것이라 개정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개정법률이 빈곤을 범죄화하는 대표적인 법률로 손꼽힐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선, 개정 법률은 3조 1항에 “공공장소에서 구걸을 하여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행위를 경범죄에 포함시켰다. 위와 같은 행위를 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하게 한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다른 사람을 구걸하게 하여 올바르지 아니한 이익을 얻은 사람”을 처벌하게 했으나 이를 확대하여 구걸행위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6개 법률안 중 유일하게 행정안전위원장이기도 한 이인기 의원 대표발의안에만 들어있던 내용이다. 국회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타인의 통행방해 등을 초래하지 않는 단순 구걸행위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위협적이거나 무례한 방법에 의한 구걸행위, 집요한 구걸행위”만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국회가 주장하는 구걸행위는 종전법률은 물론 개정 법률에도 담겨있는 “불안감 조성” 항목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두 법률 모두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거나 주위에 모여들거나 뒤따르거나 또는 몹시 거칠게 겁을 주는 말 또는 행동”을 처벌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근거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구걸’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단속권자에게 구걸행위 자체를 금지시킬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한편, ‘통행방해’, ‘귀찮게’란 기준은 단속권자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무차별적 단속의 명분으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더불어 개정 법률은 범칙금 통고처분자를 “철도특별사법경찰대장”으로 확대하였다. 경찰과 더불어 철도경찰에게도 단속현장에서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즉, 개정법률에 따라 극단의 빈곤에 처해 구걸로나마 연명하려는 이들은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걸 장소에서 즉각적으로 10만원이란 범칙금을 부과받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구걸은 분명 빈곤에서 파생한다. 생계와 고용이 파탄난 빈곤층이 자구책으로 선택한 유일한 삶의 형태인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400만 명에 달하고, 그나마 최저생계를 보장받던 수급자들도 무더기 탈락되는 현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근로유지형 자활근로 참여자를 지속적으로 축소시키는 현실, 노숙인에게 긴급생계·주거지원을 실시한다며 실제로는 6개월 이상, 근로능력이 없는 노숙인은 제외하는 형식뿐인 긴급복지지원제도 하에서 구걸과 같은 한계적인 삶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18대 국회는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묻어버린 채 빈곤을 형벌로 다스리겠다는, 사실상 가난을 죄로 만드는 경범죄 처벌법은 끝내 통과시키고 말았다.

빈곤을 범죄화하는 개정 경범죄 처벌법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정부는 새 법률의 공포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 구성될 19대 국회는 지난 국회의 과오를 인정하고, 위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경범죄 처벌법 재 개정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2. 3. 7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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