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장애인총선연대 성명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상임대표 두 분이 각각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에 장애인 비례대표로 신청하여 장애계가 소란스럽습니다. 모든 장애인단체장은 물론이고 실무자들도 이런 장애계에서 일한다는 자체에 자괴감과 장애계가 절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두 단체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과 함께 이번‘장애인총선연대’결성을 제안한 주요단체이며 장애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단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 단체를 대표하는 단체장이기에 이번 행동이 미치는 파장과 충격은 감당하기 쉽지 않을 만큼 큽니다.

총선에 나오는 후보자들 대부분은 출마의 변으로 지역주민을 위해서 또는 국가발전을 위해서라는 기치를 내걸고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치와 당위성은 주민의 선출에 의해서 선출될 때만 신뢰받고 검증받는 것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장애인비례대표도 모두 장애인의 복지발전과 인권증진을 위해 출마한다고 하지만 누가 검증하고 당위성을 부여하겠습니까.

그간 장애인비례대표는 각 정당이 공천하여 장애대중이 검증하는 과정조차 없었습니다. 정당이 일방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이유로 장애인 계층을 대표하는 비례대표로 지목하면 우린 말조차 못하고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총선연대는 두 분 회장님도 앞장서 이제 우리들이 스스로 우리의 대표를 선출하여 추천하기로 한 것입니다. 두 분의 회장님을 비롯하여 장애인단체 지도자들의 현명한 시도였으며 장애계 모두가 환호하며 찬성하였습니다.

장애계가 경험하지 못한 과정을 만들어 가면서 다소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합의한 규정대로 우리들의 후보추천자를 선정했습니다. 이를 두고 장애대중 누구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기보단 뿌듯한 자긍심과 감동까지 경험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서로를 격려하였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두 분의 회장님은 본인들이 리더가 되어 만들어간 과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사태를 만들어 모두가 믿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장총련·장총의 두 상임대표분들은 장애인비례대표가 되기에 누구보다 적임자인 것을 인정합니다. 의정활동을 한다면 누구보다 잘할 것이라고도 믿습니다. 두 분이 가진 리더십은 이미 대표적인 연합단체를 이끌면서 검증되었고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리더십의 더 큰 의미와 가치는 약속을 지키는 신뢰입니다. 민주주의란 결과보다도 과정의 민주적 절차를 더 중시하기에 절차의 민주주의라고도 합니다. 악법도 법이란 말처럼 비록 만든 규정이 마음에 안 들어도 모두의 합의가 있었다면 이는 존중되고 지켜져야 합니다.

우리가 선출한 비례대표 후보를 무력화시키고, 장애계 전체를 웃음거리로 만든다면 그동안 두 분이 쌓아놓은 리더십은 올바로 평가받지 못할 것입니다. 국회의 장애인비례대표직은 단체장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장애계와 소통하고 지지 받아 장애대중이 원하는 것을 앞장서 실천해 나가는 것은 어디에 있던 같을 것입니다.

장애인의 정체세력화가 장애인단체의 정치예속화로 전락하고, 장애대중을 위한다는 명분이 장애대중의 의사와 상관없이 개인의 영화를 위한 것으로 변질된다면 우리 모두의 재앙입니다. 정치를 감시하고, 당당히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위정자들이 우리에게 주목하게 하는 것은 두 분 같은 지도자가 우리와 함께하며 앞장서 줄 때 가능할 것입니다.

이미 엎어진 물이고 내친걸음이라고 그대로 가면 안 됩니다. 누구도 고민할 수 있는 과정에서 한 번의 실수라 인정하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장애계는 다른 사회 계층과 다르게 우리는 하나라는 동료 의식이 강합니다. 모두는 철회하는 결단과 용기에 박수와 더 큰 신뢰를 보낼 것입니다.

아직 많은 역할이 남아있습니다. 장애인단체들의 열망을 아시기에 우리가 밟은 과정을 인정하고 정당이 받아줄 것을 앞장서 이끌어 가야합니다. 우리 과정에서 겪었던 오류와 실수를 보완하고 더 발전시켜 다음에는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장애계가 사회에 귀감이 되는 선례가 되도록 논의해야합니다.

이 글을 쓰고 발표하는 과정까지도 쉽지 않은 고민이 있다는 것을 헤아려, 지금의 결심보다 더 크고 위대한 결정으로 장애인비례대표 신청을 철회해 주시길 간곡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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