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고 말 많았던 국가인권위원회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1년간 장기 미해결 사건이 2010년보다 10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 처리한 사건 수 역시 2010년에 비해 18.3%나 줄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집단 진정 등 특수요인,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으로 정원이 208명에서 164명으로 축소한 것, 직권조사 등 기획조사가 증가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장기 미해결 사건이 10배 이상 늘은 것은 결코 ‘그럴 수도 있다’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높아져 가는 문제 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장애계단체는 지난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장애인차별 시정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이 많아질 것을 고려해 장애전담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인권단체 역시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유일한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2009년 3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최종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해 10월이 돼서야 21명을 충원했으나 뒤늦고 미비한 대책이었다. 그리고 이는 마침내 장기 미해결 사건 급증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명자료를 통해 내놓은 대책은 급한 대로 때우자는 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인력인데 장애차별조사과2과를 신설해 장기 미해결 사건 중점 처리 기간을 설정해 1/4분기 내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또 숙련도 차이로 생기는 지연을 막기 위해 2~4인 협업체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적어도 사회적 약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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