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성명서]

지난 4월 9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런 지적장애인들을 외딴섬 양식장 등지에 팔아넘겨 노예처럼 강제노역을 시켜온 일당 11명이 경찰에 적발되고 이 중 A씨가 구속되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군산시내 여관을 운영하면서 “먹여주고 재워주며 돈도 벌 수 있게 하겠다.”식으로 꾀어 1992년부터 100여명의 지적장애인을 군산, 목포 지역의 어선과 낙도 등지에 인신매매와 성매매, 강제노역 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가운데는 30년 가까이 한 푼도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임금은 물론 작업 도중 부상을 당해 수협에서 받은 보상금마저 뺏긴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2007년 4월 부산에서 장애인을 꾀어 김양식장에 팔아넘긴 일, 2011년 5월 낙도 어선 등에 팔아넘긴 인신매매 사건 등으로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정복 위원(당시 한나라당)에게 경찰청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실종자 수가 2008년서부터 2년 새 무려 38% 다시 증가하고 이들 가운데 미발견율이 해마다 2배씩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0년 7월 5일, 실종된 후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발달장애인 사건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 정신병원을 상대로 공익소송이 있었는데 국가와 지자체가 신원조치를 할 의무를 다했느냐’가 본 사건의 핵심쟁점이었다. 이에 법원은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기본권을 다하지 않고 정해진 시스템에만 의지한 점을 지적하여 판결로 승소했다. 공무원이 실종된 발달장애인의 신상을 파악하는 기본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했다면 본 사건과 경찰청 제출 자료와 같은 상황이 2009년 12월 경기도 안성에서 공무원의 무성의한 업무처리로 인해 발달장애인이 실종된 어이없는 사건처럼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 10월 24일 기사에 따르면 3, 5, 9월에 실종된 장애인에 대해 실종가족, 공무원 등이 장애인생활시설 등에 직접 찾아가 무연고자의 유전자 채취 등의 일제수색을 통해 579명의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의 신원이 확인되었다고 경찰청 관계자는 말했다. 이런 신원확인 작업을 국가, 지자체의 공무원이 평소에 정기적으로 철저히 수행했으면 어땠을까?

일자리와 먹을 것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정도의 인지능력을 갖고 있는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자이다. 이러한 발달장애인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성인발달장애인들을 향한 국가차원의 자립생활지원 정책이 전무하기에 능력이 상실된 노부모와 같이 살거나, 가족이 없는 경우 사실상 이들은 아무대책 없이 방치되어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직업 등의 경제활동 기반이 이들에게 마련되어 있지 않아 가해자에게 인신매매를 당할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37조의 "누구든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의 특정 정서나 인지적 장애 특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로 명시되어 있는바 이제 국가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 정착금을 지원하고 공공임대주택 대폭 강화 및 중증장애인 전세주택제공사업 제도화를 실시하는 등 구체적인 자립생활 지원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직업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임시보호소를 지자체별로 확대설치하고 그 곳에 실종전문수사팀을 즉각 투입하거나 국가, 지자체에서 실종된 발달장애인의 유전자·지문 채취 등의 정기적이고 철저한 일제조사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신상을 알아내어 실종자를 줄이는 등 국가차원의 강력하고 구체적인 발달장애인 실종자 찾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상,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내용을 정리한다.

하나,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구체적인 국가차원의 자립생활지원 정책 마련하라!
하나,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직업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라!
하나, 길을 잃은 발달장애인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거처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하라!
하나, 국가차원의 강력하고 구체적인 발달장애인 실종자 찾기 시스템을 구축하라!

2012. 4. 17
사단법인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 이 글을 작성한 이원무씨는 발달장애인으로 현재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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