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국가와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한다'
'발달장애인, 국가와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한다'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2.04.2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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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강은주 학생이 학교에 갈 준비를 합니다. 바쁜 아침에도 어머니의 곁에 붙어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 여느 또래와는 사뭇 다릅니다.

은주 학생은 원래 나이대로라면 고등학교여야 할 나이지만 중학교 3학년입니다. 재활치료 등을 위해 입학을 1년 미뤘기 때문입니다.

은주 학생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생후 6개월 때 소리를 잘 듣지 못하고,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는 은주 학생. 이상한 점을 발견한 어머니 김현숙 씨는 병원을 찾았고,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음악과 강아지를 좋아하고, 사람의 이름과 사는 곳에 관심이 많은 은주 학생은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손을 물어뜯습니다. 더군다나 몇 년 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예전보다 장애정도가 무거워져 보호자 곁을 지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머니 김현숙 씨의 일정은 은주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야 시작됩니다.

저는 엄마들 중에서도 되게 씩씩하고 활달하고 활동도 많이 하고 다른 사람보다 교류도 많은 편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일반 사회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렇지(활달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많이 느껴지고 우울감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엄마들이 그래서 자기 자신감이 없고 뭔가 무기력하고

(벚꽃이 만발한 것 봐도) 별로 감정이 없어요. 그냥 아 계절이 봄이니까 피었구나, 예쁘다, 이거지. 어디 진해군항제라도 가볼까? 엄두가 안 나죠.

은주 학생은 매달 70시간가량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부모가 모두 경제활동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은주 학생의 심리적 불안감과 의사소통 등으로 주말을 제외하고는 어머니 김현숙 씨가 함께합니다.

INT. 강은주 학생 어머니 김현숙(48) 씨
아빠도 직장을 다니고 저도 검도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 거의 운영을 못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관리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거부해서 남의 손에 맡겨놓다시피 해서 거의 망했어요. 그러다보니까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죠. 아이 때문에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이중고 삼중고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스럽죠.
무엇보다 김현숙 씨의 가장 큰 걱정은 은주 학생의 고등학교 졸업 후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성인기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자립생활이 어려워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힘든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INT.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
발달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지적 기능의 제한이라든가 이것으로 인한 일상생활 적응이라든가 사회적응 등 어려움으로 전반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여러 가지 보완적·대체 의사소통 수단만 제공되면 일정 수준의 의사소통까지 가능하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그런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도 되지 않고 사람과 사람 간의 인간적인 상호작용조차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다 신체적 장애인들에게 맞춰진 물적·인적 지원만을 장애인복지의 전부인양 생각해왔습니다. 막상 발달장애성인들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보니까 거의 대부분이 시설이나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나와서 본인이 직업을 가지면서 자아를 실현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지역사회에 이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사회적 지원이 없기 때문이죠.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등 네 개 단체는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를 꾸리고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INT.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
목표는 올 상반기 안에 법안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하반기에 이 법을 갖고 국회를 상대로 입법 활동을 진행하려고 자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만 워낙 쟁점이 많고 기존의 장애인복지서비스와 시스템이 많이 달라 많은 사회적 합의과정과 토론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INT. 강은주 학생 어머니 김현숙(48) 씨
점점 아이가 클수록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껴요. 이 아이는 가정에서 혼자 키울 수 있는 아이가 아니다. 사회와 국가 같이 키워야하는구나. 그런데 사회와 국가는 손을 안 내밀고 있잖아요. 만약에 이게 변화되지 않으면 나중에 진짜 정말 안 좋은 줄 알지만 생목숨 끊을 수 없으니까 시설로 보내야 하는 그런 상황까지 오지 않을까. 제가 좀 힘 있을 때 열심히 투쟁도 하고 요구도 하고 해서 내 아이를 그 지경까지는 안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