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서울 제7회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 문병길 조직위원장

“‘장애인이 무슨 올림픽이냐’는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30개국 2,500여 명의 농아인이 함께하는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에 많은 관심과 홍보를 부탁드리며, 이 축제에 농아인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 7회 아시아태평양농아인경기대회가 오는 26일~다음 달 2일까지 열립니다. 이 대회는 4년마다 각 나라를 순회하며 열립니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00년 쿠웨이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가 석유 파동과 내전 등으로 취소되면서, 12년 만에 다시 열리는 뜻 깊은 대회입니다.

준비 막바지 단계에 다다르니까 바빠지기도 했습니다만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농아인대회는 일반대회보다 운영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육상경기에는 신호등으로 출발을 알리고, 수영은 물속의 형광등으로 출발을 알리고, 수화통역사도 필요합니다.

대회를 잘 치르기 위해서는 45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데, 현재 11억5,000만 여 원으로 준비하다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부심을 갖고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주면 더 잘될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2,5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입니다. 농아인과 스포츠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게 첫 번째 목표며, 아시아·태평양 농아인의 화합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세 번째 목표는 국제농아인 스포츠의 강국이 돼 유능한 농아인 선수와 지도자를 양성할 기반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대회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화합하는 축제가 되길 소망합니다.

저는 서울특별시 농아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 25개구 지역에 한국농아인협회 각 지부와 수화통역센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또한 야간통역서비스 및 주말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화 전문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서울농아인여성지원센터, 서울농아노인복지관, 서울농아피해법률상담센터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농아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오해를 많이 받는데, 겉보기에는 신체적 장애가 없어 장애인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 학교와 가정 등 사회에서 원만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으로 화제가 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그밖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는 사례도 많습니다.

‘말 못하는 벙어리’, ‘지능도 낮은 바보’ 등 농아인에 대한 선입견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힘없는 약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또한 청각장애인으로서 어릴 적 공공장소에서 수화를 사용하면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등 사회적 장벽이 너무 높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만, 지금은 차츰 인식이 변화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농아인의 모국어는 수화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열병으로 인해 청력을 잃게 됐으며, 가족 중에서 농아인은 저 뿐입니다. 가족 간의 의사소통 방법으로 글씨를 쓰기도 했는데, 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표준수화를 익혔습니다.

수화는 또 하나의 언어인데, 외국인들에게는 영어로 인사하면서도 같은 한국인인 농아인에게는 수화로는 인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수화전문교육원에서 배우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앞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농아인이 비농아인과 소통하며 어울려 살기를 기대합니다.

제가 한국농아인협회를 알게 된 것은 체육대회 선수로 활동하면서부터인데, 당시 한국농아인협회는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습니다.
농아인의 권익 증진을 위해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990년대부터 한국농아인협회에서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취임한 뒤 지난 3월 수화통역사센터 2개소를 신설했으며, 현재 서울시 각 구마다 수화통역사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농아노인지원센터 및 수화전문교육원을 운영하면서 무료 수화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농아여성지원센터 또는 농아법률지원센터 등 특성에 따른 전문 시설이 생겨나고, 농아인 고등교육시설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농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거나 불편을 겪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6만 명의 농아인이 살고 있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힘을 모아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에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사회가 농아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올바른 인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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