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아버지’로 불리며 장애인 21명을 입양해 헌신해 왔다는 장씨, 그의 집에서 인권침해가 벌어지는 ‘시설생활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장애인 4명, 이들은 지난 21일 학대와 방임, 가정폭력으로부터 분리 조치됐습니다.

장씨의 집은 대문을 자물쇠로 채우고 집 주위로 철조망이 쳐져 있어 외부의 접근은 물론 소통조차 어려워 보입니다.

장애인들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움막에는 작은 거실과 좁은 공간을 2층 침대처럼 나누듯 칸막이로 나눠진 방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4명의 장애인은 모두 삭발을 하고 있었으며, 이들 중 한명의 팔에는 장씨가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새겼다는 이름과 전화번호 문신이 낙인처럼 남아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장씨는 입양한 장애인들의 수급비를 횡령, 현재 같이 살고 있는 4명은 물론 이미 사망한 사람도 수급비 횡령의 도구로 이용됐습니다.

장씨의 만행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지난 달,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원주시와 충주시에 위치한 병원 안치실에 각각 10년이 넘게 방치된 2구의 시신, 그들은 장씨가 입양한 장애인이었습니다.

12년 전 아사 직전의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왔던 A씨를 포함해 사망한 장씨의 자녀 2명은 시신인계가 거부된 채 아직도 병원 안치실에 방치돼 있지만, 이들의 이름으로 계속해서 수급비가 청구, 장씨는 입양 자녀를 주민등록상 중복 등재시키는 등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수급비를 받아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장씨가 30여년 동안 인권침해와 횡령을 숨겨올 수 있었던 것은 ‘입양’을 이용해 사실상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을 ‘가정’으로 포장해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장씨와 함께 살고 있는 4명의 장애인에 대한 신변확보가 시급한 상황, 지난 달 20일 장애계 활동가와 장씨에게 자녀를 보냈다는 부모들까지 모였지만 ‘가정’이라는 이유로 접근조차 못한 채 기다림이 계속됐습니다.
 

 

INT-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간사
인권침해 정황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는 것인데요. 비장애인 입장에서 보기에는 장애인이면 이런 곳에서 살아도 되지 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돌아가신 분이 병원에서 발견되셨잖아요. 그분은 굶어서 돌아가셨습니다. 아사상태에서 장이 꼬여서 돌아가셨는데요. 그런 상태에서 병원에 10년 동안 방치했다면 안에 계신 장애인들의 상태는 사실 보나마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오전, 드디어 장씨의 집 대문이 열렸지만, 장씨는 계속해서 접근을 거부했고, 경찰과 지자체 역시 ‘시설이 아닌 가정이기 때문에 적극적 대처가 어렵다’는 핑계로 상황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장애계 인권 활동가 - 저희의 요구사항은 우선 저분들(장애인들)이 나오셔서 일단 어떠한 상황에서 지내고 계시는지 차분하게 대화할 것이 예요.
경찰-저분들은 당연히 자기의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권리가 있어서 주거침입이니까. 퇴거해 달라는 것이고요. 거기에 응하셔야 하는 것이고요.

결국 가정폭력상담소에서 가정폭력에 대해 확인, 경찰서로 이동한 후에야 장애인들과의 상담이 진행됐고 늦은 밤 드디어 장애인들은 오랜 학대와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났습니다
 

(ST)

4명의 장애인들에 대한 분리조치가 진행됐던 지난 달 21일 원주경찰서. 장씨에게 자녀를 보냈던 부모와 가족들이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생활이 어려워 장씨에게 자녀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아고, 그런 부모들의 앞에서 그저 자신이 반박할 자료만을 바라보는 장씨에게 가족들은 참아왔던 울분을 쏟아냈습니다.

엄마 우리가 미쳤었나봐. 누구를 믿고 맡겨, 우리가 버렸어 엄마.”

12년 전 사망해 아직까지도 병원 안치실을 나오지 못한 A씨의 가족은, 죽음에 대한 진실을 요구했습니다.

INT-장씨에게 자녀를 맡긴 가족
우리가 지금 알고 싶은 것은, 저 병원에 12년 동안 누워있는 저 사람이 어떻게 하다가 저렇게 됐으며, 또 무슨 이유로 12년 동안 저렇게 가지도 못하고 오지도 못하고 있는지, 그것을 알고 싶다는 겁니다.

그러나 장씨는 친 가족들이 제시한 유전자 검사 결과까지 거짓이라고 잘라 말했고, 가족임을 확인할 수 없으니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가족들의 마음에 비수를 던졌습니다.

INT-장OO씨
- 누구냐고
- 제 동생이예요.
- 그럼 동생인데, 왜 갔다 버렸어요. 왜 갔다 버렸냐고요.

 

 자녀를 사랑으로 키웠다는 장씨, 시혜를 빙자해 장애인을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가족들. 엇갈린 주장처럼 진실공방이 쉽사리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가족들은 알고 있습니다.

INT-장씨에게 자녀를 맡긴 가족
힘이 들다가도 내 오빠가 지금 냉동실(병원 안치실)에 있잖아요. 더군다나 굶어 죽었잖아요. 배가 고파도, 사람이니까 배가 고프잖아요. 근데 배가 고팠다가도 그 생각이 떠오르면 물도 못 마시겠어요.…그래요.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고, 이쪽에서 소송을 걸어서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근데 잘 될 것이라고 믿어요. 아무리 세상이 더러워도 빛은 가려지지 않잖아요.

이제 앞으로 분리조치 된 4명의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주 공간이 확보돼야 하며, 안치실에 있는 시신에 대한 장례절차와 장씨에 대한 법적 절차까지 많은 숙제가 남았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시혜와 동정으로 바라본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권리와 인권을 떠나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INT-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효정 활동가
입양된 모든 사람이 지적장애인이거나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사실상 저항한번 해보지 못하고 그 안에서 그렇게 무기력하게 살아온 시간들이 있었던 것이고요. 또 이것에 대해 선행으로 포장되는 과정들이 가장 문제였던 것 같은데요. 우리사회에서 강자가 약자를 도와주는 일방적인 관계들이 실제로 선행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복지가 정말 무엇인가, 어떤 것이 선의인가에 대해서 제 정의가 필요한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애인들을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던 가정이라는 거짓된 울타리 속 인권침해와 학대, 관리·감독을 피할 수 있다는 허점을 노린 이번 사건은 진정한 선의와 복지가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영상 -정민기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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