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출범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출범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빈곤자와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는 전국 21개 사회민중단체와 136개 장애운동단체가 모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8일 전국의 16개 시·도(서울시·경기도·대전시·대구시·부산시·울산시·광주시·전라북도·전라남도·경상남도·충청북도)의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범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서울지역 공동행동은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그 출범을 알렸다.

빈곤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부양의무제

▲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먼저, 부양의무제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해 자살을 택한 이들의 사례를 들었다.

2010년 12월 31일,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격을 얻지 못했던 한 노부부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자식에게 부양의무를 지우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차가운 골방에서 동반자살했다.

2011년 10월에는 일용직으로 일하던 한 중년의 남자가 장애가 있는 아들의 병원비를 위해 수급신청을 했지만, ‘근로 능력이 있는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수급권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자살을 택했다.

그의 유서에는 ‘우리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것이 있다. 내가 죽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동사무소 분들께 잘 좀 부탁드린다’라고 적혀있었다.

부양의무제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 안타까운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백수였던 사위가 취직했다는 이유로 수급자격을 박탈당한 70대 노인이 시청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딸과 사위의 생활도 넉넉하지 않은 데다 ‘짐’이 되기 싫었던 노인은 결국 제초제를 마셨다.

김 조직국장은 “얼마 전, 빈곤사회연대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혼한 지 12년이 된 장애남성이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딸의 부양의무자인 부인의 소득이 높아졌으니 수급자격을 중지한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의를 제기하자 담당공무원은 현재 부인의 주소를 던져주며 ‘부양기피 서명서를 받아와라’고 했단다. 장애남성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죽음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동안,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을 통해 빈곤자들의 수급권을 박탈하고, 무조건 삭감하고 보는 행정을 일삼아왔다.”고 지적했다.

“진짜 부정한 것은 가난한 자의 삶이 아니라, 가난을 만들어내는 사회”

한편, 지난 4월 ‘보건복지부 장관 따라잡기 투쟁 기자회견’를 통해 김 조직국장은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관리하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의 오류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김 조직국장에 따르면 당시 복지부는 244억 여 원을 주고 한 업체에 사회복지통합전산망 확충을 맡겼으나, 두 달만에 8만 여 건의 민원이 쏟아지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억울하게 수급권에서 제외된 이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해당 업체의 편을 들어주며 ‘잘 작동하고 있다’는 말만 했다는 것.

또한 복지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기초수급자 수가 대폭 감축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감축 편성에 대해 ‘부정수급 등 자격이 안 되는 수급자를 걸러낸 결과’라고 한다. 이들이 부정수급이라며 수급권에서 탈락시킨 가장 큰 이유는 ‘부양의무제’ 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부양의무자로부터 사적이전소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양의무제는 한국 빈곤의 문제를 그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진짜 부정한 것은 가난한 자의 삶이 아니라, 가난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다.”라고 질책했다.

“등급에 따라 나눠 하는 복지는 빈껍데기에 불과”

진보신당 서울시당 이선주 공동위원장은 장애등급제에 대해 발언했다.

이 위원장은 “장애인이 무슨 고깃덩어리라도 되는마냥 등급을 나눠 판단하느냐.”며 “보편적 복지는 필요에 따른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지, 등급에 따른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사자의 필요에 의한, 권리로서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등급으로 제한하며 차별하는 방식부터 바꿔야한다.”며 “정치권은 복지국가를 논하기 전에 장애등급제라는 억압의 구조부터 끊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복지는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라나 사무국장은 “비인간적인 등급제로 인해서 가장 기본적인 삶의 조건도 쟁취하지 못하는 세상을 방관해서만은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공동행동은 앞으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주제 폐지를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 ▲10만인 엽서쓰기 ▲주1회 집중집회 ▲토론회 ▲인증샷홍보 ▲거리퍼포먼스 ▲문화제 ▲영화제 등의 활동을 할 것.”이라며 “정부와 차기 정권이 명확한 답변을 줄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공동행동은 ‘100만인 서명운동과 10만인 엽서쓰기 운동’ 돌입을 선포했다. “10만인이 쓴 엽서는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 및 19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에게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 부양의무제 폐지 문구가 담긴 손팻말.
▲ 부양의무제 폐지 문구가 담긴 손팻말.

▲ (왼쪽부터) 인권연대 장애여성 마실 김광이 상임대표, 진보신당 서울시당 이성진 공동위원장,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
▲ (왼쪽부터) 인권연대 장애여성 마실 김광이 상임대표, 진보신당 서울시당 이선주 공동위원장,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

▲ 부양의무제, 장애등급제 폐지 염원 엽서를 담을 우체통.
▲ 부양의무제, 장애등급제 폐지 염원 엽서를 담을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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