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무형문화재 23호 권무석 궁장

서울시 무형문화재 궁장 권무석입니다. 궁장이란 전통 활을 만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혼을 다해 만드는 사람을 장인이라고 하는데, 옛날에는 장(匠)자를 활 만드는 사람에게만 썼습니다. 그만큼 만드는 데 많은 정성이 들어가며, 궁장이라고 부릅니다.

1979년부터 한국 선수들이 양궁에서 금메달을 60% 정도 가져왔는데, 여러 나라에서 한국 선수들이 활을 왜 잘 쏘는지 궁금해 합니다. 국궁에서의 집중력을 연구하고 접목시켰기 때문에 잘 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궁은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쏘는 것으로, 점수를 올리기 위해 쏘는 양궁과는 다릅니다. 양궁은 몸을 옆으로 틀어서 쏘지만, 국궁은 앞을 똑바로 보고 쏩니다. 물론 몸을 옆으로 틀어서 쏘기도 하지만, 앞을 바로 보고 쏘는 것은 모든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양궁은 쏘는 거리가 70m로 통일된 반면, 국궁은 145m입니다. 점수를 떠나 호흡하는 방법부터 시작해 근육을 100% 긴장시켰다 풀어주는 운동으로,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국궁에는 9계훈과 집궁 제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9계훈은 사랑, 베풂, 성실과 겸손, 신중하게 생각하고 맺고 끊는 것을 정확하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예의를 지키며 바른 몸과 마음을 갖고,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도 말고 잘사는 사람을 탐내지도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집궁 제원칙은 활을 쏠 때 호랑이가 사냥하는 모습을 상상하라는 것인데 처음에는 당길 때는 호랑이가 먹이를 보고 부지런히 가듯이, 가까워져서는 먹기 위해 집중하듯이 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활 쏠 때만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중요한 것입니다.

국궁을 만드는 재료는 물소 뿔, 소 힘줄, 대나무, 뽕나무, 참나무, 민어부레(어교) 등입니다. 재료는 활이 날아가는 거리와 힘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옛날 전쟁 당시 중국의 화살은 100m 안팎으로 멀리 날아가지 못했던 반면 우리나라 화살은 300~400m 날아갔습니다. 재료 중 민어부레는 접착제로 쓰는데, 탄력과 유연성이 좋아 화살을 멀리 보낼 수 있습니다.

활을 만드는 시간은 오래 걸립니다. 완성하는데 평균 3개월이 걸리는데, 날씨에 따라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를 한꺼번에 심어서 거두듯이 이뤄집니다. 여름에는 대나무, 뽕나무, 물소 뿔 같은 것들을 다듬기만 합니다. 날씨가 더우면 풀이 서로 붙지 않아, 영하권에 들어서야 비로소 풀칠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이 활을 만들었는데, 어느 날 형이 ‘우리 집에서 활이 끝났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때가 1970년 제가 가정을 꾸리고 직장생활을 할 때였는데, 저한테 ‘활을 만들어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나서서 활을 만들겠다고 하니 온 가족이 반대했습니다. ‘자기 분야를 제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게 애국’이라는 고집 하나로 형을 데리고 와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일도 많았습니다. 아내가 집을 나가기도 했고, 활을 사는 사람이 없어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초 시작할 때부터 각오했던 부분이었고, ‘가업을 잇고, 1인자가 되겠다’는 일종의 집념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못하지만, 사는 것 자체가 굉장히 즐겁습니다. 아내도 많이 격려해주고, 만드는 것 자체도 그렇고, 활을 통해 건강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국궁을 만드는 데 다행히 아들이 뜻을 따라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내수공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1960년대에는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시간이 흘러 부가가치가 없다보니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언론매체를 보고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대부분 6개월 정도 지나면 중간에 포기하고 갑니다. 힘들고 돈벌이가 안 돼서인데, 앞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국의 활 성능을 보고 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시대로, 실제로 제가 외국에 나갔을 때 배우러 오겠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남산 석호정과 종로문화센터를 오가며 활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국에 태권도를 하는 곳이 5,000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국궁도 태권도 못지않게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일단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에 교육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나아가 전통을 잇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해외 진출을 비롯한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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