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타이 이기섭 관장

K-1 여자 최초 임수정 선수를 길러낸 무예타이 이기섭 관장입니다.

제가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기 전 중국집에서 일했습니다. 그때 사장님께서 굴뚝 교체작업이 필요하다고 해서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옥상에 설치돼 있는 변압기에 감전돼 두 팔을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고통이 빨리 없어졌다는 생각뿐이었고, 상처가 아물면서부터는 꿈이 없어졌다는 기분에 힘들고 암담했습니다. 제가 사고를 당한 뒤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시는 등 안 좋은 일도 일어났습니다. 저를 길러주신 어머니는 제가 다섯 살 때 돌아가셨고 지금의 어머니는 저를 키워주셨는데, 이혼하신 뒤 저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렵고, 사람들의 인식이나 시선도 힘들어서, 주로 집에 있으면서 가까운 친구들만 조금씩 만나면서 생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하게 하자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제가 사고를 당하기 전 건강을 위해 친구에게 격투기를 조금 배웠습니다. 사고를 당한 뒤에는 그 친구의 영향으로 무예타이를 접했습니다. 체육관이 있는 서울로 올라와 친구와 체육관에서 먹고 자면서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두려웠고 주변의 걱정과 반대도 많았지만,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뤄나갈 때 느껴지는 희열과 쾌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제가 체육관을 열었습니다. 제 장애만 보고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난 잘 가르칠 수 있는데 나한테 교육 받지 못하면 본인 손해다’라고 되뇌었습니다. ‘미트 훈련’이라고 해서 미트로 선수의 주먹이나 발차기를 받는 훈련이 있습니다. 미트를 잡고 있는 사람은 손이 떨릴 정도로 힘든 훈련인데, 그런 것도 ‘내가 이런 선수를 길러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즐거웠습니다.

물론 제가 훈련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것은 다 닦아놨지만, 한 단계 향상된 훈련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새로운 지도자를 선임하곤 합니다. 또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가는데, 숙박비를 비롯한 경비가 들어갑니다. 선수들에게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제 선에서 해결하고 있지만,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임수정 선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임수정 선수가 고등학생일 때입니다. 당시 임수정 선수는 살을 빼기 위해 체육관에 찾아왔습니다.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까 운동도 꽤 잘하고 운동신경도 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부터 선수로 키우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고, 그냥 지도자로서 목표를 이야기하고 권유하다보니까 1년 뒤 선수의 길을 가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임수정 선수 전에는 남성선수만 키웠기 때문에 여성선수를 키우는 데 당황스러운 면도 많았지만, 임수정 선수가 워낙 잘 따라오고 끈기 있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품고, 용기를 갖고, 꿈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목표가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나아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주변사람들도 응원해줍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닙니다. 주변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이 있었기에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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