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단기적으로 현재의 틀 안에서 내실화해야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정부는 장애인연금을 기초노령연금과 합해 ‘기초연금’해서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약20만 원)수준을 인상·지급하고,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인 부가급여도 현실화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장애인연금의 급여 인상과 대상 확대를 기초연금의 개편 방향에 맞춰 시행할 것을 제안하는 국정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화에 따른 법 제정으로 장애인연금법이 폐기될 경우,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성격의 부가급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기초연금화할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성격이 달리 규정돼 있는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의 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연금의 대상과 급여수준 등은 어느 범위까지 확대 할 것인지 등 많은 논쟁이 예상된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장애인연금의 기초연금화에 대한 장애계 공론의 장’을 위한 토론회를 26일 개최했다.

장애인연금, 포괄·충분·형평성 등에서 제도적 후진성 보여

이 자리에서 충북대학교 윤상용 교수는 ‘국제 비교적 관점에서 살펴본 장애인연금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윤 교수는 ‘주요 OECD 회원국의 장애인 비기여 최저소득보장제도’를 비교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애인 최저소득보장제도는 사회연금(비기여 자산조사 급여)인 장애인연금.”이라며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18대 대통령 당선인과 집권 여당은 대선 공약집에서 발표한바와 같이 장애인연금을 기초노령연금과 통합해 ‘기초연금’으로 재편하면서, 지급대상을 중증장애인 전체로 확대하고, 지급액도 현재의 2배 수준인 20만 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막대한 재원은 어떤 돈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부유한 계층까지 기초연금을 줘야 하는지, 국민연금 기금이 기초연금에 투입될 경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낮춰야 하는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한 제도 개편의 기로에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장애인연금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비기여 장애인 최저소득보장제도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한 장애인연금 개편 방향을 모색하는 데 유의미한 함의를 제공해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가 밝힌 ‘주요 선진국의 비기여 장애인 최저소득보장제도의 비교’ 중 장애기준 비교 결과에 따르면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일랜드 등 6개국이 장애로 인해 근로능력을 상실했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어 정상적인 소득활동이 어려운 상태를 비기여 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장애요건으로 설정한 반면, 이탈리아 일본 및 우리나라는 의학적 손상 중심의 장애등급(장애율)에 의한 중증장애를 장애요건으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비기여 장애인 최저소득보장제도가 장애가 초래하는 근로능력 손상으로 인한 소득활동의 어려움이나 고용기회의 배제 등 경제적 비보장에 대응해 현금급여 지급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의 소득보전급여임을 고려할 때, 수급 요건으로서 장애 평가의 핵심요소는 개인의 의학적 손상이 근로능력(소득능력)을 어느 정도 손상시켰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근로능력 상실 정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고려되지 않은 채 단순한 의학적 손상 수준에 근거해 비기여 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이탈리아, 일본 및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정책 효과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해 부양의무관계에 있는 가족구성원의 소득 및 재산까지 조사해 연금수급자를 선별하는 사회연금을 실시하고 있는 5개 국가의 자산조사 방식을 비교한 결과, 덴마크와 이탈리아는 장애인 개인의 소득만을 조사해 가장 관대한 자산조사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장애인과 배우자의 소득만을 조사하고 있으며, 아일랜드와 우리나라는 장애인과 배우자의 소득 및 재산을 모두 조사함으로서 가장 엄격한 자산조사 방식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책적 관심이 가장 높은 ‘급여수준’은 금액상으로는 이탈리아와 우리나라를 제외한 7개 국가 모두 월 100만 원을 상회했다. 가장 지급액이 높은 국가는 덴마크로 월 333만7,000원이며, 가장 낮은 국가는 우리나라(월 9만5,000원)으로 확인됐다.

또한 선진 9개국의 비기여 연금의 재원을 비교한 결과로는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일랜드, 우리나라 등 6개국이 조세를 재원으로 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와 이탈리아가 조세와 연기금(보험료)을 공동 재원으로, 일본이 연기금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장애인연금은 수급요건으로서 장애기준과 관련해 근로능력 손상 사정의 객관성과 엄격성이 결여된 낙후된 장애 평가 체계로 인해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대상 효율성이 매우 취약했다”며 “지급액에 있어서는 평균소득대비 비중이 3%로 비교 대상 국가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소득보장정책의 핵심 평가 요소인 포괄·충분·형평성 등에서 제도적 후진성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우리나라 장애인 소득보장 체계의 발전을 위한 기본 방향’으로 ▲기여 최저소득보장제도 도입 ▲장애급여의 지급 대상을 단계적 확대 ▲급여 수준 인상 ▲장애급여의 수급 요건으로서 장애 평가기준을 개선해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장애인이 급여 수급 ▲국민연금이 제도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에도 상당기간에 걸쳐 장애인 및 가구의 최저생활 보장하는 핵심제도로 역할을 수행할 장애인연금의 제도적 발전 모색 ▲최후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내에 장애인가구 특성 고려하는 장치를 마련해 실질적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장애인 가구의 생계 보장 등을 제언했다.

장애인연금, 최저소득보장의 실질적 장치가 돼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도현 정책위원은 “사실 장애인연금이 기초노령연금과 통합된 단일한 기초연금으로 존재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는 그 자체의 제도적 합리성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통합된 기초연금이 다른 공공부조제도와 결합해 ‘최저소득보장제도로 기능하고 발전할 수 있는가’는 장애인연금의 기초연금화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놓고 봤을 때, 장애인연금의 기초연금화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으며, 독자적인 사회연금으로 발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현행과는 반대로 추가비용 보전을 위한 기초급여과 소득 보전을 위한 부가급여로 구성 △최서조득보장의 개념을 도입해 기초급여와 부가급여의 합액이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보장 △기초급여는 데모그란트 방식의 보편수당으로서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급하며, 추가비용에 대한 보전분은 그 취지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에서의 소득산정에서 제외 등의 안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연금공단 “기초연금화는 소득보장 사각지대 최소화해 필요할 것”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실 전유진 차장은 “지금의 장애인연금은 장애인 당사자 및 배우자의 자산조사를 통해 중증장애인 전체에게 지급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회연금.”이라며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화 한다는 것은 보편성과 연금액 현실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OECD 주요국가들이 노화와 장애가 초래하는 소득상실에 대해 각각 독립된 제도로 대응하기 보다는 통합된 제도를 통해 소득보장을 실시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의 기초연금화를 통해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장애인 최저소득보장제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장애인연금의 기초연금화는 장애인 최저소득보장체계 구축을 통해 수급 대상을 보편화해 소득보장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수급금액을 현실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기초연금 ‘로드맵’ 준비 중”… 민주통합당, “기초연금화가 문제점 해결할 것”

새누리당 이달희 수석적문위원은 ‘기초연금의 로드맵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일, 당정협의에서 장애인연금과 기초연금 등에 대해 의원들의 토론이 있었다.”며 “새누리당은 장애인연금, 기초노령연금과 관련해 기초연금법을 다음 달 5월 발의해서 6월 검토하고, 8월 공청회를 열어서 확정하기 위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홍성대 복지전문위원은 “현재의 장애인연금은 급여 수급권과 수준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는 점은 물론, 성격이 다른 2개의 급여가 하나의 제도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화 할 경우 이러한 문제들의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현재 연금 내의 부가급여는 분리해 별도 제도로 발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우리나라 장애인연금 발전 방향의 하나로 기여식 최저소득보장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은 기초연금 이외의 별다른 소득보장 수단이 없는 상당수 장애인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의견을 전했다.

보건복지부, “당장은 어렵지 않나. 내실있게 검토 방안해야”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백은자 과장은 “단기적으로 획기적으로 틀을 바꾸는 것 보다는 현재의 틀 안에서 제도를 내실화해야 한다.”며 “학계나 장애계단체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운영하고 있으며, 장애인연금의 대상 확대와 급여 인상 추진을 위한 세부적인 사항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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