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법 추진 중… “시혜적 내용으로 전락해선 안돼”

▲ ⓒ안서연 기자
▲ 수화언어 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7일 오후 이룸센터에서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안서연 기자

지난해 5월 결성돼 지금까지 1년 6월간 수화언어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온 ‘수화언어 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수화언어권공대위)’가 7일 오후 이룸센터 회의실에서 ‘중간보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 동안의 과정과 실적을 평가하고 남아있는 과제에 대해 검토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수화언어권공대위를 이끌어 온 장애인정보문화누리를 비롯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대표 및 회원이 발언을 이어갔다.

▲ ⓒ안서연 기자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안세준 고문. ⓒ안서연 기자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안세준 고문은 “지난 2011년 영화 도가니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기 전까지만해도 농교육이나 소통권의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기에 우리의 목소리는 너무 작았고, 우리가 가진 힘은 너무 미미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영화 ‘도가니’로 인해 사람들의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장애계·시민단체가 수화언어의 법적 지위를 얻기 위한 운동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고, 이로인해 상당부분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안 고문에 따르면, 수화언어권공대위는 지금까지 ‘농교육 환경 개선’과 ‘수화언어의 법적지위 마련’을 목표로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으며, 청와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지난해 1인 시위 등을 통해 총선과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수용할 것으로 촉구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공약 이행 정책 개발 촉구 기자회견 또한 진행했다.

이로인해 농교육과 관련해 ▲농학교 특수교사 수화통역자격증 취득 공식화 ▲초·중·고등교육 농학생에게 자막·수화제공 정책 반영 ▲초·중·고등교육 농학생에게 보조기기 확대제공 정책 반영 ▲통합학교 청각장애어린이의 거점교육 정책 검토 등을 이뤄냈다.

또한 수화언어와 관련해서는 △총선 및 대선 공약에 반영 △수화언어 제정 국정과제에 반영 △정부의 수화기본법 제정 추진 △국회의 수화기본법 제정 추진 등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이것은 ‘잠정적 성과’에 불과하다는 것이 수화언어권공대위의 입장이다.

▲ ⓒ안서연 기자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상임고문. ⓒ안서연 기자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상임고문은 “국정과제에 농교육 개선이 포함됐지만, 청각장애어린이의 조기 수화교육 의무도입과 일반학교의 수화교육도입, 성인 농인의 교육개선 문제는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수화언어법률도 정부가 추진하고는 있지만 시혜적인 내용으로 전락할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며 “수화언어기본법이 농인의 입장에서 만들어지는 날까지 투쟁을 멈춰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수화언어권공대위는 ▲농교사 확대양성 및 채용 정책 검토 ▲청각장애어린이 조기 수화교육 검토 ▲통합학교 수화통역사 지위향상 검토 ▲일반학교 수화교육 도입 검토 등을 앞으로의 과제로 제시했으며, 아울러 올해 안으로 수화언어기본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영화 ‘도가니’를 통해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문제와 가해자들이 지속적으로 권력을 이어나가는 문제는 조금이나마 해결됐지만,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불거지는 문제나 청각장애인 당사자의 현실에 대한 문제 해결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수화언어권에 대해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그치지 말고, 더 수고를 해야 한다.”며 “법을 만든다고 약속을 받았지만, 법의 내용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이 정도면 됐지’라고 적당히 타협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안서연 기자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함효숙 팀장. ⓒ안서연 기자
더불어 “정부는 ‘정상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장애를 ‘비정상’으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우리는 휩쓸리지 말고 시혜적인 관점이 아닌 권리의 관점에서 수화언어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함효숙 팀장은 “현재 정부의 움직임으로는 열악한 농아인 현실을 완전히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지난 시간 싸워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우자.”고 주장했다.

한편, 수화언어권공대위는 수화언어기본법 발의와 관련해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에서 만든 초안을 놓고 오는 12일 이룸센터에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