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 시혜와 동정 벗어난 권리 옹호 체계로…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의 필요성과 방향’ 토론회 열려

▲ 장애인권리보장 제정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주제로 20일 토론회가 열렸다.
▲ 장애인권리보장 제정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주제로 20일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둘러싸고 각계 대표들이 모여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의 필요성과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20일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복지증진과 사회활동 참여에 대한 기여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인권과 권리보장 측면에서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장애등급과 의료적 기준에 의한 획일적인 서비스의 제공과 장애를 사회적 표본이 아닌 의료적 표본에 초점을 두고 장애를 정의하는 한계, 장애인의 권리를 제대로 옹호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가진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장애인복지는 분리와 보호, 재활의 패러다임에서 자립생활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계의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권과 자립생활 패러다임은 현행 장애인관련 법에 올바로 구현되지 못했고, 현행 장애인복지법 틀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법이라는 형식적 한계도 지적할 수 있겠으나, 더욱 큰 문제는 장애인의 권리와 그 실현 방안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또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등급제 폐지 운동의 완성일 뿐 아니라, 그동안 장애인계가 쌓아온 내용들인 전달체계 개편과 권리옹호, 탈시설화 등의 내용들이 총망라된 결정체.”라 전했다. 더불어 “추상적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행동 할 것인가?, 정말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결 투쟁이야 말로 더욱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의 방향과 주요 쟁점의 큰 틀로 ▲장애인권리보장법 위상의 문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술 ▲장애의 새로운 정의 ▲권리보장에서 출발 ▲장애인중심전달체계 ▲장애인권리옹호(P&Q)의 제도화 ▲표준소득보장금액의 명시 ▲탈시설의 선언과 전화서비스 체계 ▲자립생활의 강화를 제시했다.

이날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장애등록제 여부관련 입장은 대표자 모두 폐지입장으로 입을 모았다. 또한 공급자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를 문제 삼으며, 장애등급기준과 가구소득기준이라는 ‘2열종대 선착순’ 복지체계를 벗어나 개인별지원체계와 개인의 환경과 욕구에 대한 사정이 이뤄져야 함을 밝혔다.

▲ 전국장애인차별철연대 박경석 대표
▲ 전국장애인차별철연대 박경석 대표

각 영역에서 권리 명시하는 등 장애인복지법과의 차별성 지녀야

박 대표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성격과 위치의 문제로서 핵심은 장애인복지법과의 관계라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복지법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맡겨져 추상적이고 강제력이 취약해 행정권력 에 휘둘릴 수 있음을 지적하며, 장애인권리보장법은 각 영역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명확히 명시하여 하위의 규정에 의한 권리침해 소지를 예방하고 각 영역에서 권리에 대한 실현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권리를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법률의 속성상 장애인권리보장법 또한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대부분 포괄위임을 통해 그 구체적인 내용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위임되기 쉽다. 따라서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 된다 해도 법제정에 필요한 예산, 인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여건 마련 등 현실적 수단의 확보 없이는 법제정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구체적 예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들었다. 김 교수는 “장애아동복지원법을 만들 당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아동보육시설협의회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장애아동복지법 제정이후 실질적으로 장애아동과 그 부모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며 “법 제정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실효성 있는 현실적 수단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정책적 수단은 적정한 장애인 복지프로그램의 시행.”이라며 “선언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권리보장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장애인복지 프로그램이기에 법률명을 ‘장애인권리보장법’ 보다는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로 하는 것이 장애인 개인의 실익을 보장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행기관, 예산집행 ‘복지부’ vs 권리옹호 ‘인권위’

장애인권리옹호제도의 핵심 내용은 서비스제공자로부터의 독립성·공적권한 및 공적예산지원 조사권한 소송제기권·인권교육 등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이행 기관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박 대표는 “한국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장애인의 인권보호와 옹호를 할 수 있도록 돼 있고, 조사권·접근권(방문조사권)·시정권고 또는 조정권한을 비롯해 홍보·교육·관행에 대한 의견표명 등의 권한의 상당 부분을 갖는다.”,“하지만 권리옹호는 차별의 문제를 넘어서는 영역으로 인권위의 취약한 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추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 밝혔다.

또한 “현행 서비스법인 장애인복지법의 틀에 권리옹호제도는 적절치 않을 수 있으나, 장애인권리보장법에서는 권리보장과 권리옹호, 장애인중심 서비스 전달체계 등이 효과적으로 결합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에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 센터 이석구 센터장은 “장애인옹호제도는 이를 집행하는 기구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현재 형식적인 독립기구로서의 형태를 갖춘 인권위조차 독립된 운영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는데, 복지부소관 법안과 그 법에 근거한 기구는 더욱 독립성을 담보하기에 많은 현실적 한계를 갖게 될 것.”이라 반박했다.

따라서 “인권위의 취약한 인력과 예산은 보완하고 보다 독립적 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찾게 해야 할 문제이지 소관부처를 복지부로 해야 할 근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명확한 표준소득보장금액 명시 시급

표준소득보장의 문제를 두고서 장애인권리보장법에서 다뤄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장애등급제가 제한하고 은폐해온 대표적 영역이 소득보장의 문제기 때문에 장애등급제 폐지 대안으로 소득보장 제도의 개편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장애계 전반적 견해다.

박 대표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 운동은 현실의 무권리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고, 알량한 장애인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시켜 장애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장애등급제 폐지도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장애인권리보장법에서는 장애인권리협약 등을 근거로 국가와 지자체 소득보장 의무를 명시하고, 장애인의 ‘표준소득보장금액’을 최저임금액이 아닌 1인 가구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사회적 추가비용의 보전을 명시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센터장은 “장애관련 법안 내용 중 상당수가 임의조항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상당부분 비용과도 연관된 문제.”라며 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점진적 달성을 위해 자국의 가용자원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과도한 부담에 따른 정책의 회피 또는 방임을 방지하고자 하지만 물적, 인적 자원의 한계를 인정한다 해도 무한정 늦추거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밝히며 다른 부문의 발전 속도에 맞춰 자원의 배분과 정책의 집행이 이뤄져야 할 것.”을 강조했다.

“탈시설-자립생활은 권리 보장의 이념 자체”

▲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박대표의 의견에 몇가지 이견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박대표의 의견에 몇가지 이견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장애인권리보장제도 내 ‘탈시설-자립생활지원’ 포함 여부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김영희 정책위원장은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통합된 삶을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자기결정과 선택에 근거한 자립생활의 실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며 비판했다.

또한 “‘기본정책의 강구 조항’에서 장애인은 재활치료를 받고 사회적응 훈련을 받아야할 대상·직업생활의 대상·경제적부담의 경감 등으로 장애인을 시혜적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복지조치’ 조항은 파편적·제한적·임시적이어 욕구에 부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통합적·보편적 지원의 내용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결국 총체적인 자립생활지원의 방향과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 없는 자립생활지원 조항이며, 애매하고 임시적일 뿐,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자립생활은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라 권리보장법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 이념이어야 하고 탈시설화가 명시됨으로서 권리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다만 자립생활운동 진영 내에서도 자립생활센터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는 것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고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 소통과 공론화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는 탈시설-자립생활지원을 포함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방법론상에 약간의 이견을 내놓았다.

그는 “탈시설화와 관련해 몇몇 장애인단체의 목소리가 대한민국 장애인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인지, 누가 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자립생활의 핵심가치는 선택과 통제, 즉 지역사회에서의 삶, 시설에서의 삶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지 장애인 당사자가 선택하는 삶이 중요하며 이는 권리로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질의 응답시간에는 김 교수를 반박하는 의견 위주로 이뤄졌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 활동가는 “시설은 장애인당사자의 선택과 통제로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탈시설은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니고 철학이고 가치이고 이념이라 생각한다.”며, “장애인권리보장법에는 탈시설의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교수는 “연구자로서 탈시설 문제를 말하라고 한다면, 장애인당사자에게 시설에서 있고 싶은지, 지역사회에서 24시간 활동보조를 받으며 살고 싶은지 선택권을 주고 싶다는 것”이며 “장애인당사자들이 시설을 선택하지 않으면 시설은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 답했다.

끝으로 그는 “권리보장이란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그 내용과 규모가 훨씬 방대할 것인데, 현재 박 대표가 주장하는 정도의 내용과 규모를 대상으로 과연 장애인권리보장법이란 용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기존 장애와 관련된 법들 중 내용을 접목시켜 개정하는 방향이 표면적·기술적으로 타당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민영신 서기관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내부적으로는 2016년까지 제정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목표를 정한 이유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장애판정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큰 내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토론회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했기 때문에 제정을 더 빠르게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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