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故 박 씨 추모 긴급 기자회견 보건복지부 앞 개최

 

▲ 故박진영씨의 죽음과 관련  6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에서 보건복지부장관 사과 및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故박씨의 죽음과 관련 6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에서 보건복지부장관 사과 및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등급제와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의 문제점을 호소하며 지난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박모(39) 씨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6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등급제폐지·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개적 사과 ▲장애등급판정 전면 중단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중단 ▲활동지원제도 내 장애등급제한 전면 폐지 ▲활동지원제도 추가급여 조건 내 등급제한 폐지 및 모든 장애인으로 대상 확대 ▲장애인 권리에 기반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요구했다.

당초 이날은 故 박 씨의 발인과 함께 노제가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경기도 의정부시와 가족 측의 협의가 미뤄지면서 긴급 기자회견으로 바뀌었다.

故 박 씨는 다섯 살 때 경기를 일으킨 뒤 간질장애 3급 판정을 받았으며, 간질장애 특성상 일하기 어려운 상태로 2009년부터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장애등급 재판정에서 4급으로 떨어졌으며, 올해 5월 27일 이뤄진 재판정에서는 장애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이에 故 박 씨는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돼 기초생활수급비가 끊길 것을 우려, 의정부시 등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故 박 씨는 3일 해당 동주민센터를 찾아 흉기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 6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 긴급기자회견에 놓인 故박진영씨의 영정사진.
▲ 6일 오전 보건복지부 앞 긴급기자회견에 놓인 故 박 씨의 영정사진.

그의 유서에는 ‘의사에게 진료 받을 때 어지러워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했고, 경기로 정신을 잃었다고 했지만 의사는 기록하지 않았다. 더 이상 살기 싫다. 장애등급 판정을 내리는 데 서류만 보는 잘못된 관행을 꼭 바로 잡아 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대표는 “우리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뤄지지 않아 故 박 씨는 죽음으로 밖에 현실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급권에서 탈락되면 자신의 형들과 누나에게 짐이 될까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 달을 넘게 돌아다녔다고 한다. 좀 더 자립생활센터와 일찍 알았다면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한쪽에서는 장애인을 비롯한 수급권자들을 마치 범죄인 취급하고 비천한 사람으로 취급하며 내몰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양쪽을 비웃듯이 바라보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들 단체는 고인의 죽음은 단순 자살이 아닌 정부에 의한 타살이라며, 보건복지부가 만들어놓은 장애등급재심사와 장애판정체계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많은 수급자들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늘 수급권을 박탈 당할까봐 두려움을 호소한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는 고인의 죽음을 사회적인 타살이라며, 장애인등급 재판정을 전면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 故 박 씨의 유서문.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모든 급여를 쪼개 개별급여로 바꿔 수급자를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생계급여, 주거급여는 실제로 늘어날 가능성 없다. 그들이 말하는 ‘맞춤형’은 실제 욕구를 반영 한 게 아니라 죽지 않고 겨우 살만큼만 주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故 박 씨의 둘째 형이 자리해 동생의 억울한 심정을 전하며,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동생은 형제들이 힘들까봐 장애등급이 떨어졌다는 말도 안했다. 오죽했으면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찔렀겠느냐. 동주민센터 직원은 동생이 유서를 복사해 달라며 보여줬을 때도 그저 복사만 해줬다. 이는 죽음을 방관한 것과 다름 없다. 그때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모습만 보였더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장애계에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겠다.”고 어렵게 자리를 함께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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