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서해 일몰에서 동해 일출까지, <38번 국도 여행>

휠체어 여행을 떠나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고 싶어 하는 여가생활이 여행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여가생활은 집안에서 TV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을 보내고 누구나 몸과 마음을 식힐 여가생활을 꿈꾸고 여가생활 중에서도 특히 여행을 꿈꾼다. 안타까운 현실은 장애를 잘 모르는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에게는 이러한 기본적인 욕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도, 목발을 사용해도, 앞이 보이지 않아도, 말을 하지 못해도 모두가 여가생활과 여행을 꿈꾼다.

                                                                                                     -글, 사진 박종균-

서해에서 동해까지, ‘38번 국도 여행’

로버트 프로스트(Rovert Frost)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의 제3연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길은 길에 연하여 있으므로” 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는 의미 일 테다. 우리나라 국도는 홀수는 남북으로 짝수는 동서로 이어진 도로에 번호를 매겼다. 물론 77번 도로처럼 동서남북으로 돼 있는 특별한 경우도 있다. 1번, 3번, 5번, 7번 국도는 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이중에서 특히 7번 국도는 동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져 여행객들에게는 유명한 길이다. 마치 미국 서부의 1번 국도 같다. 다시 짝수로 이어진 길은 남쪽에서부터 2번, 4번, 6번 이렇게 동서로 이어진다. 어릴 때부터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에서부터 서해까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에서 남해까지 여행을 꿈꿔 왔었다. 이제 휠체어를 타는 입장에서는 어려워졌으니 대신 국도 여행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한국관광공사의 장애인 여행칼럼 제안에 선 듯 38번 국도 여행을 제안했다. 38번 국도 여행은 수도권에서도 가깝고 지방에서도 크게 멀지 않으며, 일몰과 일출로 유명한 왜목 마을과 추암 해수욕장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38번 국도 여행은 크게 왜목마을과 도비도, 공세리 성당, 충주의 중앙탑, 무술공원, 충주댐, 제천의 박달재, 의림지, 영월의 청령포, 장릉, 별마로 천문대, 태백의 황지, 석탄 박물관, 함백산, 만항제야생화축제, O2리조트, 해바라기 축제, 동해의 묵호등대, 추암 해수욕장 등을 소개하려고 한다.

해가 지니 달이 뜨네~ 서해의 해 뜨는 마을, 왜목마을

1999년 12월 31일 밤에서 2000년 1월 1일이 되던 그날 밤, 우리나라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에는 도심처럼 인파가 많았었다. 그때 나는 서해안 마량포구에 있었다. 동해안에서 일출을 보러 떠난 지인들은 일출을 보러 서해안으로 가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지금이야 서해안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들 대부분의 사람들도 안다. 서해안에서는 마량포, 새만금, 시화방조제 등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고, 가장 유명한 서해안의 일출 여행지는 왜목마을이다.

하지만 왜목마을에서는 일몰을 볼 수 없어 일몰을 보러 왜목마을과 대산공단 중간쯤에 있는 도비도로 향했다. 도비도 선착장이나 횟집타운 쪽에 나가면 일몰을 볼 수 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소조도와 대조도 사이로 해가 지고 있었다. 도비도에서 일몰을 보며 사진을 찍고 난 뒤 다시 왜목마을로 향하는 대호방조제 위에서 떠오르는 보름달을 봤다. 같은 장소에서 일몰을 보고 나니 월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왜목마을에 돌아와서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에서 월출을 감상하며 식사를 했다.

왜목마을 숙소들 중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숙소는 한 곳이었다. 선라이즈 호텔, 작은 턱들이 있어 휠체어를 타는데 익숙하지 않은 장애인들은 도움이 필요하고, 전동휠체어는 이용이 어렵겠다. 식당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를 해 놓기는 했지만 대부분 급경사라서 혼자 이용하기 힘들다. 장애인 화장실은 몇 군데 있는데 방파제 앞에 있는 화장실 외에는 휠체어장애인은 이용이 어렵다.

▲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슬픈 역사의 현장 속 별들의 향연, 영월

▲ 제공/ 한국관광공사
▲ 제공/ 한국관광공사

외암 마을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38번 국도는 다시 바다를 건넌다. 아산만방조제이다. 아산만방조제를 건너기 전에 공세리가 있는데 공세리 성당도 여행지로 좋다. 물론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경사가 있어 어려운데 주차장에서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에 성당에 전화를 하면 장애인 차량은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공세리 성당을 보고 아산만을 건너면 평택이고 동쪽으로 더 가다 보면, 일죽이 나오는데 일죽에는 서일농원이 있다. 음식 관련 드라마에 많이 나온 곳으로 정갈하다는 느낌이 든다. 휠체어가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고, 식당도 좌식인 점은 아쉬운 곳이다.
일죽에서 더 동쪽으로 가면 충주가 나오는데 충주는 중앙탑, 무술공원, 충주댐 등이 좋은 여행지이다. 충주보훈휴양원은 우리나라에서 휠체어장애인이 이용하기 가장 좋은 곳 중에 하나이다.

충주에서 제천을 향해 가다 보면 박달재가 있고, 제천에는 의림지가 있다. 제천을 지나 동쪽으로 더 가다 보면 요즘 동강으로 유명한 영월에 도착하게 된다.
영월에는 슬픈 왕조의 역사가 있다. 조선 초기 군권과 신권의 싸움이 있었는데 그것이 정도전과 이방원의 싸움이었다. 왕조국가인 조선이 왕권정치보다는 신권정치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이었고 정난공신들은 그 이후에 훈구파가 됐다. 그리고는 택군의 시대가 도래했다. 계유정난을 통해 어린 단종은 유배 떠났고 결국 자살을 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영월 서강에 자리 잡고 있다. 작은 배를 건너야 하는데 아쉽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접근이 어렵다.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아도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은 배를 건너서 강가 자갈길을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단종을 모신 장릉은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다. 비포장길이라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장애인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능까지는 휠체어 접근이 어렵다.

영월 읍내가 보이는 산 정상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별마로 천문대가 있다. 영월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고 천문대로 가는 길이 자연휴양림이기도 한 곳이다. 운전이 서툰 사람은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전에는 리프트를 통해 천체망원경이 있는 곳까지 접근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리프트가 철거되고 대신 승강기 설치 공사 중이라 올라가지 못 했다. 이번 달 중에 승강기 공사가 끝날 예정이라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별마로 천문대는 장애인 화장실은 활동형 작은 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가능하지만 일반 휠체어는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

한국의 옐로스톤, 태백

 

▲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지난여름 천안시 중증 장애인 역량 강화 사업으로 미국 서부를 다녀온 적이 있다. 연수팀 일정이 끝나고 아내와 현지에 남아 조금 더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가 많이 들었던 요세미티, 세콰이어, 등의 국립공원도 들렸지만 많은 이들이 추천을 했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갈 수 있게 해 놓은 편의시설이 참 부러웠던 여행이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국의 지붕에 해당된다. 옐로스톤에서 발원된 옐로스톤 강은 동으로 흐르다 다시 남으로 방향을 바꿔 대서양으로 흐르는데 이 강이 미시피시강으로 흐르게 된다. 태백은 황지에서 발원해 남해로 흐르는 낙동강의 출발점이며, 검룡소에서 출발해 서해로 흐르는 한강의 발원지이다. 먼저 시내 한 가운데 황지가 있으며, 90년 초까지 태백시를 대표했던 석탄 산업을 소개하는 석탄 박물관이 있다. 석탄 박물관도 휠체어장애인이 돌아 볼 수 있는데 곳곳에 경사가 있어 휠체어 이동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고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인 함백산 정상은 운전이 미숙하거나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함백산에 오르는 중간인 만항재 야생화 축제는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고한의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자리에서 출발해서 만항재로 오르면서 야생화 축제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겠다.

태백에서의 숙소 O2리조트 바로 옆의 스키장은 여름에도 콘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 볼 수 있어 좋다. 전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운행하지 않고 있었다. O2리조트의 콘돌라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타 봤던 콘돌라보다 이용하기가 더 쉬웠다. 이외에도 태백은 해바라기 축제, 매봉산 풍력 단지, 고랭지 배추 재배 단지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38국도의 동쪽 끝, 묵호등대와 추암

 

▲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서해의 왜목마을에서부터 달려온 38번 국도는 태백과 삼척을 지나 동해에서 끝이 난다.
그리고 줄 곳 왕복 4차선이었던 도로는 태백의 통리를 지나며 왕복 2차선으로 좁아진다. 오십천을 따라 만들어진 38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도계를 거쳐 신기면 소재지를 지나면서 환선굴과 대금굴 입구가 나온다. 보행에 크게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들러 볼만하다. 그리고 도경리를 지나 북평에 가까워지면서 7번 국도를 만나 끝이 난다.

동해시도 망상해수욕장과 무릉계곡 천동동굴 등 여행지는 많으나 휠체어장애인도 접근이 가능한 묵호등대와 추암 해수욕장을 소개하기로 한다. 동해시는 1980년 이전에는 묵호읍과 북평읍이었다. 옛 묵호에 묵호등대가 있고, 옛 북평 아래에 추암 해수욕장이 있다. 묵호등대는 최근에 이승기와 한효주가 출연한 드라마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해졌고, 추암은 사진작가들에게 일출 사진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묵호등대에 올라가면 묵호항과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바로 묵호동 주민 센터 옆의 동네에는 황태덕장이 있으며, 묵호등대 건너편에는 동해바다와 묵호등대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가 있다. 묵호등대에서 동해바다와 묵호항을 보고 묵호항으로 내려가면 싱싱한 해산물을 싼 가격에 사 먹을 수 있는 묵호항 어 시장이 있다.

묵호항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조금 남쪽으로 내려가면 송정과 북평이 나오고 북평 산업 단지 바로 옆에 추암이 나온다. 촛대바위까지 휠체어를 타고 갈 수는 없지만 연리지 펜션까지는 도움을 받으면 휠체어를 타고 접근이 가능하다. 동해는 7번 국도가 드라이브 길로 유명하지만 바다 가까이 접근해서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길이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동해시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다가 망상해수욕장과 옥계항을 지나 금진 항에서부터 심곡 항까지의 길이다. 이 길은 파도가 조금 거센 날에는 도로까지 파도가 올라올 정도로 바다 가까이 드라이브할 수 있다. 또 한 곳은 동해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추암해수욕장을 지나 삼척해수욕장이 나온다. 전에는 후진해수욕장이라고 칭했던 곳인데 그곳에서부터 정라진까지의 새 천년 도로가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이다. 새 천년도로 끝 무렵에 있는 펠리스 호텔도 휠체어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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