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도가니, 성추행 손길에 방치된 장애학생
부산판 도가니, 성추행 손길에 방치된 장애학생
  • 최영하 기자
  • 승인 2013.10.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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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맹학교 일부 교사 성추행 혐의… 한 교사 직위 해제로 은폐·축소
▲ 부산시민단체는 대책위를 꾸려 부산맹학교 교사 성추행 사건 처벌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28일 부산시 교육청 앞에서 열었다.
▲ 부산시민단체는 대책위를 꾸려 부산맹학교 교사 성추행 사건 처벌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28일 부산시 교육청 앞에서 열었다.

부산맹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이 교내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부산장애인부모회·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부산지부를 비롯한 8개 단체는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28일 부산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확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처벌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부산맹학교 일부 교사들이 교내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사건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해부터였으나  올해 7월 한 교사가 장애계단체에 진정을 접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부산맹학교 학생들의 진술에 의하면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들은 교육을 핑계로 뒤에서 강제로 끌어안거나 안마를 하면서 손을 의도적으로 옷 안에 넣었는가 하면, 심지어는 짧은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지속적인 성추행을 일삼았다.

뒤늦게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지만,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들을 비롯한 학교측은 ‘수업 특성상 동작을 돕는 과정에서 가벼운 신체 접촉이 있던 것이며, 학교에서 갈등을 빚던 동료 교사가 음해하기 위해 꾸민 조작극’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교육청은 문제가 불거지자 진정 접수가 이뤄진 지 3개월이 지나서야 도덕 교사 ㄱ 씨에 대해서만 직위 해제 조치를 내렸다.

대책위원회는 “학생들의 권익을 최대한 지켜야 할 특수교사가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며, 큰 충격에 빠졌다.”며 “반 성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학생들이 얼마나 다쳤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사건이 발생한 뒤 학교장과 교감, 교무 등은 학교의 명예를 운운하며 상급기관인 교육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학교에서 발생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겠다는 제3자적 입장을 취했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2차, 3차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한 “성폭력 심의 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언론 등 외부에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비밀리에 내부 대책위원회를 열었다. 가벼운 징계인 직위 해체 조치를 서둘러 내린 것은 이 사건을 덮으려 한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부산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진섭 회장
▲ 부산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진섭 회장

부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진섭 회장은 “현재 알려진 피해자 학생은 4인이지만, 졸업생을 비롯한 다른 학생들을 고려하면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 피해 학생들에게 반 강제적으로 원하는 대답을 받아내고, 사건을 축소하려는 짓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참교육 학부모회 이규남 부지부장은 “부산시 교육감은 여성 교육감인만큼 엄마 같은 심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듬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하지만 그는 지난해에 일어난 사건을, 지난 7월에 이미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을, 자기는 못 들었다고 한다.”고 비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부지부장은 “이런 사람한테 그동안 우리 아이들을 맡겨뒀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진다.”며 학부모회가 적극 나서 사건 해결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이어 부산 장애인부모회 강경채 회장은 “장애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기막힌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며 “가장 논리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할 특수교사가 성추행을 저지를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또한 “도가니법이 제정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10여 년 전에도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모두 묵살되고 무혐의 처리로 끝나고 말았다.”며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처벌해 더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 부산맹학교 학부모 대책위 주배규 위원장
▲ 부산맹학교 학부모 대책위 주배규 위원장

부산맹학교 학부모 대책위 주배규 위원장은 사건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한 학교측에 엄격한 법적 처벌을 촉구했다.

주 위원장은 “교사 수도 적지 않은 학교에서 이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도, 어느 하나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전부 자기방어에만 열중하고 있는 썩은 학교를 오늘 이 자리에서 고발함과 동시에 그들이 교단에서 퇴출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대책위원회는 부산시 교육감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대책위원회는 ▲가해자 행위를 낱낱이 밝히고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강력한 처벌을 할 것 ▲피해 학생의 인권을 위해 가해 교사와 2차 가해자들의 접근 배제 ▲사건을 은폐하려 한 학교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청 관계자의 처벌과 교육감의 사과 ▲학교 내 구성원들의 성폭력 교육과 장애, 인권 관련 교육 제도 강화 및 규칙 제정 ▲교육감이 국감에서 약속한 조사위원회 구성에 대책위원회가 인정할 만한 당사자 인사의 구성을 요구했다.

이에 부산시 임혜경 교육감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 감사를 통해서 피해자 학생들을 중심으로 자세하게 사건을 조사하라고 당부하겠다. 감사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의 면담까지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대책위원회가 인정할 만한 당사자 인사의 구성’에 대해서는 ‘특별 위원회 이외에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 추가적으로 배치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부산맹학교측은 “이미 밖으로 많이 알려진 상황이어서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자세한 것은 교육청에게 물어봐라.”고 일축했다.

▲ 기자회견 후 교육감과 대책위의 면담 진행 모습.
▲ 기자회견 후 교육감과 대책위의 면담 진행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