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점자 87주년 기념행사…점자 수기 공모자 시상 및 세미나 개최

▲ 제87주년 점자의 날 기념식이 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렸다. ⓒ최영하 기자
▲ 제87주년 점자의 날 기념식이 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렸다. ⓒ최영하 기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 국립중앙도서관은 공동으로 ‘제87주년 한글 점자의 날’ 기념행사 및 세미나를 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했다.

한글 점자의 날 기념행사는 1926년 11월 4일 ‘훈맹정음’이라는 이름으로 故 송암 박두성 선생이 반포한 한글점자의 가치와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열렸다.

진행된 행사에서는 점자의 보급과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포상 및 점자 수기 공모 입상자에 대한 시상이 있었으며, 점자 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경미 씨의 작품의 낭송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회장은 “시대가 발전하면서, 음성매체를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한글 점자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기념 행사를 통해 점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디지털 시대에서 바라보는 ‘점자’ 및 ‘데이지 도서’

이어진 세미나에는 국립장애인도서관 김영일 관장·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강완식 소장·서강대 신학대학원 가톨릭사회복지과 석사과정 나종천·대구대학교 점자도서관 유인선 실장·LG상남도서관 장원홍 대리가 참석해 ‘디지털 시대의 점자와 국내 데이지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국립장애인도서관 김영일 관장. ⓒ최영하 기자
▲ 국립장애인도서관 김영일 관장. ⓒ최영하 기자

먼저, 국립장애인도서관 김영일 관장은 디지털 시대에 점자 자료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관장은 “시각장애인들이 과거보다 점자를 소홀히 여기고 음성 매체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점자가 더 이상 불필요한 매체는 아니다.”라며 점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점자는 비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시각 문자 상징체계에 상응하는 문자 체계며, 단지 그 감각 수단이 촉각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라는 것.

대구대학교 점자도서관 유인선 실장은 “비효율적으로 점자교육을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점자는 일반 문자를 보충하기 위한 보조수단이거나 열등한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점자교육 강화는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서 점자를 기본적으로 사용하던 때에 비해 점자 이외 다양한 음성자료가 늘어나면서 맞춤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

유 실장은 “아무리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독립된 문자인 점자는 정확히 익혀 사용해야 함이 분명하며, 시각장애인의 자아존중감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점자자료의 제작과 보급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LG상남도서관 장원홍 대리는 “정보의 표현과 전달의 측면에서 점자를 완전하게 대체하는 것은 앞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맹학교뿐만 아니라 일반 학교에서도 장애에 대한 교육, 대체자료 및 점자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미나 참여자들은 점자 교육만큼이나 데이지 자료(도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영일 관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전에는 점자책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주된 독서 매체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녹음과 재생 기기가 일반화되면서 음성도서가 시각장애인들의 도서 매체로 확산됐다.

1990년대 이후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일반화되면서 각종 화면읽기 프로그램을 사용해 텍스트 파일로 된 자료를 음성으로 듣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각장애인들은 화면읽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파일 형태가 텍스트 파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김 관장은 “텍스트 파일은 이전과 달리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독서 매체로 활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왜냐하면 지적 재산권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며, ‘넓은 마을’과 같은 통신망에서 시각장애인들이 텍스트 파일로 된 전자 도서를 공유하는 것은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

따라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을 구현하면서 저작권을 준수할 수 있는 새로운 독서 매체로 데이지 도서를 들었다.

데이지 도서는 디지털 형태로 접근 가능한 정보 체계로써 음성뿐만 아니라 점자, 텍스트(글자 확대 가능), 각종 그림 등을 동시에 제공하거나 선택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디지털 방식의 도서다.

김 관장은 “시각장애인들은 기존의 텍스트 파일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데이지 도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직접 이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데이지 도서는 시각장애인이 읽기 원하는 장이나 절 또는 페이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저작권을 준수하는 형식의 자료로써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제작·보급하고 있는 전자 점자자료 및 데이지 자료 이용률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서의 점자자료 이용 활성화 방안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야 함.”을 강조했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데이지 도서’ 발전 방향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웹접근성평가센터 강완식 소장. ⓒ최영하 기자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웹접근성평가센터 강완식 소장. ⓒ최영하 기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강완식 소장은 김 관장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텍스트 자료의 저작권 위배 문제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 박탈 현상에 대해 강조했다.

강 소장은 “텍스트 자료의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중심으로 데이지 자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이 보다 데이지 도서를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각장애인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며, 컴퓨터·모바일 기기 등 기기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이 개선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데이지 도서는 기본적으로 오디오 형태의 서비스가 주이며, 별도의 학습 없이는 이용하기 어렵게 구성돼 단순 조작만으로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상황.

또한 “기술적으로도 노력이 필요하지만 시각장애인 스스로도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시각장애인일지라도 실정법인 저작권법을 위반해서는 안된다. 정당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저작권자와 출판업계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더불어 국립장애인도서관을 비롯해 시각장애인 기관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관련 기술 개발 회사 등의 다각적인 노력을 강조하며, 점자가 근본임을 잊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서강대 신학대학원 가톨릭사회복지과 석사과정 나종천 씨 역시 “데이지 도서는 재생하는 단말기에 제한이 많아 이용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단말기의 개발이나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 관련 기업들은 기술을 개발해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데이지 도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끝으로 LG상남도서관 장원홍 대리는 “이용률 제고를 위해 국립장애인도서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하루빨리 구현되길 바란다.”며 “좀 더 편리하게 이뤄지기 위해서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 해외의 북쉐어 서비스 표본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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