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과거 아닌 감금과 수용의 ‘원형’
형제복지원, 과거 아닌 감금과 수용의 ‘원형’
  • 최영하 기자
  • 승인 2013.11.2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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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사건진실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정식 출범… 본격 활동 예고
▲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2일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파해치기 위한 본격 활동을 예고했다. ⓒ최영하 기자
▲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2일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파해치기 위한 본격 활동을 예고했다. ⓒ최영하 기자

지난 1987년 일어난 부산 형제원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조직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가 정식 출범을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2일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파해쳐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부산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난 1987년 형제복지원 수용자 한 사람이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돼 폭행으로 사망했고, 이에 35인이 집단 탈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형제복지원은 매년 국가로부터 20억 원의 지원을 받는 전국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었지만, 그 안에서는 감금, 폭행, 살인 등 인권을 유린하는 일들이 자행됐던 곳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임에도 은폐됐던 이 사건에 대해 대책위는 지난 2012년 11월 ‘살아남은 아이’ 책 출판을 계기로 재조명하고자 시도했으며, 지난 3월에는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규명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전국의 피해자들을 만나 형제복지원의 실태에 대한 증언 확보 ▲자료집 발간 ▲언론 기고 활동 진행 ▲연극과 영화 제작 ▲ 학술토론회 개최 등을 진행해왔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일에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안전행정부 국정감사에서 “명백한 국가폭력의 문제인데 자세한 진상 규명과 특별법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질의를 통해 안전행정부 유정복 장관에게서 “관련 부처와 협의해 조사하고 검토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현재 안전행정부와 사안을 논의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대시민 선전활동도 함께 준비 중이라는 것.

대책위원회 전규찬 공동대표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가 아닌 현재 상황과 연관해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감금이 또 현재 어떻게 다가올 수 있을지 모르기에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대책위원회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 대책위원회 박래군 공동대표. ⓒ최영하 기자
▲ 대책위원회 박래군 공동대표. ⓒ최영하 기자

또한 대책위원회 박래군 공동대표는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26년이 지난 일을 수면 위로 이끌어냈다. 대책위의 이러한 열정과 노력이라면 반드시 사건을 끝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민간단체에서 어렵게 조사해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은 폭력, 살인 등 중요한 문제는 다 빼버리고 가벼운 사유로만 소장이 처리되는 것에 화가 난다.”며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는 원형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침묵의 틀을 깨고 진실을 말하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고 외쳤다.

또한 이날에는 형제복지원 피해 당사자 이상철 씨가 직접 참석해 대책위원회 출범의 의미를 더했다.

이상철 씨는 “형제복지원 사건 30여 년 가까지 지난 지금이라도 대책위가 출범해 피해자로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씨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문제는 복지시설의 입소 과정, 운영, 관리, 비리 등 복합적인 문제를 포괄한다.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도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가는 조속히 국가 유공자의 자격을 부여해주길 강력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형제원 사망자들의 추모 위령비와 추모관을 지어 이 일은 역사적 한 사건으로 인식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 이어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 토론회가 진행됐다. ⓒ최영하 기자

출범 기자회견에 이어 학술토론회가 이어졌다.

학술단체협의회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1·2부로 나눠 진행됐으며, 1부에는 경희대학교 박숙경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덕성여자대학교 김진우 교수·한겨레신문 안영춘 기자·전남대학교 최정기 교수가 참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는 발제를 통해 형제복지관과 삼청교육대의 비슷한 구조에 대해 주목했다.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 ⓒ최영하 기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 ⓒ최영하 기자

전규찬 교수는 “원생들 안에서 소대원 뽑기, 구타, 노동 등 1980년대의 삼청 교육대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졌다. 또한 그 안에는 멀쩡한 시민이 들어가있었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중요한 역사의 한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형제복지원 사건, 그런 일도 있었지’ 하는 엽기적 과거로만 처리됐다는 점 등이 삼청교육대와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삼청교육대는 보다 직접적으로 군 시설과 군인 군대가 동원됐고, 형제복지원 등의 경우는 국가 권력에 의해 위임 받은 ‘민간’권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

전 교수는 “사건이 이렇게까지 은폐된 점, 1980년대 인구 대감금의 총체적 실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에 언론인과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말하는 입이면서 말하지 않은 언론인과 지식인의 책무를 따진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터질 때까지 왜 신문과 방송은 철저하게 침묵을 지켰는가.”라며 “이는 조직적으로 사태를 방관한 것이고, 음모적으로 몰살을 조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제복지원과 관련해 충격적인 강제 노역 및 학대 살인 사건으로 세상에 소개됐을 때조차도 신문과 잠시 주목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를 파해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는 것.

전 교수는 “역사는 글쓰기와 말하기다. 대감금은 과연 끝난 일인가? 인신구속과 강제수용의 체제는 돌아오지 않을 과거인가? 민주주의 비상상황, 국가·권력 선전 일색의 반복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의문을 제시하며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우리의 태도를 반성해 다가올 미래는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역사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많은 피해자 당사자 분들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덕성여자대학교 김진우 교수는 전두환 정권의 행태와 더불어 형제복지원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으로 ‘행정적 편의’를 추가했다.

김진우 교수는 “당시에는 그나마 보호시설, 양로시설 등이 있었지만 이런 시설 범주에 낄 수 없는 계층이 있었다.”며 “이들은 바로 부랑인이다. 아동·노인·장애인 등과 분류되는 부랑인은 특별한 인구층과 행태가 없어서 이를 몽땅 포괄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경찰이 길거리에 방치된 사람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려는데 이들은 연령대와 특성 등이 너무 포괄적이다 보니 정부는 이들을 한꺼번에 몰아 넣을 시설이 필요했을 것이다. 행정적 편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부랑인 시설 존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회복지시설이 늘어가고 있는 환경 아래 행정적 편의를 뛰어넘는 정도로의 현실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복지 정책을 풀어나갈 체계를 재평가해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는 “모든 인간에게는 존엄과 자유를 주는 게 근본적인 개념인만큼 형제복지원 사건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 활동가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외면에서 시작해 편견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차별이 되고 소외를 불러일으킨 사건.”이라며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함께 어울릴 때 인권이 보장된다고 본다면 외면과 소외는 일종의 범죄.”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