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명수학교 정상화를 위한 공청회’장은 열띤 토론의 목소리가 아닌 학부모들의 곡소리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들의 눈물 어린 외침에도 교육청은 이렇다 할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서울 명수학교는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하고 1968년도에 설립된 발달장애인 사립특수학교로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또는 재단법인이 아닌 학교설립자 개인의 명의로 돼 있으며, 최초 설립자인 최모 씨의 장남이 이사장, 장녀가 교장, 장남의 부인이 행정실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전형적인 족벌체제로 이뤄진 명수학교를 비판하며 개인 운영 사립학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조직국장.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조직국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조직국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학교다 보니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의 운영구조와 많은 부분에서 상이하다.”며 “개인 운영으로 인해 사립학교 운영을 논의하는 기본적 회의구조이자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조차 설치돼 있지 않고, 학교 및 법인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정인 정관 또는 운영규정 등의 규정도 없이 학사운영만을 규정하고 있는 학교 규칙만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지닌 개인운영 사립학교는 비민주적 폐쇄적 운영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돼야 할 학교재산이 학교경영자 개인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한 사례.”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명수학교는 2006년~2008년 학교회계에서 3억 원 가량의 금액을 교육감 승인 없이 학교경영자 개인 명의로 등기하고, 2008년 1월부터 현재까지 학교경영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전기 요금 등 총 414만4,520원을 학교 회계에서 집행하는 등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통해 13건의 비리 및 횡령, 행정과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행정실장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으나, 학교경영자는 방학 중 1개월 감봉 처분으로 징계가 일단락된 바 있다.

장애특성도 고려 못하는 특수학교

명수학교의 문제는 이러한 횡령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 바나 등굣길 등의 시설의 문제로까지 언급됐다.

명수학교의 학부모이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은희 씨는 장애 자녀를 명수학교에 보내는 것은 상당히 두려운 일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 명수학교 최은희 운영위원장.
▲ 명수학교 최은희 운영위원장.
최 씨는 “적어도 특수학교의 물리적인 환경은 장애어린이들의 정서와 행동을 세심하게 고려해 안전한 시설과 설비를 갖춘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명수학교는 그런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며 “명수학교의 층간 계단은 경사가 심하고 건물 중앙에 위치해 아이들의 작은 부주의에도 추락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도 있다.”며 “일반 학교에는 낙상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시설을 설치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는 반면, 명수학교는 그렇지 않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장애학생들을 배려하지 않아 땅에 발이 닿지 않는 변기와 같은 세심한 배려에서부터 크게는 학생들과 어린이들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아 자동차가 다니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이동로 등을 설명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최 씨는 “우리는 이러한 학교의 실태를 알았더라면 입학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성북구에 산다는 이유로 배정받게 되고 교육청의 명수학교 지도·감독 또한 허술했다.”며 “교육청의 공무원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받고 있는 급여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외쳤다.

명수학교 법인화 촉구… 서울교육청 “권한 밖의 일”

이날 공청회에서 장애계 및 의원들은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방안으로 ▲서울시교육청의 명수학교에 대한 중징계 및 감사 강화 ▲학교경영자의 학교 정상화 계획 제출 ▲개인에게 위탁하는 사립특수학교 취소 공립학교 전학, 명수학교의 공립학교 및 법인학교 전환 등이 제시됐다.

▲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
▲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교육청은 특수학교를 지도·감시하고 이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므로 학교법인이 아닌 학교는 지금이라도 학교법인화를 요구하고, 경과조치에 따르지 않은 학교에 대해 파견이사로 조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명수학교는 비리와 유용에 대해 국고를 사용한 것이므로 위법에 대해 즉시 강제 반환 처리해야 한다. 법인화와 정상화에 대한 요구사항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이를 기한 내 지키지 않으면 해산사유로 간주해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청 관계자들의 답변은 공청회에 참여한 장애계의 분노를 샀다.

서울시교육청평생진로교육국 오석규 국장은 앞서 요구한 장애계의 명수학교 법인화 등의 요구에 대해 “권한 없다.”고 일관했다.

오 국장은 “앞서 서울시교육청의 명수학교에 대한 감사 지적 사항도 있었고 그에 따른 징계조치가 있었으나 미흡하다고 말했는데, 교육청에서 징계위원회를 여는 것은 국립학교에 한해서 하는 것이고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 이사진이 징계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은 우리가 징계요구를 해서 거기에 부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이어 “특수학교가 법인화가 된다면 교육청 입장에서 관리하기도 좋고 지도하기 수월하므로 명수학교를 법인화가 되도록 계속해서 강력히 촉구하겠다. 하지만 법인화가 되려면 학교 재산 외에 15억 원이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조건이 맞을 때 법인을 인정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법을 좀 더 완화할 수 있는 것을 건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립화 문제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조건적으로 기부했을 때 공립화가 가능하므로 그 부분은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는 예산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특수학교 측 의사가 없으면 공립화 및 법인화가 어렵다는 것.

또한, 질의응답 시간에는 명수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다른 법인학교의 전학 및 통학버스 구비 등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해서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주제와 관계가 없는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서울교육청 특수교육팀 김형근 장학관.
▲ 서울교육청 특수교육팀 김형근 장학관.
서울교육청 특수교육팀 김형근 장학관은 “학부모들이 이전에 명수학교에 관련돼서 일련의 논의과정을 거쳤고, 지금 법인화 문제에 대해서는 TF팀을 구성해서 팀별로 보완해야 할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장학관은 이번 공청회에 대해 “단순히 법인화로 전환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관점이 아니라고 해석된다. 왜냐하면, 이 자리는 명수학교의 발전방향이나 정상화될 논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들의 전학 문제에 대해 “예를 들어 현재 인근의 학교 특수학교가 전학을 가게 된다면 일부 특수학교가 포화상태가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2016년~2017년부터는 학급수가 완화될 예정이다. 학생들이 극단적으로 80명이 된다면 초등학교는 200명씩 줄고 있기 때문에 전학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사료가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지만 TF팀을 구성하면 이것부터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공청회도 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장애계는 교육청 관계자들의 발언과 태도를 질타했다.

윤 조직국장은 “이번 공청회는 교육청의 입장이 가장 중요했다.”며 “학교법인 전학문제를 학교에서 신청 시 검토하고 교육청에서 학교법인 전환문제는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학교 측의 의지 문제를 언급하고, 기부 시 전환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 우리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세금이 명수학교로 들어간다. 그런데 장애학생들에게 세금이 사용되는 게 아니라 명수학교들 교육 운영자들 배불리우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장학관이 나와서 큰소리 치고 국장이 나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공청회냐.”며 다소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러한 교육청 관계자들의 태도에 명수학교의 학부모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 씨는 “오늘 참여한 교육청 관계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만 기르고 살림만 했던 학부형들이 이 자리를 준비하는 게 쉬웠겠냐.”며 “이 자리에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법 이야기하러 온 것이 아니다. 지금 이런 자리에서도 기본적인 얘기하고 가는 분들을 어떻게 믿고 기다리느냐. 교육청이 왜있겠냐. 다시 묻고 싶다. 진정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대책을 세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울시의회 이상호 의원.
▲ 서울시의회 이상호 의원.
이어 서울시의회 이상호 의원 역시 공청회와 같은 자리는 교육청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관심과 구체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 공청회는 누가 주관·주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이들과 1분 1초라도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하는 부모님들이 주관·주최를 해야 하는가.”라며 소리쳤다.

이어 “서울시는 지난 18년 동안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특수학교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지 않고 형식적인 행사만 해왔다. 당장 다가올 4월 20일에는 예산 잡아서 공청회를 열고 명수학교 관계자를 호출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명수학교의 부패에 대한 죗값을 학교의 운영자가 아닌 학생들이 몸으로 받고 있는 이 상황에서 교육청 관계자들의 ‘형식적인’ 답변은 명수학교 장애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비수가 돼 돌아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서울시의회 관계자 및 장애게와 교육청의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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