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최 모 씨, 16일 폐쇄 결정… 교육청 ‘안일한 대응’ 도마

“저는 상관없어요, 엄마니까. 또 어른이니까. 적응하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내일 학교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 그동안 정들었던 친구들, 늘 생활했던 공간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건데, 그런 거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죠.”

한 집안의 형제 간 재산 싸움이 결국 학교 문을 닫게 만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바로 서울의 특수학교인 명수 학교 이야기다.

명수학교는 지적·자폐성 장애학생 96인이 다니는 곳으로 유치원 및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과정을 운영 중에 있다. 이 학교는 국내 91개교의 사립특수학교 중 전국에서 유일하게 법인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학교의 모든 재산이 학교설립자 개인 재산으로 돼 있다.

학교는 최초 설립자가 사망한 뒤 장남이 학교 경영자, 장녀가 교장, 장남의 부인이 행정실장 등의 주요 요직을 맡으며 족벌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을 벗어난’ 가족들의 족벌 운영체제는 결국 학교 폐쇄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지난 2009년 교육당국이 학교 내 26억 원을 들여 교사를 신축했는데, 이 건물에 대해 경영자 최 씨 개인 명의로 등기가 이뤄지면서 그의 어머니와 형제 5인이 소송을 낸 것.

이후 법원은 지난달 원고인 최 씨의 어머니와 형제의 손을 들어줬다. 매달 1,989만 원의 임대료를 내야 할 상황에 놓인 최 씨는 이러한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시 교육청에 16일 자로 ‘학교 문을 닫겠다’고 통보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갑자기 폐쇄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전달 받지 못했고, 교내 곳곳에 붙은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수학교 학부모인 최은희 운영위원장은 “학교의 경영자로 있는 최 씨가 일방적으로 교육청에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학부모는 그 공문을 보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부모가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만약 최 씨의 학교 폐쇄 의지가 현실이 된다면 학교 앞에서 천막을 치고서라도 수업을 이어나가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최 운영위원장은 명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려는 시 교육청의 대책도 뚜렷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운영위원장은 “만약 한 반에 장애학생이 15인 이상이라면 보조교사와 교사가 아이들을 다 돌볼 수 있을 것 같나. 절대 못할 것.”이라며 “아이들을 새로운 환경에 갑자기 떨어뜨리면 불안 증상으로 갑자기 경기를 일으킬 수도 있는데, 그런 특성을 교육청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교 경영자 최 씨가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지난 15일, 학부모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최 씨의 누나이자 교장인 최인숙 씨는 “만약 최 씨가 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근다면 망치로라도 부숴 수업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 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한 발 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며 “16일 예정된 날짜대로 학교 문을 닫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경영자 최 모 씨 끝내 폐교 강행… 교육청, 최 씨 검찰에 고발

▲ 교내 곳곳에 붙은 명수학교 폐쇄 통보 공지문.  ⓒ정유림 기자
▲ 교내 곳곳에 붙은 명수학교 폐쇄 통보 공지문. ⓒ정유림 기자

16일,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무단폐쇄를 강행하려고 한 최 씨를 고발 조치했다. 시 교육청은 이날 오전 서울북부지검에 명수학교 경영자 최 씨를 공무집행 방해 및 공공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시 교육청은 갑자기 학교를 닫게 될 경우 학생들이 받을 피해가 큰 만큼 학교의 소유권을 개인이 아닌 학교 법인으로 전환할 것 등을 권유했지만, 최 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검찰에 고발 조치한 것.

이날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하지 못했다. 학교 경영자 최 씨가 16일 오전 5시부터 학교 정문에 1t 화물트럭을 갖다 놓고 통학버스의 출차를 저지했기 때문.
 

▲ 16일 오전, 명수학교 경영자 최수일 씨가 화물차량 밑으로 들어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명수학교 학부모 주옥순 씨 제공.
▲ 16일 오전, 명수학교 경영자 최 씨가 화물차량 밑으로 들어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명수학교 학부모 제공

트럭을 견인하려고 하자 최 씨는 차량 밑으로 들어가 몇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으며, 교육청과 학교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연행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에 담임 교사들은 비상연락망을 통해 부모에게 자녀들을 개별 등교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최 씨가 경찰에 연행된 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교육청 관계자에게는 학부모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교육청이 사태를 방관했다는 것.

한 학부모는 “명수학교는 전국에서 하나 뿐인 개인 소유의 학교다. 명수학교의 재산 다툼 소송 이야기는 벌써 지난해 3월에 나왔다. 그런데 교육청은 그동안 이 문제를 놓고 수수방관하고만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부터 공립화에 대한 노력을 이어왔다면 오늘의 사태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다.

▲ 16일 오전, 명수학교 정문 앞에서 수 시간 동안 시위를 벌이다 현장에서 연행된 경영자 최수일 씨.  ⓒ명수학교 학부모 주옥순 씨 제공.
▲ 16일 오전, 명수학교 정문 앞에서 몇시간 동안 시위를 벌이다 현장에서 연행된 경영자 최 씨. ⓒ명수학교 학부모 제공

시 교육청은 일단 사태 수습을 위해 명수학교를 공립학교로 전환하고, 그 사이 경영자가 수업을 계속 방해할 경우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3월을 목표로 TF팀을 꾸려, 명수학교의 공립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 폐쇄 시 교육감의 인가가 필요하다는 조항이 있다. 최 씨가 오늘 임의로 학교를 폐쇄한 것은 시 교육청이 형법상 최 씨를 고발할 수 있는 빌미를 준 것.”이라며 “상황이 악화되면 언제든 경찰력을 동원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단언했다.

상황 악화일로… 공립화 추진해도 ‘예산’ 문제 걸려 있어

▲ 폐쇄 결정이 내려진 16일, 학부모에게 항의를 듣고 있는 명수학교 학교장.  ⓒ정유림 기자
▲ 폐쇄 결정이 내려진 16일, 학부모에게 항의를 듣고 있는 명수학교 학교장(왼쪽). ⓒ정유림 기자

명수학교 사태는 형제들의 재산 싸움이 얽혀 있고, 공립화를 추진할 시 명의 변경 문제가 걸려 있어 문제가 해결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명수학교의 공립화 작업은 학부모와 경영자인 최 씨가 모두 원하는 방안이다. 소식에 따르면, “학교가 공립화 될 시 이사장은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오른 땅값을 포함해 수십억 원의 돈을 받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 교육청은 교육청 예산 100억 원을 들여 공립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학교의 공립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재원 마련과 행정적 절차가 난관이라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입장에서도 사유재산을 가진 사람이 공공의 기능을 가진 학교를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라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이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 차원에서도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로 명수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심경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올해 자녀를 명수학교에 입학시켰다는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은 명수학교가 개인 소유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며 “학교법인 등 운영 회의 체계인 이사회도 구성돼 있지 않고, 학교경영자 1인에 의해 운영되는 비민주적인 곳인지 알았다면 아마 아이를 이곳에 절대 입학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학부모는 “오늘 같은 사태가 다시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 없다.”며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운영위원장은 “특수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당연히 받아야 할 의무교육인데 학교 문을 닫는 상황까지 벌어져 매우 기분이 참담하다.”며 “아이들의 학습권이 지켜질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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