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연맹(DPI) 성명서

향후 4년 간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그동안 선거 결과에 따라 복지정책에 미친 영향을 감안 했을 때 이번 선거 또한 장애인복지정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어느 때 보다 장애인 당사자 유권자들의 투표참여가 중요해 지고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최근 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에 판결은 과연 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와 더 나아가 장애인을 유권자로는 생각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6•4지방선거 사전투표가 30~31일 이틀간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선거당일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감안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의 경우를 보면 몇몇 투표소에서는 장애인이 투표를 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접근권 조차도 보장이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투표소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에 투표소가 설치되어 투표소에서 투표를 못하고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투표를 실시하게 함으로서 선거에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비밀투표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012년 11월 선거후보자가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선거공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내용을 활자 선거공보와 동일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낸 헌법소원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선거공보물 이외에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서 후보자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과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에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위헌의견에서는 선거권과 선거의 공정성이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심판 대상 조항이 입법자의 재량영역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방송과 인터넷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심판대상 조항이 시각장애인에게 불평등을 초래해 선거권 행사에서 차별하고 있다고 판단했으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기각시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5월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장애인 선거인이 혼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장애유형 및 특성에 맞는 기표방안 마련 △기표대 내에 투표 보조인이 함께 들어가 보조할 수 있도록 기표대 규격 개선 △기표대 규격 개선에 대한 투표 보조의 구체적 방법 및 명확한 규정 마련 및 시행 △시각장애인이 본인의 기표 사실을 확인할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정치적 권리와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투표절차, 시설 및 용구가 적절하고, 접근가능하며, 그에 대한 이해와 사용이 용이하도록 보장할 것”, “필요한 경우 보조기술 및 새로운 기술의 사용을 촉진하여 장애인이 위협당하지 아니하고 선거 및 국민투표에서 비밀투표를 할 권리를 보호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직선거후보자 및 정당은 장애인이 선거권, 피선거권, 청원권 등을 포함한 참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과 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거의 모든 법령 에서는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지원해 주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 중증의 장애인이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보조인과 같이 투표를 하려 했으나, 선관위 직원들의 무시로 인해 투표보조인 없이 투표를 한 적이 있다. 중증장애인이 투표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하는 것은 선거법에 나와 있는 사항이었지만, 선관위 직원들의 잘못으로 도움을 받지 못해 재대로 투표를 못한 일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장애인의 참정권을 재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때마다. 늘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왜 장애인의 참정권은 보장 해 주지 않는 것인가? 진정 장애인을 이 땅의 국민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되돌아보기 바란다.
2014년 6월 2일
한국장애인연맹(D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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