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단체, 11일 감사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가져

▲ 장애계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감사원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유림 기자
▲ 장애계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감사원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유림 기자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는 470만 명입니다. 하지만 수급자는 135만 명이죠. 135만 명의 알량한 누수와 부정을 적발해서 470만 명의 복지를 어떻게 책임집니까.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장애계가 감사원이 수행한 ‘복지사업 재정지원실태 감사보고서(복지 분야)’의 결과에 대해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빈곤사회연대·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감사원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6월 감사원은 재정누수 차단 및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목적으로 올 초 2개월 간 진행한 복지사업 재정 지원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 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당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 재정누수 및 복지사각지대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기초연금 38억 여 원 및 기초생활급여 314억 여 원이 잘못 지급됐다며 ‘복지 재정에 구멍이 났다’고 언급한 바 있다.

▲ 기자회견에서 투쟁 발언하고 있는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정유림 기자
▲ 기자회견에서 투쟁 발언하고 있는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정유림 기자
하지만 장애계는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꼴’이라는 질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감사원의 복지사업 재정지원실태 관련 감사보고서는 겉으로는 재정효율화 및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결과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말살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이번에 감사원의 보고서에서 결과 처분 요구사항 26가지 중 복지 지원이 필요한데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은 한 가지 항목에 불과하다.”며 감사원의 지적 사례들은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감사원의 보고서를 보면 ‘고용 및 산재보험에 통합돼있는 소득정보를 제대로 통합하지 않아 기초생활수급자에게 2,000만 원이 넘는 세금이 누수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억지로 끼워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는 한 해 동안 벌어진 일이 아닌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에 걸친 결과이며, 기초생활수급자가 생계 급여를 받았던 금액(생계·주거급여)을 합해 한 달에 20만 원 남짓한 금액을 가지고 엄청난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부풀렸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마른 수건을 꼭 쥐어짜면 복지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황당한 거짓말을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국가가 그렇게도 외치는 예산 효율화를 달성하려면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는 것부터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이 과도하다? 감사원 주장은 말도 안 돼”

특히 지자체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추가지원을 발목잡고 있는 현 정부의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대한 비판 또한 이어졌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지난 2012년 당시 박근혜 의원이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발의해 통과시킨 조항이다.

이 조항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종전에는 지자체가 자체 경비로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시간을 24시간까지 확대하는 등 맞춤형 복지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수 있었지만 이 조항으로 인해 앞으로는 중앙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것.

법률을 개정할 당시에는 지방자치권의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제기됐고 복지부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논란을 피해갔지만, 지난해 협의 건수 81건 중 단 33건만이 ‘원안 수용’ 된바 있다.

감사원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복지사업의 협의·조정 제도 운영이 적정하지 않다면서, 중앙정부와의 협의 없이 추진된 장애인활동지원 지자체 추가지원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는 상황.

그러면서 지난 2013년 1월 27일 이후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33개 지방자치단체가 복지부와 사전 협의·조정을 거치지 않고 추가지원하고 있으며 과도한 복지서비스 제공이 우려된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장애인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활동보조서비스가 이번 감사원의 발표를 통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국가가 중증장애인을 위한 예산을 증액해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지는 못할망정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활동보조 추가 시간마저 없애려고 한다는 것에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최중증장애인에게 생존의 문제다. 중앙정부의 지원 시간이 부족하기에 지방자치단체에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생존의 목소리가 이어졌을 뿐인데, 감사원은 과도한 서비스라며 장애인의 생존권을 말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을 시설에서 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인권이고 복지인가. 이제야 좀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할 꿈을 꾸게 됐는데 이것을 중앙정부가 ‘누수’와 ‘비효율’이라는 명목으로 칼날을 들이댄다면 말이 안 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감사원 관계자와 만나 감사원의 재감사를 요청하는 면담을 한시간 가량 가졌으며, 감사원 관계자는 재감사 과정에 대해 향후 전장연에 전달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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