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장애인자립재활센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 주최로 ‘장애등급심사 등급 외 판정조치’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장애등급으로 인해 장애등급심사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은 진정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인 손동선(25·남) 씨는 자폐성장애라는 의사 소견에도 장애등급심사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았고, 이로 인해 취업이 보류된 상태다.

손씨는 지난해 12월 정신과의원에서 의사로부터 자폐성장애 2급에 해당한다는 진단서를 받아 장애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나 3월 5일 ‘등급 외’ 판정을 받았고, 이의를 신청했으나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당시 손씨는 성인이 돼 장애인 고용기업에 면접을 보고 합격했으나, 장애인 등록이 돼 있지 않아 현재 입사보류 됐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는 ‘장애가 있음’에도 ‘장애인이 될 수 없어’ 직업훈련 등을 포함한 어떠한 사회적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

이에 장애계는 손씨에 대한 구제를 요청하며 진정을 제기, 장애등급으로 인한 피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면담 등을 요구했다.

등급 외 판정 장애인 급증…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

장애등급으로 인한 피해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까다로운 기준과 서류를 중심으로 하는 장애등급심사는 ‘등급 외’ 판정과 ‘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고, 장애인 당사자들은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박진영 씨(남·39, 뇌전증장애)는 지난 2013년 7월 장애등급재판정 결과 기존 4급에서 ‘등급 외(장애가 없음)’판정을 받고, 기초생활수급 자격 박탈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송국현 씨는 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등급 3급이라는 이유로 서비스 신청자격 조차 갖지 못했고, 화마에 휩쓸려 생명을 잃었다.

이처럼 장애인을 생각하지 않는 획일적인 장애등급심사와 행정편의만을 위해 만들어진 장애등급제는 꾸준히 비판받아 왔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 제출된 국민연금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지난 7월까지 진행된 105만6,872건의 장애등급심사 중 ‘등급 외’판정이 17만6,214건으로 1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장애등급심사가 이관되기 전 2010년 보건복지부가 16만3,944건의 장애등급심사를 진행해 7,996건(4.9%)의 ‘등급 외’판정을 내린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급증한 것.

장애등급심사 자체도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등급심사 대상자를 대면하는 직접심사는 전체 심사 대비 극히 낮은 수준이다. 2012년 2.0%의 직접심사 비율에서 매해 조금씩 높아졌지만 2015년 현재에도 6.5%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는 장애등급제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폐지를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는 장애등급을 중·경증으로 단순화하는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계는 장애등급의 중·경 단순화는 기존의 등급과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개인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있지만, 중·경증 단순화는 물론 정부의 계획에는 여전히 행정의 편의와 등급에 따른 차별적 복지서비스제공이 담겨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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