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신장애인의 기본권리 존중해야
한국, 정신장애인의 기본권리 존중해야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5.11.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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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열려

▲ 지난 17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열렸다.
▲ 지난 17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열렸다.
한국의 정신장애인 관련 법 조항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권고사항과 상당부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와 한국정신장애인연대(이하 연대)가 주최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권리협약)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여섯 가지 주제를 통해 정신장애인과 관련된 잘못된 법 조문을 살피고, 정신장애인 지원체계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했다.

특히 세 번째 주제발표에서는 권리협약과 최종견해에 대한 국가의 이행의무와 한국의 정신장애인 관련 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은 지난 2008년 12월 권리협약을 비준하고, 다음 해 1월부터 권리협약이 발효됐다.
이후 2011년 6월 첫 번째로 국가·민간 보고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9월 말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심사를 받았다.

제1차 국가보고서 심의 후 지난 해 10월 발표한 최종견해에서 유엔은 장애등급판정제도 개선,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부양의무 기준 개선, 등 협약 27개 조문에 대해 권고했다. 또 조약의 국내이행 강화를 위해서 국가인권위에 인력·예산지원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된다는 등의 권고내용을 제시했다.

▲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몬티안 분탄 의원
▲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몬티안 분탄 의원
심포지엄 주제 발표자인 몬티안 분탄위원(2014년 대한민국 정부보고서 심의위원)은 권리 협약을 토대로 한국의 정신장애인 법에 대해 8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등급제를 명시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성인후견인제도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강제입원제도 ▲정신병원 내에서 독방 감금, 지속적인 구타, 속박, 과다한 약물치료 ▲정신장애인의 착취, 폭력, 학대로부터의 노출 ▲정신장애를 이유로 대한민국에 입국할 권리 박탈 조항을 담은 출입국 관리법 제11조, 장애인 복지법 제32조 ▲정신장애인 생명보험, 건강보험 가입 제한 조항 ▲최저임금제도 배제 등이다.

분탄 위원은 한국의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대한 심도 있는 우려를 표하며 조항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는 ‘가족의 동의와 해당기관 정신과전문의 허락’ 만으로도 입원이 가능하게 돼있어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이러한 조문으로 대부분의 정신장애인이 강제입원을 당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1년~2008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된 정신보건시설관련 사건 1,218건 중 강제입원 등 입원 관련 내용이 가장 높은 건수를 차지했다는 점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분탄 위원은 “정신장애를 근거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의료보건서비스 외에 모든 서비스가 충분한 정보 고지를 바탕으로 당사자의 자유로운 판단아래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우리 위원회는 이 법이 개정될때까지 정신장애인들 의 입원, 특수시설 감금 등 자유를 박탈한 모든 사례를 재검토할 것이다. 이런 검토에는 이의제기 가능성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법 폐지에 대한 강력한 의사를 보였다.

또한 분탄 위원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정신병원 안에서 독방감금, 지속적인 구타, 속박, 과다한 약물치료 등 잔인하거나 비인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로 간주되는 행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권리 협약 제15조, 제16조에 따르면 장애인은 고문, 그 밖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 또는 처벌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착취·폭력·학대로부터의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고 돼 있다.

분탄 위원은 권리 협약에 따라 한국의 정신장애인이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처벌의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강제적인 처치 방식을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폭력, 학대, 강제노역을 포함한 착취행위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분탄 위원은 “정신병원과 같은 시설에서 정신장애인 감금이 계속된다면, 우리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효과적이고 독립적인 외부기관의 감시 메커니즘을 확립해 정신병원에 입원중인 장애인들을 모든 형태의 폭력과 욕설, 학대행위로부터 보호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 정부가 장애인 보호기관의 내부, 외부에서 발생한 장애인들에 대한 모든 폭력, 착취, 학대 사례를 조사하고 가해자는 처벌을 피해자는 보상을 받도록 보장하며 피해자인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보호소를 제공하도록 촉구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분탄 위원은 정신장애인의 이주와 국적의 자유를 제한하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장애인복지법 제32조를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32조는 장애를 가진 이민자에게 기본적인 장애 서비스 제공을 제한하고 있고, 출입국 관리법 제11조는 ‘사리분별이 없고 국내에서 체류활동을 보조할 사람이 없는 장신 장애인’을 입국 금지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분탄 위원은 “장애가 있는 이주민들이 기본적인 장애서비스를 받는데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며 “특히 정신장애가 있는 것이 공개가 되면 바로 한국으로 이주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한국에 오더라도 장애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런 권리를 제약하는 법조항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신보건체계… 전체 개혁 필요

권리협약에 대한 권고 사항을 이야기 하며 분탄 위원은 전체적으로 한국의 정신보건체계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탄 위원은 “장기적으로 사회에서 소외, 격리 조치된 정신장애인을 통합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정신장애관련법, 복지법, 정신건강법, 상법, 출입국 관리법 등 모든 법 조항이 개정됨을 전제로 한다.”고 한국 법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덧붙여 “이러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검토하고 폐지해야만이 권리협약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의 장애관련 법들이 권리협약과 부합되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이야기 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김원영 조사관은 분탄 위원의 권고사항에 대한 진행상황을 발표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김원영 조사관
▲ 국가인권위원회 김원영 조사관
김 조사관에 따르면 정신보건법 제24조(보호의무자의 동의에 의한 강제입원)에 대해 해당 법률이 정신장애인의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상태다.

또한 올해 정신보건시설 내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격리, 강박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김 조사관은 “이와 더불어 정신보건시설의 강제입원, 장기입원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민간응급이송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정신장애인의 강제이송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권고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조사관은 정신장애인 관련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업무 체계를 지적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정책과와 장애인권익지원과로 분리돼 있다. 다수 정신장애인은 장애인정책과의 관리를 받지만, 권리협약에 관한 내용은 장애인권익지원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이원화된 구조 속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제대로된 복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정신장애인도 장애인복지법 안에 포괄하거나, 정신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사회보장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