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 조사 법적 근거 없으면 권고 내리는 것으로 그만

▲ 24일 장애계는 대구의 한 장애인거주시설과 관련한 인권위 결정 규탄과 차별시정소위원회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 24일 장애계는 대구의 한 장애인거주시설과 관련한 인권위 결정 규탄과 차별시정소위원회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상식 이하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4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은 ‘대구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위 결정 규탄 및 차별시정소위원회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애계에 의하면 지난 6월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대구장차연)에 대구의 한 장애인거주시설 운영과 인권침해에 대한 제보가 있었다.
이에 대구장차연은 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했고, 인권위는 지난 6월 30일 직권조사를 결정·시행했다.

지난 11월 19일 인권위가 직권조사한 발표에 의하면 해당 장애인거주시설은 지난 20년 간 거주인 매일 아침 9시~저녁 6시까지 시설직원처럼 노동시켰고, 이에 따른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운영진들은 거주인들에게 지급되는 장애인수당을 갈취해 해외여행을 떠났으며, 무연고 거주인이 사망한 뒤 남긴 약 700만 원의 재산을 ‘시설 후원금’으로 착취했다.

이밖에도 한겨울 시설내 난방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시설 건물 한 곳을 이사장 사택으로 사용했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장애인거주시설에 ▲법인과 시설의 불법·부당한 운영과 관련해 특별지도점검 실시 ▲목적외 용도로 사용한 보조금 환수 조치 ▲가해자에 대한 문책 등 피해 거주인들의 권리회복과 장애인거주시설 업무개선을 위한 행정조치 ▲관내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 시행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시행 등 권고조치 했다.

장애계는 인권위가 내린 권고사항이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 구체적 징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고, 거주인에 대해서도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조아라 상임활동가
▲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조아라 상임활동가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조아라 상임활동가는 “거주인들의 돈을 횡령했지만 구체적인 징계나, 법적 처벌도 없이 단순히 지자체에게 지도 점검, 업무 개선 등 유명무실한 행정조치를 주문했다.”고 인권위 결정을 비판했다.

덧붙여 “이렇게 인권위가 상황을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해결하니, 주요책임자는 본인의 잘못 조차 인지 하지 못하고 최근 다시 한번 제9대 시설 원장으로 부임했다.”며 해결되지 않은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지적했다.

또한 장애계는 인권위가 장애인거주시설 사건을 인권 측면이 아닌 법률 측면에서 해결하려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인권위 차별시정소위원회는 모두 법률가들로 구성됐다. 사건을 제보하면 법률에 근거한 증거, 증인, 녹취록 등의 자료가 있을 때만 조사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인권위는 법원과 다른 곳이다. 법이 아닌 인권 측면에서 사건을 대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덧붙여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최재민 활동가는 “국제조약 등에서도 ‘시설’자체가 인권침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시설에서 나오는 게 거주자들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인권위는 이에 대한 적극적 권고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계는 인권위 차별시정소위원회(모두 3인)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인권위 측은 ‘1인만 면담에 응할 수 있다.’고 답해 이날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애계는 차별시정소위원회 모든 위원과의 면담을 추후 다시 요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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