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옴스테디 판결 사례 통해 한국 법안체계 마련 필요성 강조

▲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는  ‘탈시설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는 ‘탈시설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인권침해, 시설비리 등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해서 제기되면서, 탈시설에 대한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에 탈시설에 대한 보다 구체화된 방법, 지원체계, 실천가능한 대안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6일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는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탈시설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14년 12월까지 등록장애인수는 249만4,460인이며, 1,457개 거주시설에 3만1,406인이 살고 있다.

거주시설에 들어간 경위를 보면 본인 스스로 결정한 경우는 13.9%에 불과하다. 강제 또는 주변의 강력한 권유 등 비자발적 입소가 82.88%다.

국가인권위원회 2005년도 조사에 의하면 거주시설 안에서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43.1%였으며, 외부 복지관 이용은 2.0%다. 상점, 음식점 등 지역사회 편의시설을 이용한 경험은 약 15.9%에 불과하다.

▲ 상지대 법학과 김명연 교수
▲ 상지대 법학과 김명연 교수
상지대 법학과 김명연 교수는 조사 결과를 보며 “거주시설은 여전히 지역사회와 단절되고 분리된 고립된 섬으로 존재하며 거주인들의 지역 사회 생활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탈시설은 구성원과 단절되고 고립돼 살아가는 개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인격과 가치를 유지하고 사회공동체와 연관을 가지면서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전제.”라고 탈시설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탈시설을 위한 구체화 된 방법으로 ▲구속력 있는 법원의 판결 ▲실험입법 등 ‘법’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선 김 교수는 미국의 ‘옴스테디 판결’을 예로 들며 탈시설 정책의 효율적 수립을 위한 사법 판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옴스테디 판결’은 지난 1999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판결로, 부당한 시설 수용은 장애인 차별로 규정하고 시정을 위한 합리적 변경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판결문에서 연방대법원은 부적절한 주거를 제공하거나 또는 계속 시설에 거주하게 하는 것은 외부 공동체와 고립시키는 것이며, 이러한 ‘부당한 고립’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이 나온 뒤 미국의 많은 주는 옴스테디 판결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합의의 형식으로 탈시설을 행하고 있다.

옴스테디 판결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아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서비스가 부족한 주에서는 시설에 있거나 시설 입소의 위험에 있는 사람에 의해 옴스테디 사건과 유사한 소송이 계속 제기됐다. 또한 뉴욕이나 일리노이 주의 경우 옴스테디 판결의 취지에 맞는 구속력 있는 이행계획이 수립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한국도 불필요한 시설화를 장애인 차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불필요한 시설화에 대한 적극적 조치의무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한국의 법구조가 미국과는 다르지만, 앞으로 거주시설 관련 소송에서 유의미한 판결이 나온다면 정부·지자체가 탈시설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을 하는 데 있어서 효율적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김 교수는 장애인-자립생활 정책을 위한 실험입법을 주장했다.

실험입법은 어떤 안건에 대해 야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을 법으로 정해서 추진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탈시설을 하려면 알맞은 서비스 제공, 전문가, 정책가들의 의견 등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며 “이에 모든 과정을 지자체의 임의적 정책으로 지원할게 아니라, 실험입법을 만들어서 평가·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탈시설 과정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노동, 자립, 주거 등 모든 문제를 실험하고, 진단해서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서비스와 복지전문가의 훈련, 충분한 재정의 확보 등 탈시설 관련 전체 서비스체제 전환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시설, 필수요소인 ‘주거’대책 마련돼야

▲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실제 살아가는 공간인 ‘주거’에 초점을 맞췄다.

조 교수는 “접근성, 소득 불안정, 임대인의 차별 등의 이유로 자립을 위한 주거 보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며 “안정적인 주거 정책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자립생활의 시도는 매우 어렵고, 미비한 주거 지원 정책은 자립생활의 큰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환주거 지원제도의 마련 ▲중증장애인 임대주택 지원 확대 ▲주택 리모델링(개보수) 사업 확대 등을 주장했다.

조 교수는시설거주자가 지역사회에서 자립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물며 자립의지와 경험을 증진하는 ‘전환주거’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환주거란 체험홈, 자립주택 등 독립적인 주거 형태로 공공임대나 민간임대로 가기 전까지 지역사회에 정착하면서 최소한의 보증금 등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제공되는 주택형태를 말한다.

이는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자립하려는 사람들에게 제공돼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 물적 토대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시설 안에서 거주인들이 자립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자립생활을 위한 거주지 또한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정된 자립을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머물 공간이 필요하다.”며 “1년 이내에 짧은 거주기간을 갖고 전환주거를 지원한다면, 거주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 교수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구조, 성능, 환경 등은 당사자 몸에 맞지 않게 돼 있다.”며 주택 리모델링 사업 확대를 주장했다.

조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 ‘현재 살고 있는 집 구조에 대해 매우 편리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1.2%에 불과하다.

이에 조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 가구에 대한 맞춤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대상자와 예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시설, 개인의 책임?… 정부가 나서서 지원체계 마련해야

▲ 장애인거주시설 '다솜' 최용진 원장
▲ 장애인거주시설 '다솜' 최용진 원장
한편 장애인거주시설 ‘다솜’ 최용진 원장은 탈시설에 대한 논의는 점차 심화되고 있는 반면 법·제도의 변화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복지법에 자립생활에 대한 선언적 규정이 있긴 하지만 시설거주를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로 규정하고 있고, 시설에 유입되지 않기 위한 정책과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삶의 공간을 전환하기 위한 정책 등은 규정돼 있지 않다.

최 원장은 “정부는 탈시설을 오직 개인의 역량문제로 치부하고 있다.”며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탈시설-자립생활을 시설, 법인 그리고 당사자 몫으로 돌리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정부가 ▲최소한 지역사회 정착금 ▲필요한 만큼의 활동지원 시간 보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설치 ▲지역사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복지관 ▲보호작업장 등 의 제도를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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