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애 영·유아 인권침해·권리보장·교육권 수준 중점 조사
토론자, 포괄된 대상선정과 실효성 있는 방안 필요
교육부, 장애 영·유아 인권 보호위해 노력할 것

▲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 영·유아 교육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 영·유아 교육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장애가 있는 영·유아의 교육권 보장 수준을 살펴보고, 교육권 증진을 위한 정책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18일 ‘장애 영·유아 교육권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 중부대학교 김삼섭 교수
▲ 중부대학교 김삼섭 교수

중부대학교 김삼섭 교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총장을 비롯한 연구진은 지난해 10월~11월까지 전국의 유치원, 특수학교, 일반 어린이집, 장애가 있는 영·유아 전문 교육기관 등에서 일하고 있는 교사와 관리자, 영·유아 부모 등 1,215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조사 사항은 큰 틀에서 장애가 있는 영·유아의 ▲권리 보장 수준 ▲교육권 증진 실행 수준 ▲인권침해와 장애차별 실태 등이다.

이 중 연구진이 중점을 둔 인권 침해와 장애 차별 실태에 있어서 전체 응답자 중 19.0%인 231인은 인권침해를 경험했고, 9.4%인 114인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겪었다.

영·유아의 인권침해 경험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구타(폭력)가 전체 중 7.5%를 차지했고, 희롱(놀림) 6.2%, 체벌 5.6%, 따돌림 4.9%로 뒤를 이었다.

또한 장애차별에 대한 경험은 보조인력 지원 요구 거부는 4.0%였고, 통학지원요구 거부 3.1%, 교외활동 배제 3.0%, 입학거부 2.6%, 교내활동배제 2.4% 순이었다.

인권침해 또는 장애차별 가해자의 특성에 대해 살펴본 결과, 폭력·언어폭력·괴롭힘 사건의 경우 또래 영·유아에 의해 주로 발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생활 침해와 교육 방임의 경우 부모에 의해, 교육기회 차별은 교사, 정당한 편의제공 요구 거부는 주로 관리자에 의해 이뤄졌다.

연구진은 “영·유아의 인권 침해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가해자 또한 또래, 부모, 교사, 관리자 등 다양하다. 이에 우리는 영·유아의 인권침해 대책을 좀 더 구체화되고 실효성 있게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며 정책 제언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영·유아 권리 보장과 교육권 측면에서는 긍정

영·유아들의 권리 보장 수준 관련 질문에서는 대체로 긍정의 대답이 나왔다. 권리 중 생존권과 관련된 ‘영·유아 어쩔 줄 모를 때나 기분이 언짢을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등의 항목에서 90%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영·유아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대부분의 항목에서 긍정의 답변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대상 중 13.9%가 적어도 하나 이상 영역에서 영·유아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권과 관련해 ‘자신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할 때 자신의 생각이 반영된다’, ‘좋아하는 친구를 사귈 기회를 가진다’ 등의 문항에서 각각 5.4%, 4.4%가 ‘그렇지 않다’ 답했다.

연구진은 “조사 항목에서 ‘그렇지 못하다.’답변을 한 비율은 적지만,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참여권에 대한 권리 보장 수준이 다른 권리에 비해 낮다. 앞으로 정책에 있어서 영·유아의 의사결정과 같은 참여권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영·유아 교육과 관련된 항목에서는 영·유아의 자율성존중·의사존중·개별성존중 등 어린이 최선의 이익 이동과 접근, 관련서비스지원 등 장애를 고려한 조치, 인권침해와 장애차별 예방을 위한 노력 등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모두 51개 문항에 대한 긍정의 응답 비율이 최소 81.3%~98.7%로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영·유아를 위한 교육 실행 수준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권리보장, 교육권 부분에서 긍정의 답변이 많지만, 여전히 영·유아에 대한 교육권 보장 문제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영·유아의 인권증진과 교육권 보장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영·유아 인권 증진 측면에서는 △기관 차원의 영·유아 인권 보호 증진 계획 수립 △가정과 연계된 인권 증진 프로그램 운영 △국가차원의 영·유아 인권 증진을 위한 지침 마련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영·유아 교육권 보장 방안은 ▲장애 조기발견 체계 구축 ▲특수학급 설치 유치원 확대 등 영·유아 교육기회의 확대 ▲유아특수교사 확충과 처우 개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격차 해소 ▲정당한 편의제공 지원환경 구축 ▲개별화교육 운영 내실화 등이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 장애가 있는 영·유아의 아동기본권 존중을 위한 포괄되고 종합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며 “실천 방안에 있어 기관 차원, 가정 차원, 지역사회 차원으로 각각 구분해 논의해서 영·유아 교육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태조사, 한정된 대상선정과 심도 있는 인권 논의 없어 아쉬워

▲ 울산 인애어린이집 백운찬 원장
▲ 울산 인애어린이집 백운찬 원장

한편 결과발표 뒤 이뤄진 정책토론에서 울산 인애어린이집 백운찬 원장은 교육권 보장 실태조사의 대상 선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백 원장에 의하면 본 연구의 대상이 유치원(특수학급 설치 유치원 포함), 특수학교(특수교육지원센터 포함), 일반 어린이집(장애가 있는 어린이 통합 어린이집 포함), 전문 어린이집 등 이미 장애가 있는 영·유아 교육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배치된 기관을 중심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장애 혹은 장애 위험이 있는 영·유아임에도 서비스 제공 대상인지조차 모른 채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영·유아가 배제됐다.

백 원장은 “조사결과를 보면 긍정의 답변이 높다. 이는 장애가 있는 영·유아 전문 기관을 중심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일반 유치원에 다니는 장애가 있는 영·유아들의 교육권, 인권침해 요소는 더 많다.”며 “일반 어린이 집 등에서 장애에 대한 진단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영·유가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국가가 우선 해결해야 할 인권 책무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덧붙여 백 원장은 장애가 있는 영·유아 교육권 증진에 있어서 최중도의 중복장애가 있는 영·유아들의 의료 지원 필요성과 교육권, 인권에 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도삽관이나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대사이상과 만성질환 등으로 투약과 함께 지속해서 의료 처치가 필요한 어린이의 경우 의료지원과 교육권 사이에서 어떤 서비스 제공이 인권보장이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 원장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함에도 병원에서 생활할 수 없어 의료기기를 장착하고 어린이집에 오는 어린이들, 이들을 양육하는 부모, 보육하는 교사, 치료사, 기관운영자 등 각각의 입장에서 인권에 대한 바람직한 조치들이 연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의 정책 제언… 내용 너무 많고, 실현 어려워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영 연구위원은 연구진이 보고서 제시한 영·유아 교육권 보장을 위해 내놓은 해결책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모두 25건에 달하는 해결책을 모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 위원은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다.”며 “정책 방안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제일 중요한 것부터 제도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방안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계획을 수립하기 보다는 현재 있는 제도 안에서 기존의 특수교육센터나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 시설,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해 방안을 제시하는 게 더 실효성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이한우 연구관은 “정부가 시행중인 제4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2013년~2017년)은 장애가 있는 영·유아의 인권 증진 방안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토론회에서 이야기 됐던 교육권, 인권 보호에 대해 지속해서 신경 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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