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형별로 평생건강관리 지원 등 요구 이어져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4일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 세미나’를 열었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4일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장애인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은 2년 뒤인 오는 2017년 12월 30일에 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장애유형과 정도, 연령, 모성보호 등 특성과 생애주기에 맞는 건강검진 항목을 설계해 제공하는 건강검진 사업과 건강주치의 제도, 중앙장애인보건의료 센터 지정 등.

법 시행을 2년 여 앞둔 지금,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장애인 건강권 확보를 위해 얼마나 실질적인 계획이 구체화 될 지에 장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4일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 세미나’를 열고, 장애인들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 보장은 물론 장애유형을 고려한 맞춤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장애인 70% 만성질환 시달려, 건강검진 수급률은 절반에 그쳐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건강 실태는 70% 이상이 만성 질환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는 2014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른 것으로, 비장애인의 만성질환 보유율이 33.9%인 것에 비해 큰 차이가 있다.

아울러 지난 2011년 기준으로 1년에 어떤 병명으로 병원을 가는지 상위 20위를 분석한 결과 일반사람은 감기 또는 치통 등 경증질환이 대부분인 반면, 장애인은 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과 관련된 질환이 8개, 이어 고혈압, 당뇨, 신장질환 등이 꼽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문제인 것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중 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비율은 58.8%에 이른다. 특히 치과의 경우 79.7%가 비용문제로 치료를 망설인다고 답했다. 경제적 이유 다음으로 응답자 15.2%가 이동수단 등 교통편의 불편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 2012년 기준 건강검진 수검률에 있어서도 비장애인은 72.9%인 반면에 장애인은 63.3%로 낮다. 특히 이동성 제약이 큰 중증 장애인의 검진률은 50.1%에 불과하다.

이에 국립재활원 재활표준연구과 호승희 과장은 적절한 치료와 검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장애인의 의료지원 체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 국립재활원 재활표준연구과 호승희 과장
▲ 국립재활원 재활표준연구과 호승희 과장

호 과장은 “장애인의 만성 질환 보유는 수치로만 보아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세심한 건강관리를 받아야 하지만 접근권과 경제부담, 병원지원 등 장애인 건강권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장애의 특성상 1차 질병 외에도 부수적인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질병이 생겼을 때 즉시 치료를 받아 2차 질병을 예방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호 과장은 ▲국가차원의 건강종합정책 수행 ▲건강권 확보를 위한 법·제도 기반 마련 ▲건강과 관련된 측정지표 설정과 이행평가 ▲건강 자료를 기반으로 한 건강통계 산출 ▲평생건강관리서비스 제공체계 구축 등을 장애인 건강권 확보를 위한 기반으로 제언했다.

호 과장은 “장애유형별 건강상태와 관련한 자료가 부족하다.”며 “구체화된 자료조사와 수치를 통해 체계적인 건강 지원 시스템이 지원돼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형별 건강검진 항목, 비용, 내용 등을 매뉴얼로 만들어서 평생건강관리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중심의 재활병원, 3차병원, 지역사회 복지관, 보건소 등 연관기관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장애유형 고려한 건강지원체계 나와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건강권 확보에 있어서 신체질병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당사자 가족들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광진으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영만 소장은 “장애인 중 우울증,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비장애인보다 약 세 배 이상 높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마땅히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소장은 정신건강을 위해 여행, 문화, 여가 접근성 확보가 필요하며, 이런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보조기구에 관한 법안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심리, 건강상의 문제에 노출돼 있다고 전하며, 장애인 건강권 대상에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또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본인이 겪은 사례를 이야기하며, 의료진에 대한 장애인식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병원에서 MRI검사를 받을 때, 척수 장애 때문에 검사대가 너무 딱딱해 부드러운 담요를 깔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의료진은 이를 받아 주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1시간 검사를 받는 동안 욕창이 생겨 3주동안 입원을 했다.”고 현재 의료진의 배려없는 행동을 비판했다.

의료진이 장애유형에 따른 치료 주의점을 숙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규 의료교육과정에 장애인식에 관한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고 제안이다.

이 사무총장은 “장애유형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 따라서 장애의 특수성을 알고 장애유형 마다 갖고 있는 특성, 후유증, 합병증 같은 것을 충분히 고려해서 진료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식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이 사무총장은 법안의 제정과 시행 과정에서 당사자가 일정부분 역할을 맡아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법안이 시행되면 의료행정, 건강관리자, 콜서비스, 검토 요원 등의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진료와 관련해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항을 제외하고 당사자가 일을 할 수 있는 업무에는 당사자들을 배치해 소득창출, 진료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