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공투단, “우리는 시혜가 아닌 권리를 원한다!”

▲ ⓒ이솔잎 기자
▲ 4월 20일 장애인의 날, 420 공투단은 결의대회를 열고 '장애인차별철폐'를 외쳤다.ⓒ이솔잎 기자

4월 20일, 법정기념일인 장애인의 날.

정부는 장애인의 날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갖고, 지자체와 유관기관은 각종 축제와 행사 등을 진행한다. 서로 축배를 들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같은 날 광화문 광장. 장애인의 날을 축제가 아닌 투쟁으로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혜’와 ‘동정’을 외치는 대신 ‘장애인의 날 철폐! 장애인 차별 철폐!’를 외치는 사람들.

그들은 벌써 수년째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을 외치고 있다.

2015. 04. 20 장애인의 날, 권리 찾기 위해 올해도 ‘행진’
2014. 04. 20 버스를 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이들의 ‘외침’ 
2013. 04. 20 ‘이 세상은 비장애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2012. 04. 20 오늘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우리의 권리를 당당히 선포한다’
2011. 04. 20 이름만 장애인의 날? 장애인 당당한 권리위해 ‘투쟁하자’

최근 5년간 본지에서 보도된 4월 20일 장애계 단체의 결의대회 기사 제목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 현실에, 변함없는 구호로 차별철폐를 외치고 있다. 해가 거듭되도 나아질 것 없는 현실에 장애계의 투쟁 의지는 더 강력해질 뿐이다.

2016년 4월 20일. 이날도 어김없이 투쟁을 외치는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권·노동·사회단체들로 구성된 80여 개 단체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을 결성해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이하 결의대회)’를 열고 변함없이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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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0공투단 참석자들이 결의대회에 앞서 고인이 된 활동가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이솔잎 기자

420공투단 이형숙 집행위원장은 장애인을 ‘불쌍함’으로 바라보는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아낌없이 내뱉았다.

이 집행위원장은 “어제 지하철을 타던 내게 어떤 시민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불쌍해서 뭐라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며 “나는 당당하게 거절했다. 왜 장애인이 불쌍한 존재여야 하는지, 왜 우리를 그저 무능력하고 안타까운 존재로 보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애인의 날은 우리의 불쌍함을 만천하에 알리고 동정받는게 아니다. 우리는 오늘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 왔고, 사회를 바꿔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 권리를 요구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시혜와 동정의 삶 뿐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기반이 돼야 한다. 그러나 장애계 현실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2015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약 250만 명의 장애인 중 10년 이상 무주택자가 71.1%로 나타났다. 또한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 중 재난 발생 시 대응 가능한 시스템 구비는 35.1%로 매우 열악하다.

경제활동 수준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3%인 것에 비해 장애 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9.6%로 절반에 불과하다. 실업률 또한 장애인의 경우 6.6%로 전체인구 실업률 3.6% 대비  두 배가 넘는다.

▲ ⓒ황현희 기자
▲ 420공투단의 행진. ⓒ황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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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켓을 든 결의대회 참석자. ⓒ이솔잎 기자

 

 

 

 

 

 

 

 

 

 

 

 

420공투단은 “이 사회는 겉으로 장애인을 동정하면서 장애인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꽁꽁 묶어놨다.”며 “제대로 된 경제활동도 할 수 없고, 지원도 마련되지 않으니 장애인에 대한 동정의 낙인과 빈곤의 사슬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현실을 타파하고 장애계가 나아갈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오는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제20대 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의 권리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 장애계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했고 제19대 국회가 선거 당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논의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얼마 전 제20대 선거가 끝났고, 우리의 요구가 담긴 목소리에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420공투단은 결의대회 뒤 광화문 광장을 시작으로 보신각, 조계사, 일본 대사관을 거쳐 다시 광화문까지 행진한 뒤, 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했다.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이형숙 공동집행위원장. ⓒ이솔잎 기자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이형숙 공동집행위원장. ⓒ이솔잎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이솔잎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이솔잎 기자

 

 

 

 

 

 

 

 

 

 

 

 

 

 

▲ 장애인의 날을 맞아 420공투단은 광화문광장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솔잎 기자
▲ 장애인의 날을 맞아 420공투단은 광화문광장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솔잎 기자
▲ ⓒ이솔잎 기자
▲ 탈시설을 외치며 결의대회에 참석한 참석자. ⓒ이솔잎 기자
▲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이솔잎 기자
▲ 결의대회 이후 종로 일대를 행진하는 420공투단 ⓒ이솔잎 기자

 

 

 

 

 

 

 

 

 

 

 

 

▲ 결의대회 이후 종로 일대를 행진하는 420공투단. ⓒ이솔잎 기자
▲ 420공 공투단의 행진은 경찰들에 막혀 30여분 간 중단되기도 했다. ⓒ황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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